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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편소설 <좀비시대>를 통해 동시대의 윤리와 사회문제를 치열하게 담아내 문단의 주목을 받은 방서현 작가가 두 번째 장편소설 <내가 버린 도시, 서울>(문이당)을 출간했다. 자본주의 중심에 있는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이번 소설은 초등학생인 ‘나’를 통해 자본에 찌든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서울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골목에 있는 다가구주택에 살았던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다. 책상 하나를 놓고 겨우 한 사람 누울 수 있는 두 평 남짓한 공간에서의 기억이 소설의 단초가 됐다. 사는 곳에 따라 ‘똥수저-흙수저-은수저-금수저’로 나뉘는 학교 아이들을 중심으로 뻗어가는 이야기 구조다. 초등학교는 서로 다른 아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법 대신, ‘수저’를 기준으로 서열을 세우는 공간이 돼버렸다. 아이들은 서로 사는 동네를 바탕으로 계급을 나누고 그 속에서도 힘과 외모, 부모의 능력을 기준으로 세세하게 서열을 짓는다. 학교에서 도덕성과 인성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서열과 계급을 통한 줄세우기를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소설은 암담한 상황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수저계급론을 내면화하고,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체념과 안주로 갈음하도록 몰아가는 도시의 부당함을 무력하게 응시할 뿐이다. 균열을 목도하고도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회피하게끔 하는 자본 논리와 디스토피아적 현실을 보여주는 소설은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포기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질문한다. 방서현 소설가는 “오래 전 서울에서의 삶을 생각해 본다. 서울에 살며 난 한때 도시의 삶을 당연하게 여기고 눈뜬 봉사가 되어버렸다”며 “자본주의 세계에 살면서 나도 점점 이상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 난 다른 세상을, 또 다른 세계를 홀로 꿈꾸기 시작했다”라고 작가의 말에서 밝혔다. 논산에서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작가는 2022년 첫 장편소설 <좀비시대>를 출간하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 장편소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나눔도서에 선정됐다. 박은 기자
김회권 신간 <사람의 풍경>(문학의전당)은 삶의 세목을 두루 담고 있는 시집이다. 세상사 고달픔 속에서도 시인은 성실하고 섬세한 태도로 삶의 순간을 기록한다. 올해로 시력 23년에 이르는 김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삶에 대한 내면의 태도를 시적으로 형상화했다. “사람의 얼굴에도 풍경이 있다/ 창밖의 들녘 같고,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 오늘도 사내는 거리 한구석에 앉아/ 지나가다 들르는 사람들에게/ 사람의 풍경을 그려준다// 햇살처럼 반짝였던 지난 아름다운 세월이며/ 꿈처럼 흘러가버린 옛이야기/ 그 안에 숲속의 작은 새처럼 숨겨진/ 잔주름이며 옅은 웃음기/ 아무에게도 말 못할 삶의 내력까지//(…중략…)// 수없이 연필 선이 오르내려 담아낸/ 한 폭의 풍경,/ 사람 냄새가 물씬 풍겨온다”(‘사람의 풍경’ 부분) 세심한 감수성을 동원해 오래 간직하고 싶은 이의 모습을 살피는 시인의 눈길은 넓고 깊다. 특히 존재의 다양한 내적 원리와 풍경들의 가치를 환기하며 서정의 아름다움을 풍성하게 채워 나간다. 이 덕분에 인간의 가장 보편 정서인 서정의 미덕이 담긴 55편의 시를 볼 수 있다. 이번 시집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리듬 현상이다. 명징하고 절제된 언어에 실린 간명한 묘사와 선명한 이미지가 어우러진 시편들은 운율의 역동성을 극대화한다. 시인은 소리의 반복, 동일한 형태소, 이미지와 어절, 시행 구성의 시각적 효과까지 다양한 어학적 구성요소를 시 곳곳에 배치했다. 운문과 산문의 이분법적 경계를 무너뜨려 시의 정체성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오늘날, 시인은 심장박동 같은 리듬의 형식을 차용해 시를 한층 시답게 하는 데 집중했다. 유인실 문학평론가는 해설을 통해 “김회권 시인은 자신의 생과 이 세계 전부를 언어 구조물로 담아내려 한다”며 “그의 시는 서정적 주체들이 부조리한 현실적 상황에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 인식을 통해 개인적 차원을 뛰어넘고자 한다”라고 분석했다. 전주에서 태어난 시인은 2002년 <문학춘추>로 등단했다. 시집 <숲길을 걷는 자는 알지> <동곡파출소> <우아한 도둑> <뜨거운 건 왜 눈물이 날까> 등을 출간했다. 오산신인문학상, 광명신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시작’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은 기자
