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고로쇠 藥水祭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과에 딸린 갈잎 큰키나무로 큰것은 20m에 달한다. 해발 6백m이상 고지대에 자생하며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지리산 일대에 많다. 해마다 경칩(올해는 3월 5일)을 전후해 고로쇠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이 만병통치의 약수로 인식되면서 찾는 사람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어서 벌써부터 지리산 뱀사골 일대에서 고로쇠 약수 채취가 한창이라는 소식이다.

 

뼈에 이로운 물이 생겨나는 나무라는 뜻의‘골리수(骨利樹)’에서 유래된 고로쇠 약수는 주성분이 당분과 마그네슘 칼슘등으로 되어있다. 속설에는 위장병 신경통 관절염에 좋고 임산부의 잔병에도 특효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몸에 좋다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런 영약(?)을 외면할리 없고 실제로 효험을 봤다는 사람도 없지 않다.

 

그러나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허 정교수는 전통 한의학에서도 고로쇠나무 수액의 효능에 대해서는 기재조차 하지 않고 있다면서 민간 속설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단정하고 있다. 오히려 고로쇠나무를 비롯한 단풍나무과 식물은 다른 나무에 비해 당분이 많기 때문에 행여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해 이 물을 마셨다가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문제는 무분별한 고로쇠 약수 채취로 인해 산림이 황폐화 된다는 점이다. 수십년된 고로쇠나무 껍질에 상처를 내고 비닐호스를 꽂아 수액을 빼내는 바람에 대부분 나무들이 고사(枯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리산 일대에서 해마다 반복되는 이런 횡포를 제도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환경론자들의 주장을 귀담아 들어야 할 때이다.

 

전국 최고의 고로쇠약수 생산지인 남원시 산내면 약수회는 올해도 경칩을 전후해 뱀사골에서 ‘고로쇠 약수제’를 지낼 계획이라 한다. 이 축제가 관광상품화된지 오래이고 주민들의 소득증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니 성공한 이벤트임엔 틀림없다. 다만 주민소득 못지않게 체계적인 나무관리로 환경보존에도 힘써 주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