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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풍경’] 오래된 사진

마음 따라 몸 못 가니 노곤합니다. 늦은 점심상을 물린 일 없는 해동냥에 까무룩 낮잠입니다. 무릉(武陵) 고을 어부 아니어도 그만 길을 잃습니다. 눈 없는 발이 낯선 듯 낯익은 복사골에 찾아듭니다. 왁자한 차부 지나 개울, 폴짝 건너려니 반짝 피라미가 뒤채네요. 가만 담아보려 두 손을 담그는데 아직 물이 차고요. 무질러 보리밭 길을 갑니다. 발목에 흠씬 초록 물이 들 것 같습니다. 종다리 높이 떠 뉘 집 몇째냐, 묻는 듯 종달거리고요. 삼태기에 안긴 마을, 인기척 없는 사촌네 마당 가 뽕나무는 잎 틔우지 않았고, 당숙 어른네 뒤꼍 대밭은 푸릅니다. 반쯤 열린 양철 대문을 들어섭니다. 저녁거리를 챙기는지 어머니 정짓간에 달각거리고, 할머니 방에선 또록또록 양글었다는, 네 살에 홍진으로 죽었다는 성천이 성이 까르르거립니다. 어머니 뱃속에도 없을 나는 가만 토방에 앉습니다. 생울타리 산당화 붉고 대문간에 아버지 들어섭니다. 한 손에 소고삐 또 한 손에 작대기를 든 아버지의 지게가 참 가뿐하네요. 둥그렇게 둘러앉을 저녁상은 못 보았습니다. 아니 웬 잠꼬대, 아내가 끌끌댑니다. 사진 한 장 참 희미하네요. 어미 닭 꽁무니에 졸졸대던 병아리 다 어디 가고 쓰러진 집에 개나리만 노랗습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6.04.11 07:25

전주시향 지휘자 공백 4개월...손놓은 전주시 피해는 시민이

전주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전주시립교향악단(이하 전주시향)의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자리가 4개월째 공석으로 방치되면서 조직 운영 마비와 내부 갈등 심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주시가 후임 선발 절차를 미루는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문화 향유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22년부터 전주시향을 이끌어온 성기선 예술감독(상임지휘자)이 지난해 12월31일 임기 만료로 사임했다. 성 전 감독은 임기 만료 2달 전부터 연임 의사가 없음을 밝혔으나 시는 후임 선발을 위한 모집 공고조차 내지 않았다. 전주시향은 올해 6월까지 객원지휘자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심각한 행정공백을 야기하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통상 교향악단 공연은 대관 및 협연자 섭외를 위해 최소 6개월 전 공연계획을 세우지만 전주시향은 하반기 프로그램 일정도 확정하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공연 횟수(5회)도 지난해 상반기 공연 횟수(16회)에 비해 3분의 1로 줄면서 거의 방치된 상태다. 선임 지연 배경에는 지난해 발생한 인사권 관련 내홍이 원인으로 꼽힌다. 예술감독의 자질을 문제 삼는 익명의 탄원서가 시의회에 접수되면서 인사 잡음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시의회와 외부의 비판이 쏟아졌고 시에서는 신규 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한 교향악단 내부에서 발생한 갈등이 전주시인권위원회 판단과 지방노동위원회 및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으로 이어졌고, 현재 민사소송으로까지 진행 중인 사안이다. 전주시립예술단사업소는 예술감독(지휘자) 선임에 앞서 조직 운영에 대한 종합 점검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권정혜 팀장은 “지난해 의회 지적사항이나 인권 문제 등 조직 내부의 갈등이 있었던 만큼 바로 예술감독(지휘자)을 뽑기보다는 조직을 안정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단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인권교육 등을 진행한 후에 선임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의 이 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예술감독(지휘자) 선임과 조직 정비는 별개로 병행돼야 할 사안임에도 시가 4개월째 모집 공고 조차 내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는 비판이다. 권 팀장은 “하반기 공연계획 수립이 촉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운영의 차질을 인정하면서도 선임 시기나 방법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전주시향 소속 한 예술단원은 “오케스트라는 강력한 리더십 아래 움직이는 생물과 같다. 지휘자가 없으니 권리 권한을 쥔 행정 인력들이 본질을 외면한 채 조직을 흔들고 있다”며 “전임 예술감독(지휘자)가 올해 상반기 일정까지 확정해 놓은 채 떠났다는 사실은 시가 후임자를 조속히 뽑을 의지가 없었음을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라고 성토했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6.04.09 17:20

