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2-07 17:12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단오장’, 여성의 삶과 전통 잇는 창작무용극 전주서 재조명

(재)전주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올해 마지막 ‘2025 공연예술 지원 선정작’이 관객을 찾아간다. ‘우수 레퍼토리’ 부문에 선정된 이해원무용단 아움은 오는 28일 오후 7시 30분, ‘단오장-조화와 순응의 의미’를 선보인다. 2022년 초연 이후 꾸준한 수정과 보완을 거쳐 3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은 더욱 깊어진 해석과 높은 완성도를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작품은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과 전주 단오제를 현대 무용 언어로 새롭게 풀어내 지역 공동체와 전통이 품고 있는 의미를 재조명한다. 특히 단오제 속 ‘여성의 자유와 해방’이라는 상징을 중심으로 전통과 현대를 잇는 삶의 연속성을 탐구하며, 단오 의례 속에 드러나는 여인의 내면을 ‘연꽃의 순응성’이라는 이미지로 섬세하게 표현한다. 이해원무용단 아움의 이해원 대표는 “단오장이 공연예술지원 선정작으로 다시 무대에 설 수 있게 된 것은 큰 축복”이라며 “앞으로도 전주 공연예술계가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재단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공연은 국립무형유산원 얼쑤마루 대공연장에서 진행된다. 전석 3만 원이며 네이버티켓을 통해 사전 예매가 가능하다. 전현아 기자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11.27 16:57

제10대 전북시인협회 회장에 이광원 씨 선출

전북시인협회 제10대 회장에 이광원(70) 씨가 선출됐다. 이 당선인은 27일 전북특별자치도보훈회관에서 열린 제10대 전북시인협회장 선거에서 총 99표 중 50표(득표율 50.5%)를 얻어 이두현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3년간이다. 김제 출신인 이 당선인은 전북대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전북특별자치도 미술대전 초대작가로 활동했으며 원광대 한국어과 강사, 전주문인협회 사무국장, 전북회화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전북문인협회 부회장과 (사)국제PEN한국본부 전북지역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2004년 자유문학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으며, 국제해운문학상 본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눈물꽃 아름다운 날>이 있다. 이광원 당선인은 “미술과 국어 전공을 통해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3년간 협회를 위해 성실히 봉사하겠다”며 “조직의 화합과 단결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제시한 여섯 가지 공약 이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전북 시인 창작 공간 확보 △‘전북시인상’ 상금 현실화 △도내 14개 시·군 지부와의 정례 소통 강화 △원로 시인과 함께하는 워크숍 운영 △회원 대상 시집 발간 연계 ‘시 토크’ 개최 △전북 대표 시 정례 낭송회 추진 등을 공약했다. 전현아 기자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11.27 16:06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창영 작가- 징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가끔 아프리카 기아 문제나 우리나라에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자는 광고를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 그 마음 한편에는 문제 해결을 강요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묵시적인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이 말로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대신하며 살아왔다. 가난의 책임을 개인의 능력 부족이나 개인사로 치부하면서 그들이 처한 냉혹한 현실을 외면해 왔던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유엔 식량 특별조사관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이 질문에 대해 답을 들려주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가 제기한 문제는 오늘날 더 절실하게 다가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실제 통계 자료와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를 자기 아이에게 들려주는 식으로 편안하게 서술한다. 덕분에 독자들은 보고서나 통계자료의 딱딱함을 넘어서 사실에 기초하여 냉혹한 현실을 느긋하게 직시할 수 있다. 나아가 그의 생각에 충분히 공감하며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를 누릴 수도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 책에서 다룬 저자의 시각과 문제 인식은 오늘날에도 명확하다. 여전히 가난과 질병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고 힘들게 하며 우리 삶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다.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은 ‘기아’라는 사건을 둘러싸고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따라 나오는 사회, 정치, 인간의 욕망까지 한꺼번에 조망하는 것이다. 현장 전문가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다각적으로 검토할 수 있기에 더 신뢰가 가는 책이기도 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하나의 문제는 겉으로 보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 문제가 발생하기까지는 여러 종류의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대개의 경우 이 과정에서 이권 개입과 힘의 논리가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힘을 앞세운 가진 자들의 논리 앞에 인권과 정의는 유린되고 설 자리를 잃는다. 이런 구조적 어려움 속에서도 개인의 노력으로 희망을 만들어 낸 사례가 있다. 영화 <바람을 길들인 소년 (The Boy Who Harnessed the Wind>이 그 대표적 예다. 당장 한 끼도 먹을 형편이 안 되는 집안 상황에서 아이가 학교에 가는 것은 사치였다. 당연히 아이는 수업료 때문에 쫓겨날 위기에 처하고,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도서관 책을 마중물 삼아 메마른 대지를 적실 수 있는 수차를 개발한다. 영화는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기에 더 깊은 감동을 준다. 오늘도 지구편 한쪽에서는 음식물이 넘쳐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음식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는다. 누군가는 최고급 식당을 순회하면서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에 취하고 지구의 반대편에서는 허기진 배를 채워줄 음식 한 조각과 깨끗한 물이 없어 질병에 신음해야 한다. 가을 단풍이 머지않았다. 이제 헐벗고 주린 이들에게는 길고 긴 겨울이 시작될 것이다.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 선다. 눈앞의 문제도 처리하기 버거운 형편에서 가난에 시달리는 지구 반절의 인구를 책임질 여력은 없다. 지금 당장 세계를 바꾼다거나 누군가를 책임질 수 없지만 아마도 얼마쯤은 할 일이 남아 있을 것이다. 장창영 작가는 전주 출신으로 200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불교신문·서울신문 신춘문예에도 당선돼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사업과 전주도서관 출판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집으로 <동백, 몸이 열릴 때>, <우리 다시 갈 수 있을까>, <여행을 꺼내 읽다>, <나무의 속살을 읽다>가 있으며 인문서로 <나무의 문을 열다>, <디지털문화와 문학교육> 등이 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5.11.26 18:22

