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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은영 동화작가-박보영 ‘호호당 산냥이’

‘호호당 산냥이’ 표지/사진=교보문고

매일 아침 문만 열면 기다렸다는 듯 밖으로 달려 나가는 고양이 ‘용용이’를 데리고 텃밭이 있는 옥상으로 갔다. 용용이는 분주하게 채소 사이를 다니며 냄새를 맡더니 잎을 먹기도 했다. 그런데 애플수박에 한눈을 판 사이, 갑자기 우당탕탕 소리가 났다. 블루베리 나무 주위에 둘러놓은 망 안으로 용용이가 들어간 것이다.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치는 바람에 화분이 쓰러져 흙이 쏟아졌고, 나무와 그물이 엉켰다. 서둘러 달려갔지만, 그사이 용케 빠져나온 용용이는 냅다 계단으로 내달렸다. 뒤쫓아 가 보니 소파 위에 앉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애처롭게 올려다보는 고양이를 보고 있자니 동화 『호호당 산냥이』의 말썽꾸러기 고양이 산냥이가 떠올랐다.

산냥이는 호약산에 있는 호호당약방에서 호호할멈과 산다. 호호할멈은 한 번 맡은 냄새를 몽땅 기억하는 산냥이에게 약초를 캐오라고 시킨다. 산냥이는 캐오라는 방아풀 대신에 깻잎을 따오면서 온갖 핑계를 댄다. 한 번도 산 밖으로 나가보지 못한 산냥이는 호시탐탐 밖으로 나갈 기회를 엿본다.

호호할멈이 볼일을 보러 산 아래, 마을로 내려간 사이 산냥이는 하늘다람쥐 오람이와 함께 호호당약방에 들어간다. 그리곤 할머니가 귀하게 여겨 아끼는 냄새 버섯으로 호약산을 휘젓고 다니는 사람들을 내쫓는다.

산으로 돌아온 호호할멈은 배탈이 난 산 아래 호약마트 주인에게 주려고 냄새버섯을 찾는다. 모른다고 발뺌을 하던 산냥이는 결국 진실을 털어놓았고 호호할멈은 깻잎이라도 따오라고 호통을 친다.

고양이 산냥이는 호기심이 많고 자신감이 넘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는 일마다 엇나가 실수투성이다. 계획은 빗나가고, 심부름은 꼬이고, 좋은 뜻으로 한 일은 더 큰 소동으로 번진다. 산냥이는 겉으로는 호약산과 호호당을 벗어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지만, 속으로는 버려진 자신을 거두어 기른 호호 할멈에게 버림받을까 두렵다.

호호 할멈은 이런 천방지축 산냥이를 호되게 나무라지 않고 기다려준다. 그리고 산냥이의 속마음을 헤아려 사랑으로 품어준다.

나는 고양이 산냥이가 펼치는 한바탕 모험도 좋았지만, 산냥이의 실수를 바라보는 호호 할멈의 눈길에 더 마음이 갔다. 계속 실패하고 사고를 치는 산냥이를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는 할멈의 모습을 보며 문득 ‘나 역시 누군가의 기다림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실수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살아가는 것 같다.

옥상에서의 사건 이후 용용이는 문을 열어도 밖으로 발을 내밀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아마도 길에서 떠돌 때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떠올라 겁이 나는 듯했다. 호호 할멈이 산냥이를 기다린 것처럼, 누군가의 기다림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는 것처럼 우리 용용이에게도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장은영 동화작가는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통일 동화 공모전 우수상, 남도의병 콘텐츠 공모전 스토리 부분 대상, 전북아동문학상과 불꽃문학상을 수상했고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표지원)을 받았다. 저서로는 <광대특공대>, <역사와 문화로 보는 도시 이야기 전주>, <책 깎는 소년>, <으랏차차 조선 실록 수호대>, <열 살 사기열전을 만나다> 등이 있다. 그리고 <책 깎는 소년>이 6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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