전북 연극계, 장기 공연 실종⋯산업화 기반 마련 시급

전북특별자치도 연극계가 꾸준한 창작 활동에도 불구하고 지역을 대표할 만한 장기 공연 레퍼토리를 확보하지 못하며 산업적 경쟁력 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행정의 지원 구조 한계와 더불어 연극계 내부의 기획 전략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전북연극협회와 도내 연극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지역에서 3년 이상 장기 공연되는 작품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북자치도에는 창작극회, 무대지기, 작은소리와동작 등 오랜 역사를 지닌 23개 정극단이 활동 중이며 ‘천사는 바이러스’, ‘할머니의 레시피’ 등 자체 레퍼토리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지역 대표 브랜드 공연으로 안착시킨 사례는 드문 실정이다. 상당수 극단이 매년 신작 제작에 집중하면서 작품이 축적되지 못하고 단발성 공연으로 소진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일차적인 원인으로 관객 규모의 한계를 꼽는다. 도내 공연 관람층이 일정 수준에 머물러 있어 동일 작품을 반복 상연할 경우 수요가 빠르게 소진된다는 것이다. 한 연극 관계자는 “지역 관객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2~3년 내에 관람 수요가 바닥을 드러낸다”며 “현 구조에서는 같은 작품을 장기간 유지하며 수익을 창출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지원 제도 역시 레퍼토리 형성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대부분의 공모사업이 신작 초연 중심으로 설계되면서 기존 작품을 재정비하고 완성도를 높여 재공연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제한된다는 지적이다. 반복 공연을 통한 작품성 제고보다 매년 새로운 제작 실적을 요구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창작 역량이 축적되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는 의견이다. 다만 연극계 내부에서도 전략 부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상업적 유통을 염두에 둔 제작 시도가 많지 않았고, 장기적으로 반복 공연이 가능한 대표작을 만들겠다는 목표 설정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상업극 제작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서라기보다 이를 시도하려는 관심과 투자 의지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작품성과 예술적 가치에 집중해 온 창작 환경 속에서 관객 확대 전략이나 유통 구조에 대한 고민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도내 연극인들은 브랜드 공연의 형성을 위해 외부 관객 유입과 함께 행정 지원 방식의 구조 개선, 창작 주체의 전략 변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 연극계에서 활동 중인 기획자 A씨는 “현재는 제작비 대부분이 초연에 집중돼 재공연이나 타 지역 진출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라며 “단년도 제작 지원에서 벗어나 작품 축적과 유통, 타 지역 진출까지 고려하는 중장기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관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관광 콘텐츠와 연계한 공연 유통 구조를 구축하고, 외부 관람객을 유입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6.04.07 17:47

전주문화재단, 2026 생활밀착형 문화예술교육 ‘가가호호’ 본격 추진

전주문화재단이 2026 생활밀착형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가가호호(家加好好)’의 추진 계획을 7일 밝혔다. 재단은 지난해 프로그램 ‘유형 다각화’를 통해 예술교육 기반을 확장한 데 이어, 올해는 ‘가족 유형의 다각화’를 핵심 키워드로 설정하고 보다 폭넓은 가족 구성원을 예술 교육 현장으로 끌어들일 계획이다. 특히 혈연 중심의 기존 가족 개념에서 벗어나 비친족·비혈연 관계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가족’ 발굴에 주력한다. 함께 거주하거나 정서적 유대를 공유하는 관계라면 예술교육의 주체로 인정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위탁가정 아동, 비혼 1인 가구, 동거 가구 등을 대상으로 하는 ‘가족 발굴형’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동거 가구의 경우 ‘예비부부’ 등 유연한 명칭을 활용해 사회적 인식을 고려한 접근도 병행한다. 이번 사업은 단순 체험을 넘어 연구 기반의 예술교육 모델을 도입한 점에서도 주목된다. 재단은 지난 5년간 협력 관계를 이어온 전북대 아동학과와 함께 ‘돌봄연구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교수진 자문과 전공생 참여를 통해 프로그램 기획부터 운영, 경과 분석까지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질 예정이다. 교육 공간 역시 시민의 일상으로 확장된다. ‘공동체라디오 전주 FM’과 ‘여성생활문화공간 비비’, 남부시장 내 복합문화공간 ‘모이장’ 등 지역 거점 공간을 활용해 작곡, 창작, 관계 형성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재단은 공간별 특성과 지역 이슈, 보유 장비를 적극 반영해 생활 밀착형 예술교육을 구현할 계획이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6.04.07 14:45

예술·대중·지역 가치 담은 청사진⋯한국소리문화의전당 4대 과제 발표

새로운 리더십 전환을 맞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하 전당)이 도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한 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달 취임한 이승필 전당 신임 대표는 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2026년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전당은 ‘예술·대중·지역’ 3가지 가치를 중심으로 기획사업 브랜드 ‘아트숲’을 운영하며 공연 61건, 전시 4건, 교육 및 기타 4건, 상설공연 1건 등 총 70건 규모의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이 대표는 전당을 전북의 핵심 문화예술 인프라로 도약시키기 위해 △서비스·안전 수준 제고 △자체 공연 콘텐츠 경쟁력 강화 △인적자원 역량 강화 △시설 미래 경쟁력 확보 등 4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개관 25년을 맞은 전당의 시설 노후화에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간 인프라와 콘텐츠, 인력 역량, 안전·서비스 등 전반의 경쟁력을 높여 도민이 편안하게 찾는 문화공간으로의 역할을 강화할 방침이다. 공연 사업은 △거장전 △스테이지원더 △기획자의 눈 △소리연리지 △가족누리 등 5개 분야로 구성됐다. 거장전에서는 6월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를 선보이며, 기획자의 눈에서는 윤별발레컴퍼니 창작발레 ‘갓’, M발레단 ‘돈키호테’, 올라비올라 사운드 ‘B to B with 바리톤 길병민’ 등이 예정됐다. 대중성과 화제성을 고려한 스테이지원더 분야에서는 ‘임재범 40주년 콘서트’,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LIVE TOUR’ 등을 마련했다. 지역 예술인과 협업하는 소리연리지 분야에서는 ‘전북특별자치도 All Festa 시즌5’와 ‘K-POP 아카데미 쇼케이스’를 운영하며 지역 문화생태계 활성화를 도모한다. 가족누리에서는 백희나 작가 원작 뮤지컬 ‘알사탕’과 ‘숲속 100층짜리 집’을 선보여 어린이 관객층 확대를 추진한다. 전시는 배리어프리 기획전 ‘우리가 바라보는 세계’를 비롯해 청년작가 야외조각전Ⅳ ‘7ing:칠링’, 여름방학 특별전 ‘앤서니 브라운전: 마스터 오브 스토리텔링’ 등을 통해 접근성과 대중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예술교육은 유아부터 초등학생 고학년까지 맞춤형 프로그램 ‘소리터? 놀이터!’, ‘예술놀이터 SORI’ 등을 운영한다. 전당은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 ‘월드콘(월간 드림 콘서트)’과 전주를 제외한 도내 13개 시·군을 순회하는 ‘찾아가는 예술극장’을 통해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에도 나선다. 이 대표는 “전당이 세계적 공연을 유치하는 동시에 지역 예술이 외부로 확장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시설 개선과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병행해 도민 문화향유권 증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6.04.02 17:53