김병기 전북대학교 명예교수가 <서예로 읽는 2500년 논어의 지혜-필향만리>(중앙북스)로 독자들과 만난다. 지난 2023년부터 3년 동안 중앙일보에 문화칼럼 ‘필향만리’를 연재한 저자는 약 300편의 칼럼을 게재해 논어의 지혜와 서예의 아름다움을 소개했다. 한문으로 된 고전인 ‘논의’의 핵심 내용을 알기 쉬운 현대어로 풀이하고, 현대사회의 실정에 맞 게 적절히 비유하는 설명을 덧붙여 독자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저자는 이번에 300편의 칼럼 가운데 200편을 모아 서예작품과 함께 엮어 책으로 출간했다. 김병기 교수는 책에서 이 시대에 한자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서예가 21세기에 우리에게 어떤 예술로 다가오는지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한자교육의 활성화와 서예 진흥을 향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교수는 필향만리를 통해 한자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환기할 것을 주장한다. 또한 책에는 김 교수가 쓴 서예작품을 그대로 따라 쓸 수 있도록 꾸민 필사노트도 부록으로 준비되어 있다. 김 교수는 “이 부록의 서문을 읽다 보면 누구라도 서예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서예는 오늘날 물질문명의 홍수와 과학문명의 빠른 진화에 휩쓸려 자칫 자기중심을 잃을 수 있는 현대인들에게 중심을 잡아주는 예술”이라고 밝혔다. 중국문학과 서예학 연구자인 저자 김병기는 대만에서 시학‧서예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를 재직하며 동양고전과 서예 연구에 힘써왔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총감독,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한국서예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로 활동하며 연구와 창작을 이어가고 있다. 박은 기자
2018년 <표현>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임미양 시인의 첫 시집 <나의 작은 에덴동산>(문학의전당)이 출간됐다. 섬세한 시선과 선명한 감각이 어우러진 개성적인 어법으로 자신만의 시 세계를 찬찬히 다지고 있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날카로운 관찰력과 정밀하고 투명한 언어로 일상의 모습을 담백하게 담아냈다. 특히 현실 세계를 인식하는 시적 상상력과 낯선 존재를 탐색하는 과정을 정교하면서도 진솔하게 그려내 삶의 흔적들을 다양한 이미지로 변주한다. “둑 너머에 그녀는 살고 있었다. 그녀는 언니를 뒤따라 다소곳이 들어왔다. 길거리 지날 때 익숙했던 쪼그만 얼굴이었다. 언니하고 같이 산다는 데 성은 달랐다.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묻는 말에도 언니가 대신 답했다. 침을 맞는데도 미동도 없던 언니였다. 완숙하고 달관을 넘어 무표정이었다. 천장만 응시한 채 보채는 기색도 없었다(…중략…)// 둑 너머 길을 서서히 지난다. 참으로 오랜만이다. 이십 년은 족히 지났을까. 캄캄한 고요, 정육점 불빛은 더 이상 없다. 흰 수건 내걸렸던 허름한 집들도 사라졌다. 철거의 먼지, 망치가 부수고 때리는 소리,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중략…)”(‘선미촌’ 부분) 전통적인 서정에서 한발 비켜나 독특한 시 세계를 구축하는 시인의 시편들은 신선한다. 단어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고 한 편 한 편 공들이는 치열한 시 정신도 엿볼 수 있다. 관습을 깨뜨리는 시적 발상과 개성적인 어법은 시적 감각과 정서를 일깨우고자 줄기차게 새로운 형식을 실험하는 시인의 전략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래서인지 임미양의 시는 주지시의 체질을 띠고 있다. 깊은 사유를 통한 인간 내면의 성찰이나 시적 철학의 메시지가 시집 전체를 관통한다. 형이하학성을 벗으며 인문학적 담론으로 넘나든다든지, 종교 풍의 서사를 품으면서 삶의 명징한 지성을 형상화하는 방식이 뛰어나다. 소재호 시인의 시 해설에서 “임미양의 시 세계는 인문학적 철리(哲理)를 담지하는 동시에 감성적으로 모든 사상에 접근하거나 독해하는 삶의 자세를 표상한다”며 “첫 시집이면서 시적 결기가 충만한 시 편편에 찬의를 얹는다”고 밝혔다. 임미양 시인은 이화여대 영어교육과 및 동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원광대 한의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주태양한의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전북시인협회, 전주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은 기자
마흔을 통과한 이들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두려움은 무엇일까. 바로 삶의 방향성이 혼란하다는 것이다. 중심축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질문하게 되는 시점이 바로 마흔 살이다. 민상기는 <마흔, 나를 살리는 인문학 50>(드림북)을 통해 물음 앞에 멈춰선 이들에게 실마리를 제시한다. 저자는 인문학이 지식의 수집이 아니라 “삶의 질서를 회복하는 연장”으로 바라보며 마흔이라는 시기에 필요한 사유의 지도를 차분하게 펼쳐 보인다. 책에는 문학과 철학, 심리와 역사, 종교와 사회 담론 등을 넘나들며 50여 권의 길잡이를 소개한다. 하지만 단순한 요약이나 추천 목록이 아니다. 저자는 각 책 속 사유를 오늘의 장면으로 끌어와 그것이 일과 관계, 감정과 선택의 순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책을 읽는 행위가 삶의 태도와 연결될 때 비로소 인문학이 생활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셈이다. 책은 삶의 속도를 늦추라고 조언하지 않는다. 오히려 속도가 느려져도 깊이는 더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나이듦이 소진이 아니라 성숙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책 전반을 관통한다. 