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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군산조선소 정상화, ‘SOC 구축’ 급하다

전북 산업 재도약의 핵심 동력으로 꼽히는 군산조선소가 단순 블록 생산을 넘어 완성선 건조를 담당하는 K-조선의 핵심 기지로 거듭날 기회를 맞았다.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HJ중공업 최대 주주인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이 지난달 군산조선소 인수를 위한 본격적인 실사에 착수했다. 현대중공업과 체결한 합의각서(MOA)에 따른 후속 조치로, 민간 차원의 인수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HJ중공업은 올해 안에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군산조선소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중심의 대형 선박 생산기지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는 군산조선소가 블록 생산기지에서 벗어나 완성선 건조가 가능한 신조(新造) 선박 생산기지로 복귀한다는 의미다. 군산조선소 정상화는 군산은 물론 전북지역 기자재 산업과 서비스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거대한 엔진이 될 것이다. 지난 2017년 가동 중단 이후 도민의 염원 속에 어렵게 찾아온 이 기회를 반드시 붙잡아 전북 산업 생태계 복원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역사회 염원이었던 군산조선소 완전 재가동이 마침내 현실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도민의 관심과 기대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군산조선소 정상화는 전북 산업구조 재편과 지역경제 회복을 가늠할 핵심 변수다. 진정한 정상화는 완성선 건조 역량을 갖춘 글로벌 종합조선소로의 전환에서 출발해야 한다. 문제는 산업계 내부의 의지만으로는 이러한 전환이 완성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군산조선소가 K-조선의 거점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외부 인프라, 즉 공항·항만·철도 등 핵심 SOC 확충이 필수적이다. 물류와 접근성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와 글로벌 공급망 참여는 구조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조선업은 대규모 자재 이동과 긴밀한 공급망이 핵심인 산업인 만큼, SOC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지역 정치권은 새만금국제공항 조기 완공을 비롯한 조선소 인근 핵심 SOC 확충에 다시 한번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시기가 중요하다. SOC 확충은 조선소가 완전히 안착한 뒤 검토할 사안이 아니라 정상화 과정과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자칫 적기를 놓치면 어렵게 살려낸 군산조선소 재가동의 효과가 반쪽에 그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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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 전략공천, 혁신과 성과로 증명하라

더불어민주당이 6·3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군산·김제·부안 갑·을 선거구에 김의겸 전 새만금개발청장과 박지원 최고위원을 각각 전략공천했다. 전략공천은 통상 선거 승리가 중요하거나 정치적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할 필요가 있을 때 활용된다. 이번 공천도 단순한 후보 배치를 넘어 전북 정치 지형의 변화와 새만금이라는 핵심 현안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중앙당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읽힌다. 갑 선거구는 의원직 상실로 치러지는 재선거인 만큼 민주당에겐 부담이 큰 곳이다. 이에 당은 언론인 출신으로 청와대 대변인과 초대 새만금개발청장을 지낸 김의겸 전 청장을 전면에 배치하며 ‘지역 발전론’에 무게를 실었다. 새만금 사업은 전북의 미래 성장동력이지만 오랜 정체로 도민의 애를 태워온 것이 사실이다. 도민들은 김 전 청장이 중앙의 풍부한 네트워크와 행정 경험을 살려 지지부진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실질적인 예산 확보라는 결과물을 내놓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원택 전 의원의 도지사 출마로 자리가 비게 된 을 선거구에 박지원 최고위원을 공천한 점도 눈에 띈다. 115대 1의 경쟁을 뚫고 선출된 최초의 평당원 출신 최고위원이라는 상징성은 ‘당원 주권’의 가치를 대변한다. 특히 전북 토박이이자 젊은 법조인이라는 배경은 오랫동안 안정과 경험 위주로 운영해왔던 전북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예고한다. 중앙과 지역을 잇는 ‘허리 역할’을 자임한 그가 지역 정체성을 중앙 정치의 동력으로 어떻게 치환해낼지가 관건이다. 물론 전략공천은 지역 경선 기회 축소라는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불필요한 내부 갈등을 줄이고 선거 준비를 신속히 마쳐 지역 현안 해결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는 실익도 분명하다. 특히 국가예산 확보와 대형 국책사업이 시급한 전북에서는 중앙정치와의 연결성과 정책 추진력이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후보자들의 화려한 이력이 아니라 삶의 질을 바꿀 실천력이다. 새만금은 더 이상 도민에게 ‘희망 고문’이 되어서는 안 되며, 지역 정치는 도민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도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창구가 되어야 한다. 전략공천된 두 후보는 자신들이 왜 이 지역의 적임자인지를 구체적인 비전으로 답해야 한다. 유권자 역시 관심을 갖고 이들의 실행력을 냉정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이 전북의 자존심을 세우고 미래를 여는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