'K-문화 수도’ 전북의 역설⋯방송·디지털 콘텐츠 산업은 ‘낙제점’

전북특별자치도가 자체 보유한 전통문화 콘텐츠를 강조하며 ‘K-컬처의 수도’라 자부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실질적인 콘텐츠 산업 성적표는 처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래 먹거리인 방송 영상과 디지털 분야에서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어,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2024년 기준 콘텐츠산업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방송·영상 산업(독립제작사 제외) 사업체 수는 고작 11개에 불과했다. 이는 전국 총 1151개 사업체 중 단 1%에 그치는 수치다. 그나마도 대부분이 기존 방송사의 지역국 형태임을 고려하면, 순수 민간 제작 역량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지리적 여건이 유사한 강원(19개)이나 전남(14개)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치다. 지역의 서사를 영상 콘텐츠로 가공해 외부로 확산시킬 ‘엔진’ 자체가 꺼져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한지, 판소리 등 전북의 우수한 원천 소스들은 디지털 콘텐츠로 전환되지 못한 채, 지역 내 소규모 행사용으로만 소비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미래 산업인 애니메이션과 디지털 솔루션 분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북은 이 분야에서 업체 수를 산출하기 어려울 정도로 저변이 얇으며, 어렵게 버티고 있는 소수의 사업체마저도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고 있다. 기술력을 요하는 캐릭터 개발이나 게임 제작 업체가 적다 보니, 도내 대학에서 배출된 청년 인재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다. 실제 전국 애니메이션 산업 종사자는 2022년 6373명에서 2024년 6832명으로 꾸준히 증가했지만, 전북은 같은 기간 39명에서 19명으로 ‘반토막’이 난 것으로 확인된다. 기업 규모의 영세성도 고질적인 문제다. 도내 콘텐츠 기업의 80% 이상은 종사자 1~4명 규모의 소기업으로 밝혀졌다. 매출을 견인할 대형 업체는 대부분 수도권에 쏠려 있고, 도내 업체들은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며 근근이 버티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지역이 전통 콘텐츠에만 고집할 게 아니라, 이를 담아낼 ‘디지털 그릇’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도내 콘텐츠 업계 종사자 A 씨는 “콘텐츠 산업 발전은 단발성 지원 사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실속 있는 기획으로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강소 기업과 이들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기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재 지역 내 사업체 수가 너무 적다 보니 지원금 예산 규모 자체도 타 지역에 비해 적게 배정되는 실정”이라며 “지역 영세 업체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로드맵 마련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6.03.31 17:28

청산한다던 친일 잔재, 전북 문화예술은 왜 성역인가

전북특별자치도가 친일 잔재 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 납득하기 어려운 ‘행정적 이중잣대’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역 예술계에는 자생력 부족 등을 이유로 지원금 삭감의 칼을 휘두르면서도, 정작 도 스스로 청산대상으로 규정한 인물들의 선양사업에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며 정책적으로 자기부정에 빠진 모습이기 때문이다. 전북도는 지난 2020년 ‘친일 잔재 전수조사 및 처리방안 연구용역’을 통해 도내 친일 잔재 133건을 직접 규명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가미카제 특공대를 미화하는 등 친일 행적이 뚜렷한 인물들을 명백한 청산대상으로 분류하며 행정적 대응의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현재 도에서 추진하는 사업 중에는 도 스스로 내놓은 조사 결과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는 실정이다. 실제 올해 전북문화관광재단 지원사업에서 도내 시·군 문인단체 대다수는 자생력 부족 등을 이유로 탈락했다. 반면 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인물을 기리는 특정 단체는 선정돼 공적자금을 지원받게 됐다. 재단 측은 “기획안 내용이 우수하고 제자들에게까지 연좌제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지만, 행정이 규정한 청산 대상사업에 스스로 공적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모순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가치 판단의 문제를 넘어 행정원칙의 일관성이 무너진 부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적 공간의 역사적 감수성 결여도 심각하다. 국립전주박물관에서는 최근까지 친일 행적이 뚜렷한 인물의 작품을 비판적 주석 없이 예술성만 강조해 전시해왔다. 교육적 가치를 우선해야 할 국립기관이 과오는 은폐한 채 심미적 가치만 부각하는 것은 관람객에게 왜곡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해당 콘텐츠는 지역 예술계의 거센 항의 끝에 지난 2024년 삭제됐다. 지자체의 행태는 더욱 직접적이다. 군산시에서 운영하는 채만식문학관은 2명의 공무원이 상주하며 1년에 1억3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상황이다. 군산의 ‘백릉길(채만식)’이나 고창의 ‘인촌로(김성수)’ 등 친일인사의 호를 도로명주소로 고수하는 현실은 행정의 역사적 감수성 수준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지점이다. 최기우 작가는 30일 전북일보와의 통화에서 “언어를 짜깁기해 만든 미사여구에 무슨 사상이 담겨 있겠느냐"며 “삶과 철학이 무너진 작가의 작품을 예술이라는 명분으로 보존하는 행태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친일 문인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그늘에 가려진 다른 소중한 문인들을 지우고 묻어버리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순수하게 예술적 측면으로 봤을 때는 그들의 성과를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며 “과거에 대한 행적은 비판해야겠지만, 행정에서 예술 창작에 대한 기회까지 박탈하는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친일과 관련해서는) 논의와 공감대 형성을 통해 차근차근 접근해야 할 측면이 있다. 앞으로 관련 사안은 개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6.03.30 17:38