스스로를 단단히 세우기 위한 작은 실천들, 이를테면 하루 한 문장 필사나 감정의 체온을 살피는 반복 가능한 습관을 권하는 대목은 독자에게 부담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권유로 다가온다. 또한 저자는 책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을 돌보는 힘. 즉 감수성과 사유의 근육을 함께 기를 것을 제안한다. 선택 기준인 밀도, 지속성, 현장성, 균형, 접근성은 목록 전체에 일관성을 부여하고 책을 펼칠 때마다 다른 장면이 보이도록 구성했다. 독자를 특정한 방향으로 몰아가지 않고, 지금 자신의 상황에 가장 가까이 있는 책부터 읽어도 좋다는 점을 덧붙이는 태도 역시 인문학이 지녀야 할 열린 정신과 잘 맞닿아 있다. 무엇보다 책이 독자에게 위로를 건네기보다는 독자의 결심을 조용히 응원하는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점이 이 책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마흔, 나를 살리는 인문학 50>은 화려한 문장이나 거대한 담론을 좇지 않는다. 마흔이라는 나이는 인생의 결산이 아니라 다시 자신을 살리는 시작점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담담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일깨운다. 전남 해남에서 태어난 저자는 서울장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하며 인간과 공동체, 그리고 궁극적 의미에 대한 물음을 이어갔다. 현재는 한국기독교출판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기도로 채우는 사랑의 삶 부부기도문 100> <기도로 채우는 위로의 삶 장례예식기도문 150> 등이 있다. 2023년 올해를 빛낸 사회공헌 대상과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박은 기자
치열한 응시와 아름다운 상상력으로 삶을 이야기하는 이대준 시인이 시집 <거미줄 별꽃>(애지)을 펴냈다. 삶을 향한 사려 깊은 연민과 꾸밈없어 더욱 미더운 언어로 온화한 서정의 시 세계를 보여준 그는 이번 시집에서도 가파르게 흐르기 쉬운 마음을 선한 마음들로 단단히 붙든다. 그래서 <거미줄 별꽃>의 55편의 시들은 인간의 근원적 슬픔을 절실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타자의 고통에 닿으려 애쓴다. 시인은 순수한 꿈을 버리고 속세와 타협하며 가식적으로 살아가는 자아에 대한 슬픈 성찰도 꾸밈없이 드러내고 고통으로 가득 찬 현실을 직시하며 현실을 극복하는 의지도 보여준다. 나를 반성하고 타자의 슬픔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살갑고 서정적인 이미지가 묵직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한여름 밤길을 달려/ 친구에게 다녀온 다음 날 아침/ 자동차 범퍼에 달라붙은/ 수많은 주검들을 보면서/ 바람보다 가벼운 몸들아/ 자동차의 속도를 어찌/피해가지 않았더냐?//자동차 속도에 비례해서/ 내 몸은 가볍게 날지/ 그런데 말야 재수가 없었나 봐/ 태어나고 보니 하필/ 깜깜한 밤이잖아/ 하루를 살아도/ 빛 속에서 살고 싶었어// 단지 그뿐이었어”(‘하루살이의 변’ 전문) <거미줄 별꽃>이 전하는 진실한 마음은 절묘한 비유와 토속적 향취에서 시작한다. 시인은 기성세대가 공감할 만한 특정한 과거의 회상과 상황에 걸맞은 사투리, 그리고 담화적 구문구조가 서로 어울려서 정감 넘치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런 특징을 바탕으로 생의 쓸쓸함부터 사랑의 풍경까지 경이로운 삶의 이야기를 나직하게 전달한다. 이세재 시인은 발문에서 “이대준 시인의 시어나 시구들에는 토속적 향취가 강하다. 어린 시절의 순수성이 몸에 밴 시인의 체질적 특성으로 보인다”며 “이대준의 시는 남의 이야기도 내 이야기 같고 우스운데도 슬프고 슬프면서도 우스운데 괜히 눈물이 나는, 고향 친구를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며 무릎을 맞대고 나누는 이야기 같다”라고 밝혔다. 1962년 순창에서 태어나 산서에서 성장한 시인은 2015년 시집 <어느 여름날의 꿈>을 내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전주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원광대학교 국어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벌교여고, 전북여고, 우석고에서 국어교사로 재직했고 은퇴했다. 2025년 세종시마루신인상을 수상했다. 박은 기자
김영(67) 시인이 제62회 한국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 ‘아지랑이 사용법’.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이사장 김호운)는 25일 제62회 한국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한국문학상은 한국문인협회가 창작 활동에 전념하는 문인들의 문학적인 업적을 포상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번에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 그는 김제예총 회장, 전북문인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석정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파이디아> <나비편지> 디카산문집 <파랑한발채> 등이 있다. 시상식은 12월 19일 오후 3시 대한민국예술인센터 2층 대강당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박은 기자