오목대

정청래 다해드림센터장과 전북

‘전북 3중 소외’라는 용어를 처음 쓴 사람은 이재명 대통령이다. 전북 도민들이 겪은 ‘소외와 차별’의 서러움을 한 단어로 표현한 용어다. 19대 대선을 앞두고 2017년 2월 전북기자협회가 주관한 ‘대선주자 초청토론회’에서 당시 경기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통령은 “전북은 수도권 집중정책으로 한 번, 소위 군사정권 시절 영호남 차별에서 또 한 번, 호남 중에서도 광주·전남에서 또 소외돼 3중의 피해를 입었던 곳”이라고 규정했다. 당시 전북의 독자 광역권 인정 요구를 ‘호남 내 소지역주의’로 평가절하하던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이 대통령의 ‘전북 홀대’에 대한 판단은 명쾌했다. 해법으로 ‘뒤틀어진 균형을 찾아주는 것’을 제시했다. 지난 2월 전북에서 타운홀 미팅을 개최한 이 대통령은 실현 불가능한 '희망 고문'이 아닌, 시대 상황에 맞는 현실적 새만금 개발 필요성을 강조했다. 타운홀 미팅에 앞서 군산에서 열린 ‘새만금 투자협약식’에서는 현대차그룹의 9조 원 규모 투자가 발표됐다. 아직 변화가 체감되지는 않지만 기대는 크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별명은 ‘다해드림센터장’이다. ‘원하는 것은 뭐든지 다해드리는 센터(민주당)의 센터장’을 자처하고 있다. 다해드림센터에는 ‘영남과 강원 등 민주당 약세지역이 원하는 것’이란 조건이 붙어있다. 정 대표는 지난달 1일 강원 철원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원지사 선거에 출마한 우상호 후보가 강원 발전을 위해 뛰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뭐든지 다해드림센터 센터장’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일주일 뒤 대구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도 “TK(대구·경북) 지역의 신공항 및 행정통합 등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다해드림센터장’으로서 힘을 싣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오중기 경북도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는 “대구나 경북에서 원하는 것은 그냥 다 해드리고 싶다. 그냥 ‘다해드림센터 명예센터장’이 되고 싶다”고 했다. 다음날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도 “김경수가 원하는 것, 경상남도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더불어민주당이 무엇이든 다 해드림 센터가 되겠다”고 했다. 이날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도 “앞으로 부산과 경남의 민원을 모두 해결해 드리는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반복했다. 지난 1일 열린 이원택 전북도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정 대표는 자신과 전북과의 연고를 강조하고, 이 후보를 한껏 칭찬했지만 ‘전북의 다해드림센터장’ 언급은 없었다. “전북의 미래 발전에 미력이나마 전북이 고향인 어머니의 아들로 전북의 아들처럼 열심히 돕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민주당 공천=당선’인 지역에는 ‘다해드림센터’가 필요없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6.3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정청래표 다해드림센터’가 가동되면 전북은 ‘3중 소외’를 넘어 ‘4중 소외’란 꼬리표를 새로 달게 될지도 모른다. 이재명 대통령이 규정한 ‘전북 3중 소외’에서 벗어날 획기적인 해법이 정청래 민주당의 지방선거 공약에서 제시될 지 궁금하다.

