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숨만 쉴뿐 인간으로서 아무런 감성(感性)이 없는 그런 환자에게 생명 연장이 과연 무슨 의미를 주는 것 일까 하는 회의론이 없지 않다. 회생 불가능한 환자가 편안하게 숨을 거둘 수 있도록 의사가 도와줘야 한다는 안락사 주장도 그래서 설득력이 없지 않은 것이다. 유명한 미국의 케보키안이란 의사는 ‘죽음의 의사’ 또는 ‘신(神)의 대행자’라는 닉네임이 붙을 정도로 안락사를 주장해온 바람에 의사 면허증까지 박탈 당했지만 지금도 희망자가 있으면 시술하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을 정도이다.
혼수상태와 안락사 문제를 새삼 떠올리는 것은 국무회의가 지난 1일 뇌사(腦死)를 인정하는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의결했기 때문이다. 이 법은 이미 지난 97년 제정됐지만 그동안 의료계와 종교계의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 시행이 유보돼 왔었다.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에 대한 뇌사판정은 고도의 의료상식과 윤리적 기준이 충족돼야 하기 때문에 쉽게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이번 시행령에서도 뇌간기능이 남아 있어 인공호흡으로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식물인간은 당연히 뇌사판정에서 제외시킨 것만 봐도 이해가 갈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 법 시행으로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장기(臟器) 이식시대가 열려 꺼져가는 생명을 되살릴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다만 아직도 뇌사를 인정하지 않는 종교계를 설득하는 일과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장기이식 체계의 확립은 앞으로의 과제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