여든의 시선으로 다시 쓴 삶의 경전⋯정성수 작가 신작 발표

정성수 작가가 80세를 맞아 새 작품을 연이어 발표했다. QR코드 오디오북 <초대>(화암출판사)와 책 <죽음의 정법>(화암출판사)이 바로 그것. 먼저 죽음과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담은 신간 <죽음의 정법>은 인생의 중간점인 마흔 살을 기점으로 시작하는 삶의 절제와 성찰을 통해 결국 맞이하게 되는 죽음의 의미를 조명한다. 특히 작가는 죽음에 대해 어린 세대에게 직접 말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고백하며, 삶의 유한성과 무상함을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책에서는 마흔 살부터 신체적, 정신적 쇠퇴가 시작되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산 정상에 비유하며, 이후의 삶에서 건강과 욕심 조절, 성실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건강하게 사는 삶이 진정한 가치임을 전한다. 중복된 내용도 있으나 우리 인생 역시 중복과 반복의 연속임을 강조해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어 신간 시집 <초대>는 그간 여러 문학 행사에서 원고 청탁을 받고 선별해 온 134편의 시를 한데 모아 ‘디지로그 포엠(Digilog Poem)’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오디오북으로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QR코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스캔하면 시와 음악, 영상이 어우러진 다채로운 감상의 세계에 쉽게 접속할 수 있어 전통적 시집의 경계를 확장했다. 이번 시집은 문학 행사 초대에 응하며 그의 시가 지닌 문학적 성과와 사회적 메시지를 되새기는 자리이기도 하다. 시인은 관념적이거나 난해하지 않고 독창성과 가독성을 갖춘 작품을 엄선해 독자와의 소통에 집중했다. 손안에 사라지는 모래알처럼 짧으면서도 오래 기억되기를 바라는 섬세한 마음이 담겨 있어, 독자가 자신만의 의미를 발견하며 내면을 들여다보는 거울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전현아 기자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11.26 17:06

평범한 인물들의 미세한 감정⋯최아현 작가가 들여다본 세계

꼬불거리는 짧은 머리와 동그란 안경,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에는 아직 앳된 구석이 남아 있다. 갈색 코트 차림이 더해져 귀여운 인상을 주지만, 그가 걸어온 시간은 초년 작가의 경력이라 하기엔 묵직하다. 학창 시절 글쓰기 대회에서 성과를 냈고 자연스럽게 ‘글 쓰는 직장인’을 꿈꿨다는 그는 대학 막학기 교수의 한마디에 등을 떠밀리듯 신춘문예에 투고했고, 결국 등단에 이르렀다.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최아현(30·익산) 작가다. 그가 첫 소설집 <밍키>(고유서가)를 펴냈다.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 이름도 남지 않을 평범한 이들의 미세한 감정들이 여덟 편의 단편으로 묶였다. 20대와 30대 초입의 감각을 고스란히 담은 기록이기도 하다.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며 그는 첫 책 견본도 받아보지 못했다며 웃었다. 등단 당시를 묻자 그는 “그저 글 쓰는 직장인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역사학 전공생이던 그는 우연히 시나리오 수업을 참관했고, 담당 교수의 “한 번 해봐라”는 말에 용기를 내 투고한 작품이 등단작이 됐다. 작가는 “4~5년이면 첫 책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이게 안 되나 싶다가 결국 나왔다”며 “드디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설집에는 기존 발표작 3편과 2022년 이후 쓴 신작들이 실렸다. 주변에서는 “초기작과 최근작의 차이가 뚜렷하다”고 했지만 그는 “늘 비슷하게 마음에 안 든다”며 겸손하게 웃었다. 다만 책으로 묶어보니 공통된 결이 분명해졌다는 점은 인정했다. 엄마와 딸, 가족관계, 결정을 미루는 인물들 등 20대 시절 자신의 시선에 가까운 1인칭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표제작 ‘밍키’의 주인공은 자기 이름으로 된 것이 하나도 없는 중년 여성이다. 남편 명의의 휴대전화, 타인의 판단에 좌우되는 삶. 그는 “자기 이름으로 된 무언가를 갖고 싶어 하는 인물의 욕망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작품 ‘대원의 소원’에는 “콘서트 관람과 딸 결혼식, 두 소원이 같은 날 찾아오는 바쁜 중년 남성이 등장한다”고 했다. 욕망을 품는 인물에게 특히 마음이 간다는 것이다. 최 작가의 소설은 큰 사건보다 인물의 작은 움직임과 감정을 세밀하게 포착하는 것이 특징이다. 비결을 묻자 그는 “관찰이라기보다 딴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저 사람 왜 저럴까, 왜 그럴 수밖에 없을까. 그 ‘왜’를 오래 붙잡다 보면 장면이 떠오르고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밍키’는 천장에 돈을 숨기던 아주머니에게서, ‘대원의 소원’은 안예은의 음악을 조용히 듣던 택시기사에게서 출발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종종 외로움을 말하지만 그는 “정작 나는 외로움을 잘 느끼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오히려 그 감정이 궁금했기에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작가는 “사람들이 왜 외롭다고 할까, 왜 가까운 관계일수록 서로에게 기대려고 할까. 내가 잘 모르는 감정을 인물에게서 탐구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전주를 배경으로 한 단편도 있다. 그는 “전주시민이라면 ‘리빙 포인트’를 재밌게 읽을 것”이라며 “전주천과 구도심 풍경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라고 했다. 남성 화자가 등장하는 유일한 작품 ‘대원의 소원’도 “유쾌한 글을 쓰고 싶어서 넣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작업에 대해 그는 “갑자기 변신하려 하지 않겠다”고 했다. 단편 형식의 연작을 구상 중이라고도 귀띔했다. 그러면서 그는 “언젠가 올리브 키터리지처럼, 하나의 마을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단편집을 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도내에서 활동하는 작가로서 지역 문학 생태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최 작가는 “문화예술은 소비되면서도 보존해야 하는 대상이라 복합적이지만, 전주는 도서관과 독서 행사가 꾸준히 활성화된 도시라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며 “문학 행사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첫 소설집 출간을 앞두고 “아직 얼떨떨하다”고 했지만, 그의 말과 문장에서는 이미 다음 이야기를 향한 추진력이 느껴졌다. 일상의 작은 균열을 포착하는 감각,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호기심. 그것이 최아현 작가가 구축해가는 소설 세계의 힘이었다. 전현아 기자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11.26 17:06

[제3회 공생과 도전 전북혁신포럼] ‘AI로 전북의 미래를 다시 디자인하다’