데스크창

새만금 항 신항, 개장보다 문제점 해소가 우선

새만금항 신항(이하 신항)이 올해 하반기 개장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현장을 가보면 ‘과연 이대로 개장해도 괜찮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안벽시설 마무리 공사와 함께 항만인입도로 건설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지만 개장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들이 해결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완벽하지 못한 외곽시설, 조성되지 않은 배후부지, 결정되지 않은 행정관할구역, 수립되지 않는 항만기본계획 등 4가지를 들 수 있다. 항만 건설에 가장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할 외곽 시설의 경우 북풍과 서풍을 대비한 방파제와 방파 호안만 축조돼 있을 뿐 거센 남서풍에 대비한 방파 호안의 축조는 시기를 알 수 없는 미래 계획으로 미뤄져 있을 뿐이다. 항내 정온수역의 확보가 매우 불안하다. 항만이란 선박이 안전하게 출입하고 정박, 계류해야 하나 강한 남서풍이 몰아치게 되면 다른 항만으로 피항해야 할 상황까지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항만시설의 안전마저 걱정된다. 이상기후현상이 심해지면서 더욱 우려되는 대목이다. 배후부지 문제 또한 심각하다. 오는 6월이면 5만톤급 2개의 안벽시설이 완공된다. 부두만 겨우 건설되는 셈이다. 이 부두가 하역, 야적 등의 원활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배후부지의 조성은 기약이 없다. 배후 부지가 없으면 부두는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배후부지 규모는 118만2000㎡(36만평)에 달하고 이의 조성을 위해서는 3000억여원의 사업비가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민간자본의 투자로 계획돼 있다. 매립률이 50%도 되지 않고 배후 산업단지가 없어 물동량 창출을 기대할 수 없는 새만금 내부 개발의 현 상황을 감안할 때 수익성이 전제되는 민간자본의 투자는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 재정 투자로 배후 부지를 조성, 항만 시설 등의 건립에 민간자본투자를 유인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메아리는 없다. 현재 사업비가 마련됐다고 해도 설계, 지반안정, 조성 공사 추진 등을 감안할 때 배후부지를 조성하는데 4년~5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런데도 개장하겠다고?” 항만관계자들은 고개를 젓는다. 또한 그동안 신항은 신항만건설촉진법에 따른 기본계획에 따라 항만건설이 추진돼 왔을 뿐 항만법에 따른 항만기본계획은 수립돼 있지 않다. 항만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해야 할 계획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지난해 5월 신항과 군산항이 새만금 항으로 통합, 무역항으로 지정됐을 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신항의 관할 행정구역이 결정돼 있지 않아 건축 등 각종 인허가를 관장할 행정기관이 ‘공중에 붕 떠 있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신항내 매립 완료 시설에 대한 군산해수청의 관할 지자체 결정 신청 내용을 공고했지만 군산시와 김제시 및 부안군의 갈등과 소송 등을 고려할 때 언제 관할 구역이 확정될 지 답답한 상황이다. 이밖에 물동량 확보, 신항 관련 업무 추진을 위한 해양수산사무소 청사 건립, 소요 인원 확보 등 개장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수두룩하다. 그런데도 개장을 강행할 경우 다분히 ‘행정쇼’에 불과하게 될 것이고 신항은 개장과 함께 장기간 휴업상태에 들어갈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문제점을 꼼곰히 해소, 항만답게 만든 후 개장을 해도 늦지 않다.