강지애‧유수경 시인이 제26회 전북시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전북시인협회(회장 이형구)는 제28집 종합문예지 ‘詩의 땅‘에 출품된 원고 중 최우수작품으로 강지애 시인의 ‘에버그린’과 유수경 시인의 ‘빵에 잼을 바르다가’를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협회는 올해 출품작 가운데 우수작이 많아 심사위원들의 논의 끝에 ‘찾아서 드리는 상’을 생략하고, 강지애‧유수경 시인에게 본상을 수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지애 시인은 2000년 <문예사조>에서 등단하였으며 현재 완주문인협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수경 시인은 2001년 <시와 시각>으로 등단해 전북시인협회 남원지역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올해 2회째를 맞은 신인상 부문에는 시집 <너는 사각거리고>를 출간하고 제28집 ‘詩의 땅’에 시 ‘니은’을 출품한 김소형 시인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들은 “시인들이 결기를 세워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놓은 언어들이 눈부셨다”며 “심사과정은 고됐지만 전북시단이 밝아 유쾌하고 즐거웠다”라고 평했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3일 오후 4시 30분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열린다. 박은 기자
강경호의 <내 강아지들을 만나러 갑니다>(푸른사상)는 인간과 세계의 본질에 대한 질문들로 가득한 소설이다. 소설 속의 세계는 죽은 이후에 가는 ‘저 세상’이지만, 흔히 떠올릴 수 있는 낙원 또는 지옥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제각각 사회를 이루어 살아가는, 지금의 세상처럼 묘사된다. 그래서 잔인하기도 하고 친절하기도 한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작가는 우리가 사는 세계와 비슷한 듯 다른 신비한 세계에게 ‘미스터 하’라는 절대자를 찾아가는 주인공의 여정을 리드미컬하게 풀어냈다. ‘나’라는 화자는 오랜 세월 갇혀 있던 조그만 구멍에서 어떤 세계로 나오게 된다. 그렇게 우연히 놓인 낯선 세계에서 화자는 자신의 강아지를 찾아 헤매는 아주머니를 만나게 되고, 절대자 ‘미스터 하’를 찾아 나선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사는 세계와 닮은 공간에서 화자는 위험과 좌절이라는 극한의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글쎄요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닐 거예요. 물론 그 자가 진짜 ‘미스터 하’의 시자에게 들었다면 맞겠지요. 이건 내 추측이지만, ‘미스터 하’를 저세상이나 그 어디에서도 만났다는 사람이 없으니 ‘미스터 하’는 가상의 존재일 수 있어요(…중략…) ‘미스터 하’의 실체를 알고 있는 재사(才士)가 필시 있을 거예요. 여기 선민의 도시보다 억압이 덜해 자유롭기도 하고요. 누가 압니까?”(158쪽 일부) 소설은 지난한 과정 끝에 인간이 마주하게 되는 감정을 세밀하게 보여주며 독자에게 인간과 세계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성찰하게 한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 절대자를 만나야 한다. 하지만 절대자의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라며 “그런데도 두 사람은 절대자를 만나려는 의지가 굳건하다. 아마도 의지는 영속하고 그 의지가 끝내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다. 저자 강경호는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와 국문과를 졸업했다. 저서로는 장편소설 <그날 이전> <에델바이스> <천상의 묵시록(전2권)> <포세이돈의 후예들> <관용> 등이 있다. 박은 기자
“떠나요/우주에 있는 해왕성으로//따라와요/우주복 입고/우주로 떠나요//부릉부릉/ 무지개 자동차를 타고/우주로 가요/ 어디든 갈 수 있어요” 이 동시의 제목은 ‘빨간 자동차를 타고’이다. 삼계초등학교(교장 이수연) 동시집 <삼계친구들 동시놀이터>(다詩다)에 실린 엄태양 학생의 글이다. 해왕성으로 떠나는 무지개 자동차에 올라탄 화자의 모습이 머릿속으로 들어앉는다. “뭉게구름은 포근해/ 새털구름은 부드러워/ 강아지 토토탱구처럼/ 포근하고 따뜻해/ 구름을 안아보고 싶어”(허시은 ‘구름’). 포근하고 따뜻한 구름 위로 포개지는 마음은 어떤 걸까 상상해본다. 이처럼 아이들의 애정 어린 시선은 발랄한 상상력으로 뻗어나가 우리 눈앞에 믿음직한 세계를 펼쳐놓는다. 동시집 <삼계 친구들 동시놀이터>에는 꼬리치며 다가와 상상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동물들과 아이들의 호기심이 범벅인 동시 84편이 담겼다.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김헌수 작가에게 동시 쓰기 수업을 받은 삼계초 학생들의 순수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학생들을 지도한 김헌수 시인은 “동시는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는 일이며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시로 꺼내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이해하게 된다”며 “삼계초 학생들은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꼬마 시인들”이라고 설명했다. 삼계초 학생들은 과하게 꾸밈말을 넣거나 의미를 과장하지 않는다. 짧고 간결한 문장이지만 깊고 느린 여백으로 자신들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했다. 맑고 투명한 문장과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그림은 성인이 보고 읽기에도 무리가 없다. 그래서 어떤 글들은 간결하고 솔직해도 괜찮다는 교훈을 전달한다. “바퀴가 굴러가요/ 풀잎들이 흔들려요/ 내 마음도 하늘을 날아요”(엄태준, ‘자전거 타고 가는 길’)처럼 직관적이어서 가슴 깊이 와 닿는 아이들의 마음이 진한 울림을 준다. 삼계초 이수연 교장은 “학생들이 문학과 예술을 통해 자신감을 키우고 글쓰기의 즐거움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길 바란다”며 “아이들의 감성과 재능을 키우는 교육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은 기자