26일 우석대학교가 ‘제3회 공생과 도전 전북혁신포럼’을 열고 AI 시대를 앞두고 대학·지자체·지역사회가 함께 준비해야 할 지역혁신 전략을 짚는 자리를 마련했다. 기조강연·특별강연·주제발표를 통해 전북의 산업 구조와 교육 현장의 변화를 AI 관점에서 심층 논의했으며, 지속 가능한 지역 상생 모델과 미래 교육 협력 거버넌스 구축 방향을 모색한 이날 발표 내용을 정리했다. 전북경제, 피지컬 AI로 반등의 기회 왔다 김윤태 우석대 부총장은 ‘제3회 공생과 도전 전북혁신포럼’에서 전북의 미래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새로운 AI 비전을 제시했다. 이날 기조강연에 나선 김윤태 우석대 대외협력부총장 겸 AI혁신추진위원장은 “지금이야말로 전북이 경제적 꼴찌를 벗어나 반등할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김 부총장은 전북이 추진 중인 ‘피지컬 AI 국가사업’을 핵심 전환점으로 꼽았다. 그는 “2025년 추경을 통해 시작되는 실증사업은 전북을 대한민국 피지컬 AI 중심지로 도약시키는 국가급 프로젝트”라며 “2026년부터 5년간 1조 원이 투입되는 R&D와 테스트베드 구축은 지역 산업·교육 전반을 혁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전북이 강점을 가진 △전기·자율주행차 △수소에너지 △바이오·생명과학 △헬스케어 분야는 피지컬 AI 기술과 결합할 경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험 자동화, 수소 기반 상용차 실증, 고령친화 로봇 기술 등은 이미 지역 여건과 산업 기반이 갖춰져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또한 김 부총장은 지역 대학의 역할도 언급했다. 그는 “산학 협력을 강화하고 자율주행·로봇자동화 중심의 산업학위제, 계약학과 등을 운영해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며 “AI 기반 지역 상생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전북 미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장은 “피지컬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전북이 선도 지역으로 도약할 전략”이라며 “지금이 바로 전북이 새로운 성장의 전기를 마련할 시점”이라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2030 전북 에너지 자립·탄소중립 달성, AI 인재 양성이 핵심 ‘제3회 공생과 도전 전북혁신포럼’에서 황우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2030 전북 에너지 자립 탄소중립도시 조성 AI 전문인재 양성과 글로벌화 전략’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황 교수는 기후위기와 산업구조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전북이 에너지 자립과 탄소중립을 선도하려면 AI 기반 기술혁신과 전문인력 양성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에너지 시스템 전환의 핵심 요소로 △분산형 에너지 관리 △스마트 그리드 △AI 기반 수요 예측 △신재생에너지 최적 운용 △친환경 모빌리티 확산 등을 제시했다. 그는 “기존 에너지 공급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 단위의 지능형 에너지 체계로 이동해야 한다”며 “전북은 재생에너지·수소·농생명 기반을 갖춘 만큼 아시아형 탄소중립 선도 모델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AI 전문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반복해 강조했다. 황 교수는 “앞으로의 에너지 산업은 AI와 결합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며 데이터 분석, 모델 개발, 에너지 최적화 알고리즘 등 분야에서 대학·지자체·기업의 공동 교육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글로벌화를 위한 국제 협력과 표준화 전략 마련도 함께 주문했다. 황 교수는 “에너지 전환과 AI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2030년 전북이 에너지 자립과 탄소중립을 달성한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체계적 인재양성과 실증 중심의 지역 혁신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AI 시대, 변화를 인정하고 메타인지 확장해야⋯새 인재상이 온다 ‘제3회 공생과 도전 전북혁신포럼’ 특별강연에서 김상균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AI 시대를 이끌 미래 인재의 조건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산업화 시대의 노동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며 “AI·피지컬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에 필요한 역량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학벌 중심의 사고는 이미 효용을 잃었으며, “실력주의와 팔란티어 학위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능력 기반 평가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업 환경 역시 변화해 “팀과 IT 부서가 통합되고, 직원 모두가 기업가정신을 갖는 시대가 되었다”며 AI 기술로 급격히 재편되는 산업 구조를 짚었다. 김 교수는 특히 ‘변화 인정’과 ‘메타인지 확장’을 핵심 가치로 제시했다. 그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변화를 거부하지만, AI 시대에는 변화를 인정하는 것이 첫 단계”라며 “기존 지식의 한계를 넘어 자신을 성장시키는 메타인지가 필수”라고 말했다. AI의 능력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수십 개 언어를 구사하며 쉬지 않고 학습하는 존재가 이미 인간의 곁에 있다”며 AI 활용 역량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또한 김 교수는 ‘민첩한 실험’을 강조하며 “초기에는 더 싸게 하기 위해 시작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더 잘하기 위한 실험을 반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변화를 인정하고, 메타인지를 확장하며, 민첩하게 실험하는 개인들이 모일 때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며 “AI 시대가 빛으로 기억될지, 어둠으로 남을지는 우리의 선택”이라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완주 교육특구, 생성형·피지컬 AI로 새 모델 열 것 김천홍 우석대학교 교육발전지원센터장은 완주군 교육발전특구의 핵심 방향으로 생성형 AI와 피지컬 AI의 결합을 제시했다. AI가 학습 도구를 넘어 지역문제 해결의 플랫폼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논리다. 김 센터장은 완주군의 산업·교육 환경이 AI 실증에 적합하다고 진단했다. 자동차·수소·모빌리티 산업 인프라와 공공 데이터 활용 여건이 결합되면, 학교·지역·기업이 함께 움직이는 ‘AI-지역교육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생성형 AI 기반 학습지원, 피지컬 AI와 연계한 실습·직무훈련, 지역인재 정주 기반 마련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초·중·고 단계에서부터 AI를 실생활 문제 해결과 연결해 가르치는 교육 체제”를 강조했다. 또 완주군이 추진 중인 ‘교육발전특구’와 대학의 AI 교육자원이 연계되면 청소년에서 대학, 지역산업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성장 경로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완주군이 전북 피지컬 AI 국가사업과 연동될 경우 교육특구는 AI 기반 지역혁신 모델로 확장될 것”이라며 “학교 밖 지역 전체가 교육 공간이 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WIN-RISE, AI 기반 지역혁신 플랫폼으로 확장 이미경 우석대 RISE사업단 부단장은 ‘WIN-RISE’ 전략을 기반으로 AI 중심 지역혁신 구조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RISE의 핵심을 “대학-지자체-산업이 공유하는 공동 성장 플랫폼 구축”으로 규정했다. 이 부단장은 전북 지역의 구조적 문제로 △산업 기반 취약 △인재 정주 어려움 △대학 경쟁력 약화 등을 제시하며, 이를 해결할 실천 전략으로 ‘4대 AI 혁신 축’을 소개했다. AI 기반 연구혁신과 AI 창업 스타트업 지원 및 평생 학습 체계 구축이 핵심으로 제시됐다. 특히 그는 “지산학연 협력교육 체계와 AI·디지털 융합 교육을 강화해 산업현장의 수요를 교육과정에 직접 반영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지역특화인재 인증제, 마이크로디그리, 빅데이터 기반 학생성과 분석 등도 추진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부단장은 “전북은 바이오·수소·미식관광 등 다각적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며 “AI 역량이 접목될 경우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WIN-RISE는 교육혁신에서 연구혁신, 창업, 정주를 넘어 지역발전으로 이어지는 전북형 혁신 경로를 완성할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석대, 전 영역 AI 전환⋯교육체제 재편 착수 김성희 우석대 교육혁신본부장은 대학 교육 전반의 AI 기반 구조 재편을 발표했다. 그는 “AI는 선택이 아니라 대학 생존의 조건”이라며, 3개년 단계별 혁신 모델을 제시했다. 김 본부장은 AI 기반 교육혁신의 핵심을 ‘AI 혁신인재 파이프라인 구축’으로 설명했다. 이는 △AI 기반 교과 개편 △AI 활용 연구데이터 분석 △스마트 강의실·LXP 등 AI 인프라 확충 △교수·학생 AI 역량 강화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우석대는 전공별 AI+X 교과목 개발, AI 융복합 교육과정, 빅데이터 기반 정책 연구, 산학협력 문제해결 프로젝트 등 전 영역의 AI 전환을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그는 “AI는 교육과정·연구·산학협력·평생학습까지 모두 연결하는 기반 기술”이라며 “지역사회와 산업이 필요로 하는 실전형 AI 인재를 양성해 전북 산업의 변화를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또 대학 내부 데이터 통합, 학업 유지율·취업률 예측 등 AI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해 대학 행정의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전현아·이준서 기자