딱따구리

[딱따구리] '10%가 100%를 결정’…기초의원 선거, 민주주의 훼손

지방자치는 주민의 손으로 대표를 선출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나 지금의 기초의원 선거는 그 출발선부터 무너져 있다. 호남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영남권에서는 국민의힘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선거는 이미 결과가 정해진 형식적 절차로 전락했다. 주민의 선택은 들러리에 불과하고, 권력은 정당 내부에서 이미 배분된다. 이것이 과연 민주주의인가. 이 왜곡된 현실은 고창군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고창군의회 다선거구(공음·대산·성송면)는 2명의 의원을 선출하지만, 실제 후보를 결정하는 주체는 주민이 아니다. 약 6500명 주민 가운데 경선에 참여하는 권리당원은 700명 안팎, 불과 10% 수준이다. 10%가 100%를 결정하는 구조 속에서 나머지 90% 주민은 선거 이전 단계에서 이미 배제된다. 문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의 정당 운영의 불투명성과 무책임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다. 불법선거 의혹이 제기돼도 제대로 된 조사나 제재 없이 경선 결과가 발표되고, 이의제기를 해야만 뒤늦게 검토가 이뤄지는 행태는 공당의 책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권리당원 규모조차 비공개, 후보자들은 유권자 명단조차 확인할 수 없는 폐쇄적 구조, 토론과 정책 검증 없는 ‘깜깜이 경선’이 반복된다. 공정성과 투명성은 사라졌고, 남은 것은 조직과 줄세우기뿐이다. 결국 이 제도는 소수 권리당원에게 과도한 권력을 몰아주고 다수 주민의 정치적 권리를 박탈하는 장치로 변질됐다. 지방선거는 더 이상 주민의 축제가 아니다. 정당이 설계하고 통제하는 ‘내부 선발전’에 불과하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유권자의 한 표는 무의미해지고, 민주주의의 핵심인 대표성과 책임성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는 폐지돼야 한다. 주민이 직접 후보를 선택하는 완전 개방형 경선, 또는 무공천 제도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지방자치는 정당의 하부 조직이 아니다. 주민의 의사가 배제된 선거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은 고창군 다선거구 불법 선거 과정을 제대로 조사하고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라. 고창=박현표 기자