‘여름축제’ 지향한 전주세계소리축제 2년 만에 가을로 유턴?

전주세계소리축제 신임 집행부가 축제 개최 시기를 가을로 되돌리고, 올해 개막공연을 생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년 전 차별성 확보를 위해 ‘여름축제’로 변경한 것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철 조직위원장은 축제 정상화의 일환으로 이같은 계획을 언급했다. 이는 지난 2024년 글로벌 브랜드 강화와 여름 휴가철 관광객 흡수를 목표로 개최 시기를 8월로 옮긴 지 불과 2년 만에 나온 정책적 변화이다. 소리축제가 이같이 개최 시기 변경을 논의하게 된 배경은 여름철 극심한 폭염 등 기후 리스크로 관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의 여름 개최가 당초 내세웠던 비수기 전략의 이점을 증명하지 못한 채 브랜드의 정체성만 약화시켰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도내 문화계 인사는 “여름 개최는 다른 축제와의 경쟁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기후 리스크를 상쇄할 만큼의 관객 동원이나 새로운 변화는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며 “가을에 행사가 많다는 이유로 개최시기를 옮겼지만 바꿔서 생각하면 그때가 적기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개최시기 변경은 축제 본연의 경쟁력을 회복하려는 정상화 절차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최시기 복귀의 타당성과는 별개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철학 부재와 행정 공백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축제 개막 공연을 생략하거나 간소화하겠다는 방안은 축제가 지켜온 브랜드 가치를 스스로 훼손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이에 소리축제 측은 조직위가 그동안 개막공연을 준비하며 소모적인 부분이 많았고, 시기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이라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개막공연 대신 세레머니 형식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조성원 프로그램팀 팀장은 “축제는 플랫폼의 역할을 해야 한다. 공연제작에 대한 의무를 가져가는 게 맞는지 내부적으로 10년 넘게 고민해왔다”며 현실적인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시기 변경 역시 단순한 날씨 탓이 아니라 ‘축제성 회복’을 위한 방안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반면 현장의 시각은 다르다. 축제와 협업해온 한 예술인은 “올해 개막공연을 위해 유관기관과 실무협의가 상당 부분 진행 중이었으나 집행부 교체와 함께 무산됐다”며 “개막공연은 축제의 정체성과 그 해의 지향점을 드러내는 메시지인데 행정공백이나 제작 준비시간 부족을 이유로 포기하는 것은 축제의 상징성을 스스로 저버리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번 파행의 근본 원인은 전북도의 인선 지연이 꼽힌다. 집행부가 3월 중순에야 확정되면서 국제적 수준의 메인 프로그램을 기획할 물리적 시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는 독립적인 전담조직을 갖춘 소리축제가 지자체의 인선 시계에 따라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올해 25주년을 맞은 축제가 내놓은 구상이 지속 가능한 축제 모델을 위한 전략적 전환점이 될지는 향후 구체화될 최종 실행 계획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소리축제 측은 올해 8월 축제 운영을 지켜본 뒤 개최 시기 변경 및 프로그램 개편안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도내 문화·공연계 관계자는 “올해 25주년을 맞은 소리축제가 지역예술인의 참여 요구와 글로벌 콘텐츠 생산이라는 두 개의 가치 사이에서 명확한 공통분모를 찾아가야 한다”며 “지자체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인 운영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6.03.26 17:53

전시 기간 아니었나요?…문 닫힌 한벽 전시실, 공공 운영 신뢰도 ‘흔들’

