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같은 뿌리이면서도 영국에서는 경찰관을 ‘바비’미국에서는 ‘캅’으로 부른다. 영국에서는 현대경찰제도를 도입한 내무상 이름인 로버트의 애칭을 따서 ‘바비’로 부르게 된 것이다. 미국의 경우 초창기 경찰관들이 붉은 구리(Copper)로 만든 8각형 배지를 신분증 대신 사용한데서 ‘캅’이라는 별칭이 나왔다는 설과 순찰(Constable on Patrole)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라는 설도 있다. ‘바비’든 ‘캅’이든 현대 경찰이 영국에서 시작하여 미국을 거쳐 세계 각국으로 확산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나라 경찰의 역사를 보면 오히려 영국이나 미국보다 오래됐다.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에는 군대가 경찰의 역할을 대신했으며,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순군만호부로 하여금 경찰의 임무를 담당하게 하였는데, 이것이 전문경찰 기관의 시작이다. 그후 도둑을 잡는 포도와 밤에 순찰을 하는 야순을 주임무로 하는 ‘좌·우포도청’이 설치됐다. 구한말에 이르러 갑오 경장 이후 경무청을 신설하고 근대적 경찰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
그러나 일제는 강점직후, 헌병경찰제도를 창설하여 무단통치를 시작했다. 한국인은 헌병경찰에 끌려가 태형을 당하고 처벌을 당할지 모르는 불안 속에 항상 떨어야 했다. 이 때문에 ‘순사 온다’라는 말이 가장 무섭게 여겨진 것이다.
그후 미군정청의 경무부에 이어 내무부에 치안국을 설치하여 국립 경찰제도가 확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일제 헌병경찰의 잔재와 이미지가 지금까지 계속돼 왔다. 이를 극복하려는 경찰 대개혁이 시도되고 있다. 100일이었지만 정말 몰라보게 좋아졌다. 계속 그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