최근칼럼

시작이 가장 무거운 이유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우리는 종종 주춤거린다. 설렘보다는 막막함과 버거움이 앞서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낯설지 않다. 나도 다르지 않다. 정해진 일상의 궤도를 벗어나 새로운 역할이나 낯선 책임을 마주해야 할 때면, 눈앞에 놓인 과정이 까마득하게 느껴져 시작부터 지쳐버리거나 슬그머니 포기하고 싶어지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우주로 발사하는 로켓을 떠올린다. 로켓이 지구 중력을 이기고 궤도에 오르려면 이륙 중량의 약 90%를 연료와 산화제로 채워야 한다. 구조물과 엔진, 우주로 보내려는 탑재체를 다 합쳐도 중량의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짙은 대기권을 가르며 공기 저항이 극심해지는 최대 동압점의 압력을 견뎌내는 동안, 발사체는 거세게 진동하며 탑재된 연료의 대부분을 격렬하게 불태운다. 그러고 나서 궤도에 안착하면 대기 저항이 사라지고, 별다른 추력 없이도 관성에 실려 지구를 유영하게 된다. 우리 삶도 이 로켓을 닮았다.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 유독 큰 피로를 느끼는 까닭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익숙한 일상의 중력을 이기고 새 환경이라는 짙은 대기권을 돌파하는 비행 중이라서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행위 자체가 본래 가장 큰 에너지를 요구한다. 소소하게는 퇴근 후 지친 몸으로 다시 책상 앞에 앉는 일, 익숙한 업무 방식을 버리고 새 시스템에 적응하는 일, 오랜 침묵 끝에 다시 펜을 드는 일부터 크게는 새로운 진로나 창업에 도전하는 일까지. 모두가 저마다의 대기권을 뚫기 위해 치열하게 연소한다. 결국 시작 앞의 두려움은 흠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비행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수습변호사 시절, 소송 기록을 처음 마주한 날을 기억한다. 혼자 힘으로 사실관계와 법리의 실타래를 풀어야 했던 그 시기의 압박감이 참 컸다. 서면 한 줄을 쓰려고 수십 페이지를 다시 들췄고, 새벽까지 기록에 파묻혀도 진도는 더디기만 했다. 로스쿨에서는 자주 보지 못했던 하급심 판례를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한숨짓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 시간을 가까스로 견딘 뒤에야 사건의 흐름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고, 다음에 무엇을 더 공부해야 할지 비로소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새 사건을 맡을 때마다 여전히 그 무게를 다시 마주한다. 다만 이제는 그것이 성장의 일부임을 안다. 어쩌면 우리는 평생 자기만의 대기권을 거듭 뚫어야 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어떤 일을 시작했다가 며칠 만에 주저앉고 싶어졌다면, 스스로의 나약함을 탓하며 자책하지 말자. 지금 실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궤도에 오르기 위해 가장 뜨겁게 타오르고 있을 뿐이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당장이라도 포기하고 싶어지는 그 순간이야말로, 역설적으로 두꺼운 대기를 가르며 궤도를 향해 거세게 연소하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다. 오늘도 저마다의 팍팍한 대기권을 뚫느라 묵묵히 하루를 견디는 이웃들을 생각한다. 출퇴근길 만원 버스에서, 늦은 밤 책상 앞에서, 새벽 작업장의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당장은 눈에 띄는 변화가 없고 일상의 중력에 끌려 다시 내려앉고 싶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조금만 더 버텨보자. 어느새 각자의 궤도에 올라, 부드럽게 유영하고 있을 것이다. 한결 가벼워질 내일을 상상하며, 벅찬 시작의 무게를 꿋꿋이 감내하는 우리 모두의 고단한 어깨에 조용한 응원을 보낸다.