조선시대 전라도 일부 지역과 전주의 서포에서 인쇄해 출판한 완판본 전반을 다룬 인문서적 <완판본 출판의 유통과 활용>(역락)이 출간됐다. 저자 이태영 전북대 명예교수는 완판본 출판의 내용과 유통 과정을 면밀하게 분석한다. 전주 시내 완판본 유적지와 전북특별자치도의 사찰출판 유적지를 소개하고, 완판본의 세부적인 연구와 지역 문화를 연결해 활용 방안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완판본의 문화유산 지정 필요성을 주장하고 지역의 여러 문화와 관련성 탐구를 강조한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완판본 서점의 발달과 유통 과정을 다룬다. 완판본의 출판을 담당한 전주 서포(출판소) 발달을 살피고, 출판된 각본의 출판 내용과 출판물의 전국적인 유통 과정을 짚는다. 2부에서는 완판본 인쇄와 출판의 발간지를 제시하여 연구자나 일반인들이 답사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전주의 도시구조와 완판본 유적지를 소개하고 전주를 찾는 이들이 답사할 수 있도록 주요 지점을 설명한다. 3부는 완판본 연구와 활용에 대해서 다룬다. 전라감영본 ‘동의보감’의 서지와 가치를 논리적으로 전개해 완판본 연구가 지역문화 선양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4부에서는 완판본 문화의 계승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많은 완판본 중에서 문화유산 지정의 필요성을 다루고, 관련된 책을 통해 근거를 제시한다. ‘완판본 문화’라는 개념을 설정하고 문화의 복원과 디지털 전략을 통해 완판본 문화와 정신 계승 문제를 총체적으로 아우른다. 저자 이태영은 전북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전북대학교 박물관장과 전라북도 문화재위원, 국어사학회장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저서로는 <문학 속의 전라 방언> <전라북도 방언 연구> <국어사와 방언사 연구> <완판본 한글고전소설의 서지와 언어> 외 다수가 있다. 박은 기자
“정말로 몸이 아파서 올해는 수필가 대회도 못할 뻔 했어요” 인터뷰 중 때아닌 심경 고백에 놀라자 이종희(79) 전북수필문학회 회장이 허허 웃었다. 올해는 다행히 지역에서 활동하는 수필가와 15개 수필단체가 참여 의지를 보여 예년보다 풍성한 수필문학 잔치가 될 것 이라고 기대했다. 올해 7회째를 맞은 ‘전북특별자치도수필가대회’가 12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행사에는 이종희 회장의 말대로 300여명의 수필가들이 참석해 전북수필문학 활성화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오전 국제회의장에서 만난 이종희 회장은 전북수필문학이 다시 부흥할 수 있도록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젊은 수필가들의 유입이 절실하다. 이종희 회장은 “현재 전북수필문학회 회원들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대다수가 70대”라며 “새로운 회원 유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은 ‘수필’ 장르의 변화를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다. 사진과 수필을 결합한 포토 에세이집을 발간하거나, 지역별로 수필화전시를 진행해 대중들이 수필 장르를 가까이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천편일률적인 방식을 탈피하고 오로지 수필 장르가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는 “어떤 분들은 이러한 시도와 변화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AI(인공지능)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시대에서 배우지 않고 변화하지 않는 건 도태될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필문학이 다시 부흥할 수 있도록 15개 수필문학 단체들과 소통하고 협업하겠다”고 덧붙였다. 회장은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회원들이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인화(人和)’의 자세를 바탕으로 수필가들이 즐길 수 있는 수필가 대회를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일상을 수필로, 마음을 문학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행사는 총 4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 수필화 감상, 2부 나의 수필쓰기 컨퍼런스, 3부 예술공연, 4부 기념식 및 시상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제38회 전북수필문학상은 고안상, 김현준, 최정순 수필가가 받았다. 도지사 표창은 조건·최성철 수필가에게 돌아갔다. 수필문학 발전에 힘써온 백봉기 수필가(전북문인협회장)도 이날 공로패를 수상했다. 박은 기자