  • 문화일반
  • 전현아외(1)
  • 2025.11.26 16:57

공립미술관 전북에 추가 설립될까…전문인력·운영 한계 ‘과제’

지역민들에게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공립미술관’이 전북에 추가로 생길 전망이다. 다만 공립미술관을 운영할 전문인력 부족과 관람객 저하 등 구조적 한계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25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는 남원시와 순창군을 대상으로 공립 미술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실시한다. 남원시는 18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지상 3층 규모의 도자전시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순창군도 지상 2층 규모의 옥천골‧섬진강미술관 신축을 위해 212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도는 정책성, 기술적 타당성, 전시‧운영계획, 소장품 확보 방안, 재정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건립 타당성을 도출할 방침이다. 사전평가는 오는 28일 서면평가와 현장평가를 거쳐 내달 4일 전북도 박물관‧미술관진흥위원회 심의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당초 공립미술관 설립 타당성 평가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담당해왔다. 그러나 최근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제12조3의 개정으로 사전평가 권한이 문체부에서 도지사에게 이양됐다. 중앙정부에서 맡던 기능이 지자체 차원에서도 가능해진 것이다. 문제는 전국적으로 공립미술관과 박물관이 급격히 늘면서 전문 인력 부족과 운영예산 감소, 낮은 관람객 수와 같은 구조적 한계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가권한이 문체부에서 지자체로 이양돼 ‘문화시설을 위한 시설’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설립타당성 사전평가를 받는 순창군의 경우 미술관 1곳당 학예인력 1명이 필요로 하지만 학예인력 부족으로 옥천골‧섬진강미술관을 하나로 묶어서 학예인력 1명으로 공립 미술관 설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자전시관을 준비 중인 남원시 역시 공립 미술관으로 남원시립 김병종미술관이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남원현대옻칠목공예관 설립을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립미술관 설립은 재정의 지속성과 실질적인 문화수요, 장기 운영전략 측면에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미술관 건립 타당성뿐만 아니라 미술관이 장기적으로 운영이 가능한지 등을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며 “문화시설 확충도 중요하지만 큰 액수가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신중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은 기자

  • 문화일반
  • 박은
  • 2025.11.25 18:20

올해 가무악의 마지막 장⋯전통 춤 유파를 무대 위에 펼치다

전통춤의 결을 따라 한국무용의 어제와 오늘을 한눈에 조망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이 오는 27일, 올해 하반기 목요상설 무대의 피날레로 유파별 춤의 정신과 미감을 집약한 특별공연을 선보인다. 이날 오후 7시 30분,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이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공연할 2025 하반기 목요상설 가·무·악은 ‘유파별로 보는 한국의 춤, 시대를 바라보다’를 주제로 개최된다. 국악원이 마련하는 올해 마지막 목요상설 무대로, 무용단이 각 유파의 특징을 온전히 담아낸 전통춤과 당대 감성을 녹여낸 창작춤을 아우르는 무대를 준비했다. 한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은 전통 유파의 동선을 따라가며 한국무용의 깊이와 확장성을 동시에 체감할 수 있는 공연이다. 총 8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첫 문을 여는 ‘전라삼현승무’는 도내에서 전승된 전라삼현육각 가락에 맞춰 추는 지역 고유의 승무로, 현재 전북 무형유산으로 등록된 전통춤이다. 오대원 단원이 이종민 단원의 장고 반주에 맞춰 승무 특유의 장중한 호흡과 리듬을 펼쳐낸다. 이어 백인숙 수석단원이 선보이는 ‘신관철류 산조’는 호남을 중심으로 전해진 산조춤의 정수를 보여준다. 즉흥성을 바탕으로 한 맺고 푸는 기교가 돋보이며, 산조 가락과 춤의 결이 섬세하게 맞물린 무대다. 세 번째 작품 ‘넋, 푸리’는 전통을 기반으로 한 창작무용이다. 이매방류 승천무와 살풀이를 이현주 수석단원이 각색해 올리는 작품으로, 전통의 깊은 정서에 현대적 울림을 더한다. 이종민·신봉주·이윤서 단원이 반주로 호흡을 맞추고, 창극단 이세헌 단원이 부르는 상여소리가 장면의 서정을 더한다. 네 번째 ‘이혜경류 부채산조’는 여성 독무의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으로, 가야금 산조 반주에 부채를 들고 춤을 풀어내는 형식이다. 손과 부채가 하나의 호흡처럼 흐르는 구성미가 특징으로, 이은하 수석단원이 무대에 선다. 이어지는 ‘박금술류 살풀이’는 수건을 들지 않고 온몸의 호흡과 움직임만으로 정서와 해원을 풀어내는 독특한 유파다. 김윤하·김지춘 단원이 수건 없이 삶의 굴곡과 내면의 감정을 신체 움직임으로 전한다. 여섯 번째 ‘한영숙류 태평무’에서는 김소희 단원이 나선다.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대표적 전통춤으로 절제된 자태, 좌우 대칭의 구성, 간결한 발놀림이 어우러져 기원의 뜻과 정제된 미감을 전한다. 이후 무대에는 장인숙류 전주부채춤이 오른다. 노태호 단원이 펼치는 이 작품은 남도의 음악, 전주의 시나위 가락, 전주 합죽선의 미감, 매창의 시 ‘이화우’가 어우러진 춤으로, 살풀이의 깊이와 부채춤의 화려함이 공존하는 것이 특징이다. 마지막 무대는 정읍 출신 김병섭 명인의 전통을 잇는 ‘김병섭류 설장구’가 장식한다. 장단 변주와 역동적 몸짓을 기반으로 현대적 공연 양식을 이끈 유파로, 이유준 단원과 반주팀 김지춘·송형준·이종민·신봉주 단원이 함께 호흡을 맞춘다. 이번 공연은 초등학생 이상 도민을 대상으로 한 무료 공연이며, 관람 예약은 도립국악원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전현아 기자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11.25 15:24