아름다운 나라, 사라지는 풍경 남겨야 할 것들에 대하여

해마다 내 가족과 친구들 중 누군가는 한국을 찾는다. 나와 내 가족을 만나기 위해, 그리고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와 자연을 함께 경험하기 위해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정겨운 손님이 올 때마다 나는 그들에게 보여줄 장소를 정성껏 고른다. 그리고 내가 왜 이 나라를 삶의 터전으로 선택했는지, 어떻게 인생의 절반 이상을 이곳에서 보내게 되었는지를 다시 이야기하게 된다. 지난주, 인천공항에서 가족을 맞이한 뒤 우리는 전라남도 일대를 중심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여름의 숨막히는 더위와 성가신 모기가 찾아오기 전, 이 계절 특유의 온화하고 싱그러운 봄의 기운 속에서였다.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은 나에게도 다시 그 장소들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이미 여러 번 찾았던 곳들이지만, 몇 년 사이를 두고 다시 마주하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산과 사찰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그 변화는 예상보다 크고, 무엇보다 날카롭게 다가왔다.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이 나라의 섬세한 아름다움이 조금씩 깎여나가고 있었다. 나는 오랜 시간 한국 곳곳을 여행하며 그 경험을 글로 남겨왔다. 지난 20년 넘는 시간 동안 이곳에서 수많은 변화를 지켜보았다. 특히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 변화가 얼마나 많은 장소의 고유한 매력을 지워왔는지도 함께 보아왔다. 순천 인근, 주암호 가까이에 자리한 송광사를 떠올려본다. 해인사, 통도사와 함께 한국의 삼보사찰로 꼽히는 이곳은 한때 굽이진 길 끝에 있었다. 단풍나무와 오래된 벚나무가 늘어선 느린 길을 따라가다 보면, 세상의 속도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 듯한 고요를 만날 수 있던 곳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마주한 풍경은 전혀 달랐다. 거대한 고속도로가 자연을 가르듯 지나가고 있었고, 하늘 높이 솟은 콘크리트 교각들이 그 평온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나는 이 지역을 잘 안다. 이곳에서 도로가 막힌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빠르게 도달해야만 하는 것일까. 과연 외진 사찰까지 거대한 고속도로가 필요할까. 모든 산 정상에 케이블카를 놓아야만 하는 것일까. 다음 날, 나는 가족을 데리고 광주의 산, 무등산으로 향했다. 50년 넘게 보리밥과 막걸리를 내어주던 작은 식당들이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던 곳이다. 그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시간이 쌓여 만들어낸 풍경이자 사람들의 기억이 머무는 장소였다. 하지만 도착한 곳은 더 이상 그 모습이 아니었다. 굴착기의 소리가 공간을 채우고, 건물들은 하나씩 허물어지고 있었다. 그 소리는 단순한 공사 소음이 아니라, 무언가가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처럼 들렸다. 나는 그 자리에 잠시 서 있다가, 무슨 일인지 인근의 공원 관리인에게 물었다.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불과 2주 전, 이곳은 모두 폐쇄되었고 앞으로 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며, 보리밥 식당은 하나도 남지 않았고 다시 들어설 계획도 없다고 했다. 이런 장면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이 개발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건설회사일 수도 있고, 어딘가에서는 이익을 얻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정말 한국 사람들을 위한 것일까. 한국은 여전히 아름다운 나라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해마다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한때 고요하고 온전했던 공간이 있던 자리에는 엔진 소음으로 뒤덮이거나 획일적인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서는 등, 머지않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으로 대체되는 듯하다. 나는 이 땅이 지닌 자연의 아름다움을 각별히 사랑한다. 그래서 때로는 꼭 필요하다고 보기 어려운 개발의 장면을 마주할 때마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어떤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것은 단순한 풍경의 변화가 아니다. 이 나라가 오랜 시간 지켜온 고유한 가치와 그와 조화를 이루어온 풍경이 서서히 해체되는 과정에 가깝다. 이러한 변화 앞에서 우리는 한 번쯤 물어야 한다. 이 개발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이렇게 사라져가는 것들 속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지키고자 하는가.