환상과 은유의 독자적인 시 세계를 구축해 온 지연 시인이 세 번째 시집 <모든 날씨들아 쉬었다 가렴>(창비)을 출간했다. 2013년 ‘시 산맥’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가 3년 만에 펴낸 시집으로 담백하면서도 단정한 언어들이 돋보인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생명과 존재, 삶과 죽음이라는 근본적인 주제에 깊은 사유 세계를 펼쳐 보인다. 인간이 대지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증명하듯, 유한한 존재들의 삶과 죽음에서 생명의 근원을 탐색한다. 동시에 사라진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전라도 방언의 구성진 가락과 소박한 말맛으로 그려낸다. “부석작에서 콩대가 콩닥거리며 이 방을 태웠을 거라 생각하면 재와 연기가 새벽이 올 때까지 방을 돌고 있다고 생각하면 콩 속에 맺힌 영혼이 텅 빈 몸을 기웃거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나는 데워진다 빈 깍지같이 살다 간 영혼들이 빈 깍지 같은 나를 오래 데우다가 긴 굴뚝으로 천천히 새어나가고 또 나처럼 서툰 이가 있어 바닥을 떠돌며 마지막 온기로 나를 받든다고 생각하면 반복한 말을 잃어버린 누군가 구들장 아래 있다고 생각하면…(중략)”(‘콩대를 태운 밤’ 부분) 시인에게 부석작(아궁이)에 넣은 콩대가 불에 타서 재가 되는 소리는 부재하는 이들이 말을 거는 소리처럼 들려온다. 시인은 죽음 자체를 회고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사라진 존재들의 삶까지 아우르며 깊은 연민과 사랑을 순환하는 생명의 감각으로 표현한다. 장은영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시인은 모든 이야기의 시작과 끝인 삶과 죽음이 땅 밑에서는 하나의 뿌리처럼 얽혀 있음을 흙에서 배우고 시로 이야기한다”며 “지연의 시에서 우리는 깊은 흙 속처럼 어둡고 습한 생(生)의 거처를 마주하게 된다. 생활의 감각은 구체적이고 확실한 생의 순간들과 대면하게 해준다”라고 설명한다. 총 60편의 시가 수록된 시집은 이전과 달리 목가적인 서정과 생명의 충만함을 느낄 수 없다. 대신 흙 위에서 풍요로워진 시인의 상상력과 생명의 질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은 1971년 임실에서 출생했다. 시집으로는 <건너와 빈칸으로> <내일은 어떻게 생겼을까> 등이 있다. 제15회 시흥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8년 전북문화관광재단 문예진흥기금을 받았다. 박은 기자
시(詩)로 소통하는 ‘고창시맥회(회장 박종은)’가 제10호 <시맥(詩脈)>을 출간했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고창시맥회는 2016년 고창지역 시의 맥을 이어가고, 한국시문학 발전을 목적으로 결성됐다. 박종은 회장은 10주년을 기념하고자 이번 호에 권두언 대신 ‘시맥회의 노래’라는 시를 창작해 게재했다. “목요일 밤, 목요일 밤에/ 우리는 만나요//매월 세 번째 목요일 밤에/언제나 만나서/시를 낭송하고 시를 이야기하며/ 시와 함께 지내요//시의 맥을 이어가자, 뜻이 맞은/ 우리는 우리들은//변하지 않을 거예요/ 또 십 년이 오고 백년이 흘러도/이미 한마음이 되어버린/ 우리는 우리들은//목요일 밤에 목요일 밤에/ 매월 세 번째 목요일 밤에//기쁘게 만날 거예요/웃으며 만날 거예요”(‘시맥회의 노래’ 전문) 이번 호에는 고창시맥회 회원들의 짧은 시와 사진을 결합한 신작시를 비롯해 회원들이 발간한 시집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 ‘회원 발간 시집 다시 읽기’ 등이 수록되어 있다.또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을 주제로 회원마다 한 편씩 창작한 시도 읽어볼 수 있다. 박은 기자
전주문인협회(회장 김현조)가 수여하는 ‘제13회 전주문학상’ 수상자로 허호석 아동문학가, 제10회 문맥상 수상자로 김상휘 소설가와 김은유 시인이 선정됐다. 전주문학상은 최근 3년간 발표한 작품집과 전주문인협회에 기여한 공적 등을 반영해 수여하는 상이다. 심사위원으로는 심재기 아동문학가와 이소애‧유대준 시인이 참여했다. 허호석 아동문학가는 1978년 월간아동문예 추천 완료, 1983년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한 이후 동시집과 동시선집, 동화집, 위인전 등을 출간해 전북 아동문학의 기틀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 한국예총 진안지회를 창설해 초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국제PEN 자문위원, 전북문인협회 자문이사, 전북시인협회 고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상휘 소설가는 1985년 전북대 학술문학상을 받으며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우리마을 풍수이야기> <대한민국 힐링터 정감록 십승지> <추사의 숨은 꽃> <서울의 달> <서울 부엉이>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다. 전북소설가협회장, 한국소설가협회 대외협력위원장, 전북자치도 종교문화유산위원 등을 역임했다. 김은유 시인은 2004년 월간문학 11월호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화려한 탱고> <가시연꽃> 등이 있으며 국제해운문학상과 산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전북문인협회와 전북시인협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심재기 심사위원장은 “전주문학상을 수상한 허호석 아동문학가는 성인을 위한 동시와 동화를 많이 저작하였다”며 “그의 작품은 어린이에게 감성적인 작품으로 흥을 돋우고 성인에게는 교훈적인 내용으로 시흥을 불러일으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경험과 성찰을 통한 직관적인 시”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김상휘 소설가의 소설은 인간 군상의 심리를 조화롭게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고 김은유 시인의 시는 자아성찰과 현실성 높은 시어들로 구성돼 매우 탄탄하다”라고 덧붙였다. 시상식은 오는 18일 오후 3시, 한국전통문화의 전당 2층 공연장에서 열린다.