[리뷰] 미완이어서 더 빛난 첫 무대… ‘꿈의 극단 전주’의 성장 기록

아이들의 손끝에서 태어난 작은 꿈들이 무대 위에서 또렷한 빛으로 피어올랐다. 지난 22일 전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열린 ‘꿈의 극단 전주’ 첫 정기공연 ‘두드림’은 26명의 어린 단원이 만들어낸 ‘성장의 기록’ 그 자체였다. 기술적으로 완성된 장면을 기대한다면 다소 아쉬울 수도 있지만, 이날 공연이 남긴 감동은 연기력이나 눈물 서사가 아닌, 단원들이 1년간 쌓아온 솔직한 마음과 시간이 만들어낸 울림에서 비롯됐다. ‘꿈의 극단 전주’ 단원들은 지난 1년간 매주 연극·신체·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경험하며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탐색하고 표현하는 법을 익혀왔다. 이번 작품은 우연히 발견한 ‘소원 램프’를 통해 멈춰버린 시간 속으로 들어간 아이들이 각자의 상처와 꿈을 마주하고, 결국 서로의 마음을 두드리며 성장의 문을 여는 이야기로 구성됐다. 단순한 줄거리였지만, 단원들의 표정과 동작에는 자신이 겪어낸 고민과 깨달음이 조용히 스며 있었다. 공연 초반은 귀엽고 소박했다. 어린이집 재롱잔치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장면이 깊어질수록 단원들은 지난 한 해 동안 쌓아온 감정의 언어들을 조심스레 꺼내놓았다. 대사는 흔들리고 움직임이 어긋나기도 했지만, 서로의 호흡을 기다리며 장면을 이어가는 모습에서는 ‘무대를 진심으로 만들어내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무대에 오른 단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의 성장을 들려줬다. 이예찬(완산중 3학년) 군은 “처음엔 진로 때문에 들어왔지만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고 인생을 보는 눈도 넓어졌다”며 “무대에 서니 쑥스러움보다 책임감이 먼저 느껴졌다. 기회가 생기면 꼭 다시 서고 싶다”고 말했다. 연기 경험은 많지 않지만 “프로처럼 서겠다”는 말처럼 이날 무대에서 흔들림보다 집중이 돋보였다. 주요 노래 장면을 이끈 천세연(대정초 6학년) 양은 “처음엔 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 정말 힘들었지만 1년 동안 연습하며 자신감이 생겼다”며 “무대를 마치고 나니 1년간 함께한 단원들과 무대를 만들었다는 성취감이 밀려와 울컥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공연 전에는 떨렸지만 퇴장할 때는 스포트라이트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서하은(전주북초 6학년) 양은 극단에 참여하게 된 계기부터 솔직하게 들려주었다. “처음엔 ‘왜 우리는 화려한 복장 없이 현실적인 이야기만 하지?’라고 의문이 많았다”며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게 꾸며낸 쇼가 아니라 진짜 꿈을 찾는 과정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 직전 무대 뒤에서 위압감을 느끼고 긴장했지만 “막상 마치고 나니 정말 상쾌했고 앞으로도 계속 연극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확실해졌다”고 전했다. “Do Dream! 두드려봐! 우리는 모두 꿈의 주인공!”이라는 마지막 외침은 단순한 대사가 아니었다. 지난 1년의 시간이 응축된, 단원들이 스스로에게 건네는 선언처럼 들렸다. 관객의 박수는 이들의 서툰 연기보다 그 용기와 성장을 향해 쏟아졌다. 표현이 서툴던 아이들이 이제는 관객과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나누는 법을 배웠다는 사실이 ‘꿈의 극단 전주’가 추구하는 예술교육의 결실이다. ‘꿈의 극단 전주’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26명의 어린 단원들이 참여하는 5개년 프로젝트다. 전주문화재단이 추진하는 이 사업은 예술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이 표현력과 협업 능력을 기르고, 스스로 삶을 이끌어가는 주체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공연은 그 첫 단계의 성과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미완의 무대였지만, 그 미완성 속에서 더 깊고 생생한 감동이 흘러나왔다. 아이들은 이제 막 꿈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 두드림의 소리가 앞으로 어떤 무대를 열어갈지 기대하게 만드는 공연이었다. 전현아 기자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11.23 17:51

완주 만경강의 생태와 아름다움, 사진으로 만난다

만경강의 생태와 자연을 담은 사진전이 완주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호연 사진 초대전으로 꾸며지는 ‘제5회 만경강 환경 보전 및 생태 사진전’이 24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완주군이 추진 중인 ‘만경강 기적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천연기념물 느시와 노랑부리저어새, 뻐꾹나리, 쥐방울넝쿨 등 지역 생태를 60여 점의 사진으로 담아냈다. 전시에는 꼬리명주나비의 무늬를 클로즈업한 사진과 요정이 춤추는 듯한 노랑망태버섯 등 만경강 특유의 신비로운 풍경이 담겨 있어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사진작가 이호연 씨는 “가을이 저물고 차가운 겨울이 다가오는 시기에 한 장의 사진이 따뜻한 이야기를 건넬 수 있다고 믿는다”며 “만경강이 살아 숨 쉬는 아름다움을 더 많은 분들이 사진을 통해 느끼길 바란다”고 전시 소감을 전했다. 다섯 번째 개인전을 맞은 이 작가는 2017년 완주군 생태아카데미 수료 후 ‘만경강 사랑지킴이’ 동아리를 조직, 초대회장을 맡았다. 개막 기념식은 24일 오후 1시 30분, 완주군청 1층 로비에서 진행된다. 관람은 무료이며, 완주의 자연과 만경강을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고 싶은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기다린다. 전현아 기자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11.23 15:06