“분명 전시가 열린다고 했는데, 전시장 포스터도 없고 문도 닫혀 있네요. 오늘 전시 기간이 맞긴 한가요?” 전주 한옥마을 내 대표 전시공간인 전주한벽문화관 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개인전이 전시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정상 운영되지 않으면서 관람객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전시가 제때 열리지 않으면서 공공 전시공간 운영 신뢰도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가 된 전시는 전주문화재단의 ‘2026 전시공간 지원사업’에 선정된 진현진 작가의 개인전 ‘발원: 바라고 또 바라다’로, 지난 11일부터 이달 3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안내된 관람시간은 일요일과 월요일을 제외한 주 5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다. 그러나 26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전시실은 정상 운영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전시장 외부에는 해당 전시를 알리는 포스터가 부착돼 있지 않았고, 관람 시작 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전시실 출입문은 닫혀 있었으며 내부 조명도 꺼진 상태였다. 최근 포근해진 날씨로 전주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전시 운영이 불규칙하게 이뤄질 경우 관람객 불편은 물론 문화공간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은 전주문화재단이 지역 예술 지원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공모 선정 전시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것은 지원사업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전시 운영 구조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한벽문화관에서 진행되는 다수 사업이 외부 단체 대관 형태로 운영되는 가운데, 이번 전시는 자체 추진 사업이지만 별도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비예산 사업’으로 분류돼 관리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역 시각예술계에서도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지역 작가는 “공모에 선정돼 전시 기회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시장 관리나 홍보가 뒷받침되지 않는 지원은 작가에게 허탈감을 줄 수 있다”며 “단순 공간 제공을 넘어 전시 기간 동안 기본적인 운영 인력과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벽문화관 운영팀 관계자는 “전시 담당 팀장과 실무자의 갑작스러운 병가와 연가로 인해 인수인계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해 운영에 차질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전시는 별도 예산이 없는 사업으로 대관료를 받지 않는 구조이며, 홍보 역시 입구 현수막 중심으로 진행돼 외부에서 확인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전시장 운영에 더욱 신경 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벽문화관 전시실은 회화·조각·공예·사진 등 다양한 시각예술을 선보이며 지역 예술 생태계 활성화와 시민 문화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해 운영되는 공간이다. 그러나 이번 사례를 계기로 공공 전시공간의 운영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6.03.26 16:58

전북문화관광재단만 납득한 ‘심사위원 경력’…심사받는 예술가는 신뢰 안해

전북문화관광재단의 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이 전문성을 잃은 복불복 심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정청탁을 막고 공정성을 높이겠다며 도입한 심사위원 추첨방식이 오히려 해당 분야를 모르는 비전문가를 심사석에 앉히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재단은 “표기 방식의 오해일 뿐 실질적인 경력은 충분하다”고 해명했지만 심사위원 선정 단계에서부터 누가 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전문성을 증명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24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사업 심사위원 구성은 미술장르에 컴퓨터공학 전공자와 영상전문가가 배치되고 연극 심사에는 마케팅 관련 협회 인사가 투입되는 등 장르별 전문성 부재 현상이 다수 확인됐다. 이는 해당 분야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이들의 손에 지원금의 당락이 맡겨졌음을 의미한다. 실제 재단 심사평에서도 “계획이 추상적”이라거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대부분의 장르에서 반복됐다. 이같은 현상은 심사위원들이 기획의 핵심을 꿰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심사위원 인력풀의 기형적 편중 역시 공적 심의의 투명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도내 6개 문화재단에 다양한 인적 자원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지자체 재단인 전주문화재단 인력이 전체 10개 장르 중 음악, 연극, 전통, 다원 등 4개 장르 심사위원으로 포함됐다. 도 단위 사업을 시·군 재단 실무자들이 심사하는 구조는 서로의 사업을 밀어주고 끌어주는 ‘상부상조 심사’라는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지점이다. 이에 대해 재단은 현행 시스템이 ‘절차적 공정성’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홍승광 재단 문화예술본부장은 “심사위원 선정은 인력풀 내 3배수를 무작위 추첨한 뒤 제척사유를 확인해 섭외하는 방식”이라며 “특정 기관 인력의 포진은 추첨 과정에서 발생한 우연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내 전문가들이 이해관계나 민원 발생을 우려해 심사를 기피하는 현실적 한계가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전문성 논란에 대해서도 재단은 ‘행정 표기의 오해’라고 선을 그었다. 공식 직함은 현재 소속을 따르다 보니 발생한 기재상 문제일 뿐, 실제 심사위원들이 과거 배우 활동이나 평론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시스템 탓으로 돌리려는 행정편의적 발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는 “누가 보더라도 수긍할 만한 전문가를 심사위원으로 배치하는 것이 행정의 기본”이라며 “심사를 받는 예술가(지원자)들의 수용성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재단은 현장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향후 명단 공개 시 현재 직함 외에도 주요 예술 경력을 함께 기재하고 전문성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소액다건’식 지원에서 벗어나 트랙별 특성화 지원으로 체계를 전환할 계획이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6.03.24 17:46