올해 전북작가회의가 선정한 ‘불꽃문학상’에 황보윤 소설가의 장편소설 <신유년에 핀 꽃>이 선정됐다. ‘작가의 눈 작품상’은 박복영 시인의 시 <비린내의 집>이 뽑혔다. 전북작가회의(회장 유강희)는 제18회 ‘불꽃문학상’과 제16회 ‘작가의 눈 작품상’ 수상자 선정 결과를 6일 발표했다. ‘불꽃문학상’ 수상작인 황보윤 소설가의 장편소설 <신유년에 핀 꽃>은 올 한 해 동안 출간된 전북작가회의 모든 작품집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한 결과, 인간의 보편적 성정을 섬세하게 쌓아 올린 작품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단은 “‘의심과 회의 속에서 길을 찾는 과정이 곧 신앙의 길’이라는 문장을 비롯해 많은 문장은 글 쓰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전언으로 해석된다”며 “작가라는 존재는 확신이 아닌 흔들림 속에서 문장을 찾고 쓰고 지우고 다시 써서 문장을 세운다. 황보윤 작가의 문장은 서늘한 고독을 오래 견뎌 마침내 올곧게 서 있다”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작가의 눈 작품상’으로 뽑힌 박복영 시인의 시 ‘비린내의 집’은 올해 심사대상이 된 통권 31호 ‘작가의 눈’에 실린 작품 가운데 가장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끌었다. 심사위원들은 “비린내의 집은 바닷가 일상에 접목된 노동행위를 ‘까다’‘출렁이다’ 등의 동사로, 시의 현재로 형상화해내는 동력이 돋보인 작품”이라며 “노모의 생이 쌓아 올린 비린내의 집에 들기까지의 찬찬한 성찰은 그의 시 미래를 밝게 한다”라고 평가했다. ‘불꽃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300만원과 상패가, ‘작가의 눈 작품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만원과 상패가 각각 수여된다. 시상은 다음 달 19일 열릴 정기총회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박은 기자
전북시인협회 제10대 신임 회장 선거가 이두현 시인과 이광원 시인이 겨루는 2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5일 전북시인협회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유대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회장선거 후보자 등록을 마감한 결과 이들 후보 2명이 등록했다. 이로써 지난 2023년 이형구 회장이 단독으로 입후보해 무투표 당선된 이후 3년만에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두현 후보는 1956년 전주 출생으로 전북대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북대학교 겸임교수와 (사)한국미래문화연구원장을 역임했다. 지난 2008년 월간 ‘문화저널’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해 현재 전북시인협회 수석부회장, 고하 최승범문학기념사업회 이사, 전북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광원 후보는 1955년 김제 출생으로 전북대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자유문학(自由文學)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국제해운문학상 본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눈물꽃 아름다운 날>이 있다. 현재 전북문인협회와 전주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제10대 전북시인협회 회장 선출을 위한 선거는 오는 27일 오후 전북보훈회관에서 대의원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재적대의원 과반이 투표하고 그 결과 최다 득표자가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다. 선거권을 갖는 대의원은 약 150명으로 이들은 지난 8월 말까지 회비를 완납한 회원에 한해서 자격이 부여된다. 차기 전북시인협회장 임기는 내년 1월부터 3년간이다. 박은 기자
한때 한국 영화판을 휩쓸었던 여균동 감독이 신작 그림책 <그녀의 꿈은 밀라노에 가는 거였다>(도서출판 기역)를 펴냈다. <비밀의 정원>, <초록눈호랑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에 이은 네 번째 그림책이다. 책은 어느 작은 시골 한켠 미용실 ‘밀라노’ 주인 그녀의 일상을 쫓는다. 그녀의 소원은 밀라노 여행이다. 주인공 그녀는 누군가와 만나고, 그 만남 가운데서 여행에 대한 ‘간절함’이 커져간다. 화자는 신발과 선글라스, 수영복과 가방, 쇼핑과 미술관, 오페라하우스를 상상하며 ‘밀라노 여행’에 대한 간절한 꿈을 펼쳐 보인다. 책 페이지마다 밀라노 여행을 준비하는 그녀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 밀라노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그녀’에게 ‘그녀로서 존재하는 가장 그녀다운 시간’이기도 하다. 저자는 신작 그림책 ‘그녀의 꿈은 밀라노에 가는 거였다’를 통해 시나리오 그림책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선보인다. 누구나 읽기 쉽고 편한 그림책의 형식, 그것도 배역을 나눠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시나리오 형식이 흥미롭다. 저자 여균동 영화감독은 1994년 영화 <세상 밖으로>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제33회 대종상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으며 영화 <저승보다 낯선> <좋은 친구들> <1724기방 난동사건> <미인> 등을 연출했다. 