[지방팬 생존기] ④온통 초록색뿐⋯혼자 갔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분명 혼자 갔는데⋯.” 지난 8월 말 강릉하이원아레나에서 축구 최강팀을 가르는 코리아컵 결승행 티켓을 두고 전북현대모터스·강원FC가 맞붙었다. 전북은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4강 1·2차전 합계 스코어 3대2로 결승에 올랐다. 원정석은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을 연상케 할 만큼 많은 전북 팬이 모였다. 원정 버스를 운행하지만, 개인이 이동하는 경우 전주~강릉까지 대중교통으로 편도 5시간, 자동차로 4시간 가까이 걸린다. 기자 역시 전북 머플러를 챙겨 원정석에 앉았다. 경기 전부터 서포터즈를 이끄는 콜리더의 신호에 맞춰 응원이 시작됐다. 누군가는 가족과, 누군가는 친구·연인과, 누군가는 혼자서 왔을 테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혼자’라는 느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북이 골망을 흔들면 처음 보는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끌어안고 환호했다. 사실 전북의 원정 응원 규모는 K리그에서도 손꼽힌다. 지난해 9월에는 성적이 부진한 상황에도 대전 원정을 위해 원정버스 14대가 동원된 바 있다. 이날 전북 팬 약 5000여 명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많은 팬이 원정 경기를 찾으면서 거스 포옛 감독 역시 “전주 시민들, 특히 전북을 응원해 주는 팬들께 감사하다. 홈뿐만 아니라 먼 원정까지 항상 와 줘 많은 응원을 보내 주셨다”고 말했다. 이같은 연대는 홈 경기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전주성에서는 매 경기 1~2만 명의 팬이 모이면서 훨씬 큰 초록 물결이 만들어진다. 응원석에 앉은 팬들을 중심으로 전주성 전체에 응원가가 퍼진다. 다 같이 전북의 색깔인 초록색 옷과 머플러로 하나가 된다. 경기장 밖에서도 연대는 이어진다. 다양한 소모임이 활동하며 자체 응원 물품을 만들고, 경기가 끝나면 뒷풀이를 가지며 관계를 유지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쉴 새 없이 글이 올라올 정도로 선수 소식, 전북·타 구단 정보, 해외 축구 이야기까지 활발히 오간다. 공통점은 하나다. ‘전북’이라는 하나의 팀을 통해 관계가 확장되고 이어진다는 점이다. 먼 원정길도 함께 움직이고, 잘 모르는 사이도 한목소리로 응원하게 만드는 힘이다. 먼 강원 원정길에서 기자가 느낀 것도 마찬가지다. 분명 혼자 갔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 문화일반
  • 박현우
  • 2025.11.23 10:16

[리뷰] 호남오페라단, 신화의 탑을 쌓아올리다

호남오페라단이 창단 40주년을 맞았다. 인구 100만도 안되는 중소도시의 척박한 환경을 생각하면 가히 한국오페라계의 신화적 존재라 아니할 수 없다. 이 호남오페라단이 자축의 의미로 빼어든 카드가 베르디의 <운명의 힘>이다. 그리고 <리골레토>, <오텔로>에 이어 베르디 오페라 3개년 기획에 정점을 찍는 작품이기도 하다. 1862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된 <운명의 힘>은 이후 작가를 바꾸고 이야기 마무리도 수정을 가한다. 베르디가 가톨릭 신자였기 때문일까? ‘알바로’의 자살이 논란거리가 된 것을 의식하여 수정을 가했다. <운명의 힘>은 이렇게 사랑과 복수, 구원이라는 고전적 주제를 장대한 음악 속에 담아낸 걸작으로 탄생하며, 인간의 고뇌와 신의 섭리를 함께 응시하는 서사로 평가받아왔다. 그럼에도 15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를 감동시키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운명의 힘>의 감동은 극적 스토리텔링보다 음악의 힘에 있다. 근대 낭만주의 시대의 비극적 운명에 우리의 감정을 맡기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 시간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현대를 사는 우리들로 하여금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것은 바로 베르디의 음악적 화술 때문일 것이다. 비교컨대 현대 드라마에 비하면 베르디 오페라 대본은 사건의 서사가 섬세하거나 친절하지 않은 편이다. 사건 자체가 선 굵은 사랑과 질투, 복수 등에 기반을 두고 있기에 세세한 설명이 필요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 대신 베르디는 등장인물의 내면을 선율에 싣는데 진력한다. 미세한 감정의 흔들림, 격정적인 감정의 폭발을 예의 주시하며 표현하는 일, 그것이 베르디 오페라 특유의 색깔을 만들어낸다. 호남오페라단은 이번 공연을 통해 그 연륜에 걸맞은 역량을 과시해 보였다. 물론 그 배경에는 지휘자 미켈리와 함께 전주시립교향악단과 전주시립합창단의 수준 높은 연주가 큰 역할을 감당했다. 또 평소와는 다르게 국내 성악가만을 활용한 기획은 무대 전체에 균형감과 안정감을 부여하면서, 무대 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치열함으로 상대적으로 긴 러닝타임의 지루함을 지워냈다. 특히 주, 조연을 망라한 고르고 압도적인 가창력과 연기력은 무대에 역동감을 불어넣으면서 성공적인 공연의 일등공신이 되어주었다. 레오노라의 김라희, 임경아, 알바로의 박성규, 이재식, 카를로의 한명원, 조지훈의 농익은 목소리는 무대의 집중력을 배가시켰으며, 과르디아노,칼라트라바 후작역의 이대범, 이대혁은 중후한 저음과 노련한 연기로 안정감 있게 노래하였고, 실라역의 최승현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길지않은 출연시간이었음에도 뛰어난 무대장악력을 보여주었고, 멜리토네역의 베이스 바리톤 김지섭은 코믹한 연기와 노래로 극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손색없이 하여주었다 호남오페라단의 <운명의 힘>은 창단 40주년 기념공연으로서 손색없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가장 잘 알려진 관현악곡인 서곡부터 레오노라의 아리아 ‘성모님, 저의 죄를 용서하소서(Madre, pietosa Vergine)’ 3막에서 알바로가 부르는 ‘오, 천사의 품으로 올라간 그대여(O tu che in seno agli angeli)’, 카를로의 ‘이 속에 내 운명이(Urna fatale del mio destino)’ 등의 주옥같은 명곡들은 관객들에게 베르디의 진수를 선물해주는 시간이었다. 40년을 달려온 호남오페라단. 그동안 달려온 길로 만족하지 않고 50주년, 60주년을 향해 더욱 힘내어 달리기를, 그래서 한국현대 오페라의 살아있는 역사가 되어 언제까지 우리 곁에 남아있기를 바란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5.11.20 19:05

전주관광재단 출범 100일째 개점휴업…여전히 밑그림 구상 중?