[금요수필] 전주 한벽당에 흐르는 시간

청아한 물소리와 맑은 산바람이 봄잠을 깨운다. 다가산 아래서 송사리를 따라 전주천을 거슬러 올랐다. 여울목에 이르자 백로 한 마리가 물속을 응시하고 있었다. 송사리가 잡아먹히려나 가슴이 철렁했지만, 녀석은 빛의 속도로 여울을 가르며 위기를 벗어났다. 한벽교에 이르니 물에 비친 한벽당 반영이 한 폭 수채화다. 호남의 명승으로 알려져 시인 묵객들의 발길이 사로잡았던 정자다. 수양버들 한들거리는 봄바람을 맞으며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봄바람은 역시 오수를 불러온다. 잠깐 눈을 붙인 나를 보고 송사리가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머릿속에서는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하는 장면이 스쳤다. 송사리와 경주하는 내 모습이라니, 피식 웃음이 났다. 문득 공자의 말씀이 떠올랐다. ‘근자여사부 불사주야(逝者如斯夫 不舍晝夜)’. 가는 것이 물과 같아 밤낮 쉬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소한 가정(假定)과 추측이 얼마나 사람을 흔드는지 깨닫는 순간이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처럼, 부정적 예단의 유혹에 빠지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다시 길을 나섰다. 시냇물 굽이치는 승암산 숲 사이로 한벽당의 절경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걸음을 옮길수록 기대감이 차올랐다. 산벚꽃이 진 자리의 잎새는 한층 푸르고, 절벽 위 한벽당 고고한 자태는 더욱 우아했다. 돌계단을 오른 발걸음마저 가볍다. 세월의 풍파를 품은 정자 안에는 한벽당 편액과 기문, 시판들이 빼곡히 걸려있다. 선조들이 얼마나 풍류를 소중히 여겼는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한벽당은 조선 개국공신이자 집현전 직제학 문신 ‘최담’이 지은 별장이다. 산과 암벽, 정자, 맑은 물이 어우러진 한 폭의 산수화 같은 공간이다. 예부터 음유시인들이 이곳을 찾아 자연을 벗 삼아 풍류를 즐겼고, 길손들에게는 쉼터로, 선비들에게는 시(詩)가 오가던 창작의 장이었다. 한벽당은 묵묵히 흐르는 물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광한루서 온 춘향과 이도령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벽옥한류는 승암산 자락에서 푸른 안개를 피워올린다. 한때는 학생들과 시민들이 이곳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곤 했다. 현재도 한옥마을 둘레길을 따라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한복 차림으로 한벽당을 찾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정겹다. 마루에 오르니 유유히 흐르는 물과 절경을 바라보며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이다. 여름이면 최고의 피서지었다. 오모가리탕을 먹고, 버드나무 평상에 앉아 부채질로 더위를 쫓던 시절이 문득 그리워진다. 친구들과 멱을 감던 기억이 떠오르면, 그때의 동무들이 금세라도 웃으며 모여들 것만 같다. 지금의 한벽당도 이처럼 아름다운데, 시인들이 시를 읊고 풍류를 즐기던 그 옛날에는 얼마나 더 고왔을까? 한벽당은 한벽루(寒碧樓)라고도 한다. 봄날 꽃그늘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은 소녀들의 웃음소리와 꽃잎을 실어 나르던 전주천 물결이 눈앞에 살아난다. 수난의 역사 속에서도 지켜온 온 고을 정신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Δ 이두현 수필가는 아시아뉴스 전북기자 겸 논설위원이다. 전북시인협회 수석부회장, 한국미래문화원장 등을 맡고 있다. 시집 <시냇가 모래시계>를 펴냈다.

[세무 상담] 토지수용시 늘어난 감면혜택 및 주의점

전라북도 내 곳곳에서 도로 개설과 공공주택지구 조성 등 공익사업이 추진되면서, 오랫동안 지켜온 토지를 수용당해야 하는 도민들이 많다. 국가를 위한 일이라지만 정든 땅을 떠나보내는 마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다행히 최근 법 개정을 통해 공익을 위해 희생하는 토지주들을 위한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이 강화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공익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율 확대다. 기존에는 보상금을 현금으로 받을 때 양도세의 10%를 깎아주었으나, 개정된 세법에 따라 현재는 15%를 감면받을 수 있다. 채권으로 보상을 받는 경우에도 혜택이 커졌다. 일반 채권 보상은 15%에서 20%로, 만기까지 보유하기로 약정한 특약 채권은 기간에 따라 최대 45%까지 세액 감면을 받을 수 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뤄지는 수용인 만큼, 납세자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가 강화된 것이다. 세액 감면율만큼 중요한 것이 ‘감면 한도’다. 아무리 감면율이 높아도 한도에 걸리면 혜택을 다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1년 동안 받을 수 있는 감면 한도가 기존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두 배 늘어났다.또한 5개년 동안 받을 수 있는 총한도 역시 기존 2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상향되었다. 대규모 토지를 소유해 양도세 부담이 컸던 지주들에게는 이번 한도 상향이 실질적인 절세 효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농업인들이라면 반드시 체크해야 할 항목이 바로 8년 자경농지 감면이다. 농지 소재지에 거주하며 8년 이상 직접 경작한 농지가 수용될 경우, 위에서 언급한 한도 내에서 양도세가 100% 면제된다. 단, 경작 기간 중 근로소득이나 농업 외 사업소득이 연 3,700만원 이상인 해는 경작 기간에서 제외되므로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 혜택이 커진 만큼 지켜야 할 요건도 엄격하다. 우선, 해당 토지를 사업인정고시일로부터 2년 이전에 취득했어야 감면 대상이 된다. 또한, 보상금을 받는 시점에 따라 당해연도 감면 한도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수용 시기가 연말이나 연초에 걸쳐 있다면 보상금 수령 시기를 조율해 1년 단위 한도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양도세 신고는 보상금 수령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2개월 이내에 완료해야 가산세 폭탄을 피할 수 있다.