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고무줄 잣대’ 심사에 예술계 분노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이하 재단)의 ‘2026년 문화예술육성 지원사업’ 선정 결과를 두고 예산 배분의 형평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지역 예술계를 대표해 온 주요 단체들이 대거 탈락하고 특정 인사가 연관된 단체들에 지원금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22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9억5000만 원이 투입된 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심사에서 전북시인협회, 국제펜(PEN)문학 전북지부 등 지역 문단을 지탱해온 대표 단체들이 선정에서 제외됐다. 특히 한국문인협회 산하 14개 시·군지부 중 단 두 곳을 제외하고 전원이 탈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은 “지역 문단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단체는 탈락시키고 소규모 단체들만 선정한 것은 현장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며 “지원이 중단되면 역사 깊은 단체들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성토했다. 장교철 전북PEN문학회장 역시 “문학인들을 구걸하는 처지로 몰아넣고 자존심을 짓밟았다”며 “객관적인 지표보다 심사위원의 입맛이 우선시되는 불투명한 심사기준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날을 세웠다. 올해 장르별 심의기준을 보면 문학분야 평가는 △계획의 구체성 및 타당성 40% △신청단체의 실행역량(사업실적 및 경력) 40% △발전기여도 및 파급효과 20%로 구성됐다. 실적과 경력 배점이 40%에 달함에도 지역 대표 문학단체들이 탈락하면서 심사 기준에 의문이 커지는 상황이다. 더욱이 "글을 통해 뜻을 전달하고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점은 (신청서가) 문학작품과 다르지 않다”라는 심사평은 공공지원사업의 객관적 평가 기준이 심사위원의 주관적 잣대에 밀려났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반면 특정 인사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복수의 단체들이 명의만 바꿔 지원금을 중복 수령하는 행태는 전혀 걸러내지 못했다. 재단 이사직을 역임했던 한 인사가 개인 지원금을 받은 데 이어, 본인이 운영하는 다수의 단체까지 사업에 선정되면서 예산을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정통성을 지닌 단체에는 엄격한 기준을 들이댄 재단이 특정 인맥의 예산 독식은 사실상 방치하면서 공적 기구로서 공정성을 저버렸다는 지적이다. 또한 사진 분야 신청 자격으로 ‘개인전 1회 이상’의 실적을 요구하는 것은 예술가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벽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가로 활동 중인 한 예술인은 “성장의 마중물이 되어야 할 지원사업이 오히려 ‘자력 전시’를 요구하고 있다”며 “재단이 자금력을 갖춘 이들만 넘을 수 있는 문턱을 세워 예술가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현장 이해도가 낮은 외부 심사위원들을 중심으로 한 심사 방식이 전문성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면서 재단 심사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다. 홍승광 재단 문화예술본부장은 “올해 예산 증액분은 개인예술가 지원에 우선 배정했다”면서 “특정 인사의 중복 수혜 건은 내부에서 인지했으나 외부 심사위원들의 선정 결과를 임의로 조정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향후 현장 의견을 수렴해 성장 단계별 지원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편하겠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6.03.22 16:52

[안성덕 시인의 ‘풍경’] 소리 없이 기적이 웁니다

대개 일제강점기, 새마을운동 시대에 생겨났지요. 간이역은 시설이 낡고 오래된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 역무원이 없고 정차만 하는 역이라고 표준국어대사전은 정의합니다. 이용객이 줄어 거의 사라졌지만, 한때는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이라는 산간벽지 승부역도 왁자했었지요. 간이역, 이젠 영화나 소설이나 다큐나 시에서나 뚜우 뚜우 거립니다. 세월의 승부에서는 지고 추억의 승부에서는 살아남은 셈입니다. 수선화 촉인 듯 고개를 내밉니다. 그 봄 속으로 돌아가 보고 싶습니다. 봄 春 나루 浦 전라선 춘포역, 개찰구를 빠져나간 세월도 사람도 아직 돌아오지 않았건만, 이젠 영영 돌아올 수 없는 역 아닌 역이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큰 들이라서 일제강점기 대장촌(大場村), ‘오바무라’라 불렀지요. 익산에서 여수 가다 보면 동이리 다음 역이었고 전주에서 익산 갈 땐 삼례 다음이었고요. 1914년 기적을 울려 1996년 ‘춘포역’으로 이름표 바꿔 달고 1997년 간이역이 되었다가, 2007년 문을 닫았네요. 만경강변 벚꽃 흐드러진 어느 봄날 덕진역에서 타 춘포역에서 내린 적 있었지요. 만발했던 벚꽃도 봄나루 사공도 간 곳 모릅니다. 춘포역 플랫폼에 소리 없이 기적이 우네요.

  • 문화일반
  • 기고
  • 2026.03.21 08:46

‘K-문화수도’ 외치는 전북도, 홈페이지엔 문화가 없다

전북특별자치도가 ‘K-문화수도’라는 청사진을 내걸고 있지만, 정작 도민과 소통하는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문화를 외면하고 있다. 대외적 홍보와는 달리 문화·예술 카테고리를 찾아보기도 어렵고, 특정 단일 사업보다 낮은 단계로 분류돼 있어 전북도가 내세우는 문화중심지로서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19일 전북도 홈페이지의 분야별 정보를 살펴보면 △전북 고향사랑 기부제 △전북 복지 △저출생 대응 정책 △전북, 마이웨딩 △토지/교통 △전북 농업 등이 배치돼 있다. 하지만 도의 미래전략이라고 주장하는 문화는 메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 때문에 도민들은 문화 관련 정책이나 소식을 확인하기 위해 방대한 공고문을 뒤지거나 홈페이지 하단에 배치된 관련 사이트 링크를 찾아 헤매야 하는 처지다. 반면 결혼지원사업인 ‘전북, 마이웨딩’은 분야별 정보에서 한번의 클릭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문화분야는 별도의 사이트가 있어서 홈페이지에 넣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도립미술관이나 문화관광재단 등 기관 홈페이지인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농업 등 다른 분야도 별도의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유독 문화·예술 분야만 메뉴에서 증발한 것은 행정 내부의 명확한 기준이 부재하고 문화에 대한 무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모습은 다른 광역단체와 비교하면 더욱 초라하다. 전남도나 경북도는 홈페이지 첫 화면부터 문화와 관광 메뉴를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해 지역의 매력을 알리는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도는 2023년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문화 메뉴를 넣을지 고민하고도 결국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문화수도’를 외치면서도 행정 내부에서는 문화를 마이웨딩 사업보다 가볍게 여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지역 문화계는 행정이 문화를 대하는 저급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역의 한 문화계 인사는 “거대한 축제 예산으로 생색내기보다 도민의 정보 접근성 같은 기본부터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홈페이지를 개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메인 메뉴에 문화를 배치하려면 전체적인 시스템 확인과 타·시군 사례 비교가 선행돼야 한다. 예산 편성 문제도 얽혀 있어 당장 개편은 어렵겠지만 빠른 시일 내에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북도는 전북일보 취재가 시작되자 홈페이지에 ‘문화관광'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6.03.19 17:45