전주문화재단과 한국전통문화전당 통폐합과 연계해 전주시가 신규 설립한 전주관광재단이 출범 100일이 지나도록 개점휴업 상태다. 조직 구성원이 완전히 채워지지 않은 데다, 관광 플랫폼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구체적인 전략마저 부재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전주관광재단에 따르면 용선중 신임 대표이사는 지난 8월 초 임명장을 받고 2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취임 이후 정원 15명 규모의 조직을 구성해 전주만의 새로운 관광 이미지 구축과 관광 콘텐츠를 확충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출범 100일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관광재단 공식 홈페이지에 주요 사업 계획이나 중장기 비전이 담긴 문서는 아무것도 게시되지 않았다. 전주시는 당초 연간 15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전주를 찾고, 기존 한옥마을에 편중되던 관광지가 전주시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관광산업의 체계적인 개발과 통합마케팅을 수행할 전담조직이 필요하다며 관광재단을 설립했다. 전주관광재단 설립 및 운영조례에 따르면 재단은 △관광자원 개발 등 관광콘텐츠 확충 △국내외 관광홍보 △마이스(MICE) 유치 지원 △관광시장조사·연구·컨설팅 △관광 전문인력 양성 △관광기업 육성 지원 등의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관광재단이 설립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관광콘텐츠를 개발할지 어떤 관광객을 우선 유치할지 중장기 성장 로드맵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계획이 없어 관광업계에서도 “재단이 실제로 무엇을 하려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한국관광공사 전북지사 최인경 전문위원은 “전주는 문화와 관광이 함께 시너지를 내고 있기 때문에 전주관광재단 설립은 관광산업에 매우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관광재단의 출범은 업무가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질적인 사업 이행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라고 제언했다. 관광재단은 올해 인적 구성을 마치고 내년부터 사업을 본격 실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주관광재단 중장기 발전전략’ 용역을 추진하고 있으며 다음달 12일 전주대학교 온누리홀에서 발전전략 포럼을 열어 전주관광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확립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재단 관계자는 “관광 분야가 워낙 전문성을 필요로 하다 보니 아직 인적 구성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라며 “내부적으로 사업 구상이나 계획 등은 천천히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까지는 사업보다는 전주관광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데이터 수집과 행정 업무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은 기자

  • 문화일반
  • 박은
  • 2025.11.20 17:39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기우 극작가-정양 ‘헛디디며 헛짚으며’

아닌 것은 아니라고 귀싸대기 올려붙일 줄 아는 시인의 눈 부라림이 생생한 시집이다. 시인은 헛딛고 헛짚으며 살아온 한국 사회의 맹점을 예전 교육 현장에서 꺼낸다. 귀싸대기를 때리고 싶지만, 맞을 수밖에 없었던 시절. 시집에는 “머리통에 어깻죽지에/ 뭉치자 삼천만, 깨뜨리자 삼팔선/ 그런 종이 띠를 두르고/ 양팔간격으로 늘어선” 1940년대 국민(초등)학생들이 있고, 양팔간격 사이로 “줄 틀리는 아이들을 단속”(「깨뜨리자 삼팔선」)하는 선생님들이 있다. 수업 시간에 “출입문 드드륵 밀고 들이닥쳐/ 머리 긴 아이들 머리통에 한 줄씩/ 드르륵 드르륵 신작로를 내놓고” 나가는 1950년대 바리깡 훈육부 선생님이 있고, “그렇게 길들기가 죽어라 싫어/ 일주일 넘게 신작로를 그대로 이고 다닌”(「신작로」) 학생도 있다. 시인은 이 시절을 “황량했다”라고 표현한다. 바르지 못한 시대의 바르지 못한 일들. 철썩철썩, 학생들의 뺨을 갈기는 선생은 1990년대까지 꽤 많았다. 반세기가 지났어도 진저리 쳐지는 그 순간순간은 애잔한 그리움이자 씁쓸함이며, 여전한 통증이자 참담함이다. 시인이 기억하는 두 선생님이 있다. 정작 이름 석 자는 생각나지 않지만, 그들이 보여준 행동은 그의 귀를 번쩍 열리게 했고, 지그시 입술까지 깨물게 했다. “원래 건달이었는데 이사장 친척이라서/ 자격증도 없이 체육선생이 되었다고들’ 했던 ‘별명이 무식이었던 체육선생님”은 농구공·배구공·축구공을 던져주고 알아서 편 짜고 놀다가 끝나면 공만 체육실로 가져오라 시키고 당당하게 사라지곤 했다. 그러나 그 선생님은 자신의 수업 시간에 소지품 검사를 하겠다고 들이닥친 훈육부 선생들에게 “왜정 때 배운 대로만 풀어먹을라고 저 지랄들을 해댄다.”(「잃어버린 이름」) 라고 쌍욕 하며 막아서기도 했다. 분필 하나 달랑 들고 교실에 들어오는 “왔다리갔다리 시계불알 화학선생님”은 출석도 안 부르고 차렷 경례 끝나면 곧바로 노트도 책도 없이 고개를 한 번씩 좌우로 저으며 수업 내용을 칠판에 빼곡하게 적었다. 아이들이 책상을 두드리거나 발을 구르거나 말거나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어느 날 시험 답안지에 모두 ‘×’를 친 시인에게 “이 세상에는 옳은 일보다 그른 일이 많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제대로 채점하면 60점인데 기분 좋아서 100점”(「화학선생님」)이라고 말하던 선생님이었다. 옳은 일보다 그른 일이 많아지는 세상에서 두 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시인을 성장하게 한 밑거름이었을 것이다. 정양(1942∼2025) 시인은 다른 시인들과 달리 “발표한 작품이라도 고칠 데가 있으면 고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대도 사람도 변하니 지나간 것을 보면 당연히 고칠 게 많다는 것이며, “눈 감기 전까지는 자기가 쓴 시를 고치는 것이 시인의 의무”라는 믿음이다. 시집에 실린 시도 다시 고쳐 내듯 시인은 묵히고 삭힌 기억을 또렷하게 살려냈다. 그 아득한 기억은 어둡고 답답한 굴레에서 벗어나 소소한 것을 위대하게 하고, 비루한 것을 장엄하게 했다. 후배들 곁에서 시대와 ‘맞짱 뜨는 법’을 조금 더 알려주셨으면 좋았으련만. 오늘도 우리는 『헛디디며 헛짚으며』(모악·2016)를 읽으며 귀싸대기 때릴 순간을 기어이 기다린다. 최기우 극작가는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했다. 희곡집 『상봉』,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은행나무꽃』, 『달릉개』, 『이름을 부르는 시간』, 어린이희곡 『뽕뽕뽕 방귀쟁이 뽕 함마니』,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 『쿵푸 아니고 똥푸』 등을 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5.11.19 18:58