샤갈! 사랑을 설명한다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입사 지원서’를 작성해 팔복예술공장에서 전시 보조로 4개월간 기간제 근로를 하게 됐다. 사원증도 착용해 보고, 9시에 맞게 출근해 지문을 찍고, 정해진 시간을 지켜 점심도 먹어보며, 프리랜서에게는 생경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연차도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3월부터 ‘마르크 샤갈 展’ 이 진행 중이며, 주로 전시를 해설하는 ‘도슨트’ 업무를 맡고 있다. 전시장에 있는 작업들이 왜 이런 형상을 띄고 있는지, 이 작가는 왜 이런 작업들을 하게 되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제작되었는지 등, 작업이 담고 있는 이야기들을 설명하는 일이다. 샤갈의 작업들에는 다양한 사랑과 서정 등이 깊게 담겨 있다. 그러나 그 사랑을 설명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작업은 작가의 삶과 기억, 감각이 뒤얽혀 만들어낸 복합적인 대상이기 때문이다. 샤갈의 화면 속에서 부유하는 연인들, 기이한 마을, 비현실적인 색채들은 분명 사랑을 품고 있지만, 그 감각을 ‘사랑’ 이라는 일상적 언어로 직역하는 순간 품고 있는 여러 겹의 미묘한 레이어가 무뎌져 버린다. 해설을 하며 느끼는 것은, 사람들이 작품의 정보를 습득하게 되는 순간보다, 그 이해를 통해 작가와 연결되는 순간에 반응한다는 점이다. 작품 뒤에 있는 한 사람의 시간과 고민, 감정과 연결되었을 때, 비로소 감상은 경험이 된다. 그 순간, 미술관은 더 이상 낯선 공간이 아니라, 타인의 세계를 알아가는 장소가 된다. 퇴근 후에는 다시 프리랜서로 돌아가 프로젝트들의 기획 회의 등을 진행한다. 가끔, 도슨트와 기획자의 일이 유사하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작가들 또한 종종 자신이 만든 그 복합적인 대상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정확히 말하면,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에 가까운 것 같다. 그들에게 ‘그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이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있는 어떤 감각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것을 전시를 통해 타인과 공유 가능한 언어로 번역하는 일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이 과정에서 나는 계속 질문하게 된다. “이건 왜 이렇게 되었나요?” 혹은 “이 감각은 어디서 근원한 걸까요?” 때로는 작가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맥락을 함께 더듬어 가며, 하나의 서사를 구성한다. 그래서 기획자의 역할은 작가와 작업을 심화시키는 것을 넘어 심화된 작업을 문맥화하는 곳에도 있는 것 같다. 이 매개는 번역에 가까워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작가가 무심코 지나친 감각을 붙잡아 언어로 풀어내고, 관람객이 놓칠 수 있는 맥락을 다시 건넬 수 있다. 매개하며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일, 그 언어를 나의 언어로 바꾸어보는 일, 한 사람의 세계를 다시 건네는 일. 이 순환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조금씩 알아간다. 영원히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불완전한 시도 사이에서 관계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일들은 결국, ‘사람을 사랑하려는 방식’과 닮아 있는 것 같다. 그 사람과 함께 고민하고, 깊게 들여다보게 될 때,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이해하려고 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흔히 먼저 사랑하는 사람이 지는 거라고 하던데, 전시를 매개하며 나는 매일 지고 있다. 해설이나 기획이 끝나고 나면 왠지 정이 든다. 사람을 설명한다는 것은, 알아가는 일이자 내어주는 일, 지(知)는 일이자, 지는(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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