"전주 문화의 다음 20년”⋯정책 전환 목소리

전주문화재단 설립 20주년을 맞아 열린 ‘미래전략 포럼’ 종합토론에서 재단의 정체성과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단순한 사업 수행기관을 넘어 지역문화정책을 설계하는 주체로의 전환 필요성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19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열린 이번 포럼은 이흥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초빙교수의 ‘지역 공진화 문화전략’과 라도삼 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의 ‘AI시대, 지역과 문화기획’ 발제로 시작돼 향후 문화정책 방향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시했다. 종합토론은 원도연 원광대 교수를 좌장으로 김은정 전북일보 콘텐츠기획실장, 김영주 가톨릭대 교수, 박영준 문화기획자, 설지희 프롬히어 대표가 참여해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를 이어갔다. 김은정 실장은 “문화재단의 성과는 사업 규모 확대가 아니라 지역문화 생태계의 건강성과 문화단체의 자생력으로 평가돼야 한다”며 공모사업 중심 구조 속에서 재단의 정체성이 흐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주 교수는 “AI 시대에는 기존의 산업·이벤트 중심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지산학 협력, 문화데이터 구축, 실험적 플랫폼 조성 등 ‘공진화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영준 문화기획자는 “지역에 축적된 서사와 진정성이 문화의 본질”이라며 단기 성과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창작 인큐베이팅과 지속적인 지원 체계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설지희 대표는 시민 참여 확대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전주는 문화 향유 역량이 높은 도시”라며 시민이 기획과 소비에 직접 참여하는 구조와 거버넌스 구축 필요성을 언급했다. 토론자들은 공통적으로 문화재단이 공모사업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정책 설계와 생태계 조성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한 행정과 예술가, 시민을 연결하는 매개 조직으로서 ‘플랫폼’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번 포럼은 전주문화재단 20년을 계기로 지역문화정책의 방향을 재점검하고, 지속가능한 문화생태계 구축을 위한 과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재단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지에 따라 전주 문화정책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6.03.19 17:45

내 이웃의 서재가 ‘인문학 도서관’으로…전주시 제1호 시민서가 지정

전주시가 시민이 평생 정성껏 가꿔온 개인서재를 공동체 자산으로 공유하는 ‘제1호 전주시민서가’를 선보인다. 시는 오는 23일 문화사학자인 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이사장의 서재를 제1호 시민서가로 공식 지정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이번 협약은 ‘함께라서(書)’라는 슬로건 아래 개인이 소장한 장서와 인문학적 가치를 공적 자산으로 인정하고 이웃과 나누는 ‘책 문화 가치 환산’ 사업의 일환이다. 지자체가 주도해 사적인 독서공간을 지역사회의 인문학 거점으로 탈바꿈시키는 시도는 전국에서 전주시가 처음이다. 제1호 시민서가로 지정된 ‘신정일의 서가’는 신 이사장이 1970년대부터 수집해온 문학·역사·철학 등 수만 권의 인문학 서적이 소장된 보물창고다. 특히 희귀 문학잡지 창간호와 시집은 물론, 한국 잡지사의 중요 자료인 <뿌리 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 등을 보존하고 있어 인문학적 가치가 높은 곳으로 평가받는다. 협약에 따라 해당 서가는 오는 2028년 2월까지 2년간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시는 이곳을 거점으로 월 1회 이상의 ‘서재산책’ 활동과 청소년 진로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역사회공헌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시민을 위한 강연도 마련된다. 오는 31일 ‘전주 택리지’를 시작으로 △4월 조선을 뒤흔든 역모사건 △6월 해파랑길 인문기행 △10월 세상을 바꾼 문장들 등 매월 화요일마다 깊이 있는 강연이 펼쳐진다. 신 이사장은 “개인의 서가도 누구나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는 도서관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시민들이 이곳에서 책을 읽고 깊은 사유를 공유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6.03.18 17:43

“관객은 늘었는데 돈은 안 된다”…전북 공연계, ‘속 빈 성장’

전주와 완주, 익산, 고창 등 다수의 문화도시를 보유하며 국내 문화 거점으로 자리매김해 온 전북특별자치도의 공연계가 관람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정체되는 ‘속 빈 성장’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5년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자치도의 공연 티켓 예매 수는 30만3507매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1.8% 증가한 수치로, 공연장을 찾는 관객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티켓 판매액은 127억1141만 원으로 3% 증가에 그치며 수익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전국 평균 증가율(18.8%)을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부산(23.0%), 인천(72.2%) 등 주요 지역과 비교해도 격차가 뚜렷하다. 이 같은 괴리는 공연예술 소비의 양적 확대가 질적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전북 공연시장의 낮은 수익 구조는 구조적 문제로 꼽힌다. 대형 투어 공연 유치가 부족한 데다 무료 공연이나 1~2만 원대 저가 공연 비중이 높아, 예매 증가가 곧바로 수익 증가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전국 평균 티켓 가격이 7만 원대까지 상승한 것과 달리, 전북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공연단체들은 티켓 수익만으로 제작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보조금 의존도가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티켓 판매 증가 역시 일부 대형 공연장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지역 문화 기획자 A 씨는 “지난해 티켓 예매 수 증가에는 대형 공연장에서 열린 유명 연예인 콘서트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실질적인 유료 티켓 판매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익산예술의전당 등 일부 대형 공연장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예술인들의 콘텐츠 경쟁력은 충분하지만, 이를 소비로 연결할 유통·마케팅 기반이 부족하다”며 “공연장이 보유한 회원과 홍보 역량이 지역 공연으로 확장되지 않으면 구조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대형 공연장의 역할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부 유명 공연 유치에 그치지 않고 지역 예술단체의 무대 참여를 확대하는 ‘쿼터제’ 등 적극적인 육성 전략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A 씨는 “지역 공연을 단순 수익이 아닌 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지역 공연이 지속적으로 무대에 오르고 관객과 만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6.03.17 16:49