무너진 나를 일으켜 준 새벽 드로잉⋯김경주 작가의 ‘언폴드’

“평범하면서도 비범하게, 지루하면서도 신바람 나게, 한 번 뿐인 내 인생을 그렇게 그리며 살고 싶다. 다른 사람이 만든 길을 걷다 이탈하면 모든 걸 잃은 기분이 들지만, 나만의 길을 만들다 모르겠으면 잠시 멈추거나 다른 길을 그리면 된다. 중요한 건 지웠던 흔적도, 삐뚤삐뚤한 선도 모두 내 길이라는 것, 그리고 연필을 쥔 사람 역시 언제나 나라는 사실이다.”(책 ‘언폴드’ 중 발췌) 브랜드 디렉터로 활동 중인 김경주 작가가 신간 에세이 <언폴드 Unfold: 무너진 나를 일으켜 준 새벽 드로잉>(후즈갓마이테일)을 펴냈다. 지난 3년간 매일 같은 시간, 새벽 다섯 시에 자신과 마주하며 그려온 1000여 점의 드로잉 중 544점을 엄선해 글과 함께 묶은 고밀도 감성 아트북이다. 책 제목 ‘언폴드(Unfold)’가 뜻하듯, 저자는 구겨지고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조금씩 펼쳐지는 과정을 계절과 시간의 흐름에 비유해 차분히 기록한다. 인생의 가장 추웠던 ‘겨울’이자 상실과 좌절의 시기였던 12월에서 출발해, 타인의 기대를 내려놓고 자신을 돌보는 ‘봄’, 새로운 균형을 찾는 ‘여름’, 스스로의 길을 만들어가는 ‘가을’로 이어지는 여정 속에서 ‘무너짐–회복–성장–확장’의 서사가 완성된다. 극심한 외로움 속에서 저자는 ‘내 생각이 나를 만든다’는 믿음으로 스스로에게 가장 다정한 친구가 되기로 결심한다. 매일의 그림과 짧은 문장은 감정의 파동을 다스리는 도구가 되고, 삶을 다시 일으키는 단단한 힘으로 쌓인다. 독자는 그 꾸준함 속에서 ‘성실함이 결국 자신을 구하는 가장 큰 힘’이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새벽 드로잉을 시작한 계기는 6년 전 인생을 뒤흔든 사건에서 비롯됐다. 김 작가는 “교과서처럼 반듯하던 제 삶은 이혼이라는 파도를 만나 순식간에 뒤바뀌었다”고 고백한다. 일상을 ‘사는 것’과 ‘살아내는 것’의 차이를 절감하던 어느 날, 세상을 떠난 외할아버지가 꿈에 나타나 빨간 봉투를 건네준 장면이 강렬하게 남으며 전환점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날 이후 저자는 무너진 삶을 다시 세우기 위해 매일 새벽을 깨우고, 그림을 통해 마음을 내려놓으며 스스로를 치유해 왔다. <언폴드>는 단순한 드로잉북이나 에세이를 넘어, 한 사람이 혼란과 상실 속에서 자신을 회복해 나가는 섬세한 기록이자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법’에 관한 진정성 있는 안내서로 자리하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용기를 전한다. 저자는 경영학부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뒤 ‘마이모리’라는 브랜드를 운영했고, 현재는 브랜딩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단순한 선과 단어 속에 이야기를 담으려 하는 그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 왔던 꿈을 조금씩 펼쳐 가고 있다. 전현아 기자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11.19 18:58

익산 첫 ‘문학의 밤’ 열린다⋯세 작가가 말하는 도시의 기억과 미래

익산 문학사를 대표하는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문학 도시 익산’을 다시 생각해보는 자리가 마련된다. ‘2025 익산 문학의 밤 – 문학이 익산을 기억하다’ 다음 달 13일 오후 5시, 익산 중앙동 문화살롱 이리삼남극장에서 열린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익산 문학의 밤’은 익산 출신을 대표하는 윤흥길·박범신 작가와 안도현 시인이 참여해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다. 원광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세 작가가 한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익산 문학의 뿌리와 정체성을 되짚고 문학적 상상력으로 도시의 미래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대담 진행은 박태건 원광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맡는다. 이번 대담에서는 △익산은 왜 문학의 도시였는가 △기억 속 풍경과 역사의 증언 △익산이 다시 문학의 도시여야 하는 이유 △문학 도시 익산 구현 전략 등 다양한 주제를 중심으로 깊이 있는 논의가 진행된다. 작가별 5분 발제를 시작으로 60분 대담, 청중 질의응답, 실천 과제 공유 순으로 이어지며, 행사 후에는 현장 뒷풀이도 예정돼 있다. 행사를 주최한 북카페 ‘기찻길옆골목책방’ 윤찬영 대표는 “지난해 박범신 작가가 책방을 찾았을 때, 옛 문학반 학생들이 매년 12월마다 ‘문학의 밤’에 모여 시인들 앞에서 작품을 발표하던 기억을 들려줬다”며 “익산의 정체성이었던 그 문학의 밤을 다시 살려보고 싶었다. 익산이 다시 문학의 도시로 거듭나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5 익산 문학의 밤’ 참가비는 1만 원이며 학생은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한편 행사 장소인 문화살롱 이리삼남극장은 과거 이리역 폭발 사고 당시 고 이주일 씨가 가수 하춘화를 구한 일화로 널리 알려진 옛 삼남극장 인근에 자리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쇠퇴한 원도심 중앙동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매달 강연·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 문화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전현아 기자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11.19 16:5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