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로마는 관광천국인가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 소위 ‘명소’라는 것을 찾는 것은 우스꽝스런 일이다.

 

로마에 온 이방인이라면 발길 머무는 곳, 손길 닿는 곳 모두가 수천년 역사의 유적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2천년전에 지었다는 콜롯세움(원형경기장)이 세월의 풍파속에 훼손되긴 했지만 아직도 형체를 간직하고 있고 로마 병사들이 달리던 마차 길은 자동차 길로 닳고 닳아 지금도 번드르 하다.

 

영화에서 봄직한 검투사들의 목숨 건 결투, 로마제국의 전쟁행군 등이 연상되는 현장들이다.

 

그래서 이탈리아는 전 국토가 보물 유적이라 했던가.

 

세계는 로마로 통한다는 말은 관광산업에 있어서만은 지금도 틀림 없다.

 

조상들 덕에 먹고 사는 나라라고 얘기할만도 하다.

 

한해동안 관광수입만 무려 3백억달러를 올린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올해는 우리나라 인구수와 맞먹는 4천만명을 관광객 유치 목표로 한다고 한다.

 

외환보유고가 39억달러에 그쳐 IMF사태를 맞아야 했던 우리의 현실과 비추어 보면 부러움마저 자아낸다.

 

이런 로마이지만 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들이 길을 찾는데 제일 먼저 의존하는 것이 이정표인데, 이곳의 도로 표지판은 영자(英字)표기가 거의 안돼 있다.

 

영어가 세계 공용어라는 말이 무색하다.

 

서툰 솜씨나마 영어에 의존하는 외국인들에게는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거리 곳곳에서 소매치기들이 들끓는 것도 짜증나기는 마찬가지.

 

주로 짚시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소매치기는 특히 동양인이다 싶으면 어김없이 ‘손장난’이 시도된다.

 

한국인 관광객들중에도 여권이 든 지갑을 털려 봉변을 당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이곳 교민들은 전한다.

 

어느 곳에나 옥의 티는 있게 마련이지만 세계의 보물인 로마에 이런 꼴불견이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로마의 거리를 보면서 한가지 분명하게 느끼는 것은 ‘관광천국’이니 하는 말들이 관광자원만 갖고 선전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외국 손님의 입장에서 무엇이 불편하고 힘든 것인지 귀를 열고 세세하게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관광전북의 기치를 내거는데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