전당과 통합하며 몸집 불린 전주문화재단, 통합 시너지 어디에?

설립 20주년과 통합 출범 1주년을 맞은 전주문화재단이 덩치만 키운 조직 운영과 생색내기식 예술지원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당과 통합 이후 거대 조직으로 거듭났지만, 정작 지역예술인을 위한 직접 지원금은 예산의 1%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예술진흥이라는 본연의 목적보다 시설 관리와 대형 전시를 위한 행정기관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16일 재단에 따르면 올해 총 예산은 1회 추경을 포함해 약 169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전주시 출연금이 109억원이며 나머지는 문화도시 조성사업(13억원)과 팔복예술공장 기획전시(5억원) 등 대형 프로젝트와 시설 운영비로 채워졌다. 반면 지역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전주예술가지원사업’ 예산은 1억9000만원으로 전체 예산의 약 1.3%에 불과하다. 이는 전년도(2억원) 예산보다 1000만원 삭감됐다. 이처럼 예산 우선순위의 불균형은 대형전시와 기념행사 예산과의 격차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재단이 추진하는 창작기획전시 운영 예산은 올해 1억1000만원에 이월사업비 4억 원을 더해 5억1000만원에 달한다. ‘재단 20주년 기념행사’ 역시 예술가 직접 지원금보다 많은 2억원이 책정됐다. 이에 대해 재단은 마르크 샤갈 전시에 도슨트로 지역 예술가를 채용하는 등 예술인들을 사업에 적극 참여시키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예술진흥의 핵심인 ‘문예진흥팀’ 예산은 3억7000만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전당과 재단의 통합 시너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조직 개편으로 확대된 미래문화실에서 추진하는 ‘첨단기술 접목’ 사업과 전통문화실의 ‘전통놀이 진흥사업 발굴 및 기획’ 사업은 추진 배경이나 내용에서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단은 각 사업의 기능과 역할이 분리되어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장에서는 행정력 낭비와 유사 사업의 나열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또한 관리직급(4~6급) 23명이 포함된 현원 87명의 인력 상당수가 시설 유지와 대관 업무에 몰려있다. 통합 과정에서 기존 두 기관의 간부급 인력을 실장급으로 그대로 흡수하면서 조직의 허리는 얇아지고, 머리만 무거운 기형적 구조로 고착화됐다는 평가다. 임승한 재단 경영지원부장은 “사업은 기능과 역할에 따라 철저히 분산·분류되어 있으며 기획자 양성 등 세부 목적에 맞춰 사업을 촘촘하게 나누다 보니 외부에서는 유사 사업으로 비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합 이후 보완이 필요한 지점들을 확인하고 있으며 조직 진단을 통해 성과지표를 새롭게 수립하고, 재단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내실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6.03.16 17:20

[안성덕 시인의 ‘풍경’] 황등 비빈밥

익산 황등, 빛깔 곱고 단단하고 철분이 적어 경기도 포천석보다 경상도 거창석보다 알아주는 일등 화강석 산지랍니다. 옛날엔 손으로 바위를 뜨고 쪼아야 했으니 당연히 사람이 많았겠지요. 밥 먹는 짬도 아껴야 밥을 먹을 수 있었던 시절, 끼니때면 식당에 몰려들어 허겁지겁 퍼 넣는 인부들이 짠했겠지요. “얼릉 먹고 가 많이 버시오”, 양푼에 비벼주었고 그 끼니가 추억이 되었지요. 장날이라는데 황등장도 여느 오일장처럼 썰렁했습니다. 시장 구경은 뒷전 밥집부터 찾았지요. 석공들에게 비벼주었다던 비빔밥 아니 비빈밥을 어서 먹어보고 싶었거든요. 추억의 반은 음식이라던가요? 그렇담 음식의 반도 추억이 될 수 있겠네요. 추억이 그리운 사람들인지 추억을 만들려는 사람들인지 놓친 끼니때건만 붐볐습니다. 시절도 상황도 변했는데 그때 그 맛이 날까요? 망치도 정도 들어본 적 없는 내가 어찌 그 맛을 알기나 할까요? 밥을 기다리며 발터 벤야민의 ‘산딸기 오믈렛’을 생각했습니다. 천년만년 간다는 화강석으로 황등역에 만들어 둔 고향 가는 열차처럼, 시절도 인정도 맛도 새겨 둘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흔히 밥은 먹고 끼니는 때운다고 하지요. 비빈밥, 호랭이 담배 먹던 시절이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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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4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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