현재는 조그만 시골 도시에서 어린이 청소년들과 영화 만드는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전주문인협회(회장 김현조)에서 전주문인 자선작품집 <다시 읽는 나의 대표작>을 출간했다. 김소월과 진달래꽃, 윤동주의 서시, 서정주와 국화 옆에서, 정지용과 향수 등 작가와 작품이 일치됐듯이 작가에게 자존감은 대표작품이 있는가이다. <다시 읽는 나의 대표작>은 162명의 전주 문인들이 스스로 손꼽은 작품을 한 권으로 묶어낸 책으로, 작가의 내력과 일생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작가 개인의 문학적 성향과 지향점을 나타내고, ‘나’를 대변할 수 있도록 공들여 매만져 완성하기까지의 마음이 담겨 있어 의미 있다. “휘어도 휘어도 꺾일 수 없는 활, 하루에도 몇 번씩 시위를 당깁니다. 수령에 빠져도 사는 그 억척의 물소뿔을 쑤꾸욱 쑥쑤꾹 억겁의 세월 날고 풀어 시위를 당깁니다. 진안 곰티재 아기바투 목구멍에 쏘아 박고 만수산 드렁칡을 당기어 정몽주 뒤통수에 날린 살, 단풍보다 더 붉게 다가산을 덮어 흐르던 동학의 꽃붉은 함성, 타는 보리 모가지에 또 한 대 살을 날립니다(…중략…) 시위를 당깁니다.”(진동규, ‘파랑새 울음 웁니다’ 부분) 호병탁, 진동규, 김남곤, 류희옥, 소재호 등 전북 문단의 밑거름이 버팀목인 원로 문인부터 장욱, 송희, 심옥남 등 현재 왕성하게 활동 중인 문인까지 지역문학의 힘이 담긴 글을 만날 수 있다. 김현조 회장은 책 인사말에서 “작가에게 존중감은 작품을 인정받는 것”이라며 “사진을 보고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보듯이 이 문집에 수록된 작품이 작가를 떠오르게 하는 답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작가와 작품을 동일시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면 독자에게도 공감이 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누구는 언어에 능하고, 누구는 숫자에 밝다. 배움에 정답이 없다. 각자에게 맞는 공부법이 있을 뿐이다” 우리땅걷기 이사장 신정일이 신간 <언제 어디서나 배웠다>(파람북)에서 펼치는 주장은 도발적이다. 평생을 독서와 체험을 통해 배움을 익혀온 문화사학자인 저자는 흔히 말하는 ‘지식을 채우기 위한 공부’가 실제 배움의 길에 들어선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인지를 조목조목 따진다. 스펙과 경쟁에만 초점을 맞춘 교육시스템을 향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제도권 교육 밖의 ‘배움’을 들여다본다. “정말 그렇다. 꽃 한 송이, 잎 하나가 단지 식물학적 대상이 아니라 ‘땅의 언어’이며 ‘숨은 신비’이다. 아버지와 함께 산을 다니며 나도 조금씩 그 언어를 배웠나 보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고수는 자연일지라도 모른다고.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일컫는다. 실상 자연 앞에서 인간만큼 나약하고 무지한 존재가 또 없는데도 말이다. 가장 약한 주제에 가장 위대한 존재를 파괴하고 있으니, 그것이야말로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비극이다”(40p) 저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이 배움의 길에 들어서게 된 계기와 배움의 여정에서 길어 올린 상념들을 책에 차곡차곡 담아냈다. 저자는 ‘올바른 교육’은 주로 교육의 본질과 참다운 배움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인공지능(AI)이 활보하는 시대에서 발전과 변화를 수용하되 글 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사유의 시간들을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의 교육 체계를 회의적으로 바라보거나 냉소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제도적이고 기술적인 변화, 정치‧사회적 결단이 교육의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책은 1부 ‘나만의 공부를 찾아서’를 시작으로 2부 ‘길에서 배우는 공부’, 3부 ‘스승을 배신하는 법’까지 배움의 목표와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교육 실종 시대를 아우른다. 이후 4부 ‘옛 스승의 품격’과 5부 ‘나눔, 공부, 생명’에서는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해답과 함께 진정한 배움의 길로 안내한다.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는 추천사를 통해 “신정일은 모든 사물에 깊이 다가가야 앎에 이른다는 대학이란 고전의 격물치지를 온몸으로 체득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라며 “감히 말한다. 신정일처럼 배우고 생각하고 익혀라”고 밝혔다. 저자는 1980년대 중반 ‘황토현문화연구소’를 발족해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기 위한 사업을 펼쳐왔다. 1989년부터 문화유산 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정일의 신택리지> <해파랑길 인문기행, 서해랑길 인문기행> <천재 허균> 등 100여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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