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이 주장한 합종책에 반대되는 정책이 장의가 주장한 ‘연횡책(策)’이다. 장의는 진나라와 동서(東西)로 각각 자리잡은 이 여섯나라가 진과 대항하기보다는 오히려 손을 마주잡아 강대국 진의 보호를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여러나라를 돌아 다니며 두 세객(說客)이 ‘세치 혀’로 변설을 늘어놓았으나 결국 합종설은 연횡설에 눌렸고 진나라는 여섯나라를 차례로 멸망시켜 중국을 통일했다. 소진이나 장의가 구상했던 합종연횡은 살아남기위한 일시적인 담합에 불과했던 것이다.
요즘 각당의 총선 공천자 명단이 발표된후 벌어지고 있는 정치인들의 합종연횡도 그런 상황과 조금도 틀리지 않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낙천자들의 움직임이 매우 분주하다. 특히 한나라당의 소위 실세라고 불리우던 TK·PK지역 거물(?)들과 또다른 야망을 가진 정치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신당 창당까지를 구상하고 있고 여기에 민주당 낙천자들까지 가세할지 여부가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정치적 명분이야 어쨌든 국민들의 눈에는 그저 이합집산의 반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치의 계절만 되면 그동안에도 신물나게 보아왔던 현상이 되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연대등 시민단체들이나 국민들이 그토록 열망했던 정치개혁도 이미‘절반의 성공’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그들이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했던 정치인들이 대부분 지금 합종연횡에 몰두하고 있는 주역들인데 어쩌랴. 이러다가는 이번 총선에서 시민단체들이 로고송으로 사용하려던 ‘바꿔 바꿔’도 ‘흥부가 기가막혀’로 다시 바꿔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