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枯死木

지리산이나 덕유산을 등반하다 보면 정상 부근에서 고사목(枯死木)들을 만나게 된다. 껍질마저 벗겨져 회백색의 속살을 드러낸채 앙상하게 서 있는 이 나무들을 보면 새삼 식물들의 생명력과 자연의 오묘함을 느끼게 된다. 이 고사목들이 수명을 다 해 자연사했는지 아니면 인위적인 산불로 고사됐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해발 1천3백m가 넘는 고산지대에서 잔해만 남은채 고고(孤高)함을 지키는 그 모습이 일견 경외스럽기 까지 하다.

 

이 고사목들은 대개 희귀수목으로 화석(化石)나무라고도 불리우는 주목과 구상나무들이다. 이중 구상나무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고 있을 정도로 희소가치가 있는 나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덕유산 일대에 있는 주목이나 구상나무중에는 인위적으로 고사하거나 고사가 진행중인 경우도 많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97년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앞두고 설천봉에 스키슬로프를 조성하면서 3백66주를 옮겨 심은 결과 절반 이상이 죽고 겨우 1백52주만이 살아 남았다는 것이다. 그나마 구상나무는 아예 1백13주가 모두 고사해 버린것으로 본사 취재팀이 확인하기까지 했다.

 

당시 스키 슬로프 공사를 할때부터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환경단체들이 결사적으로 이를 반대했지만 국가이익이라는 명분에 밀려 허사로 그치고 말았었다. 그리고 결과는 예견한대로 환경파괴가 주는 자연의 재해를 고스란히 되안게 된셈이다.

 

문제는 옮겨심은 나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쌍방울리조트측에도 있다. 여론에 밀려 몇천만원씩을 투입하면서 환토(換土)작업, 수간주사등을 놓았으나 한번 제 터전을 잃은 나무들은 회생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이 나무들을 되살리는 것보다는 구상나무 군락지를 보존하기 위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묘목을 심어 나갈 계획이라니 딱하다. 빙하기(氷河期)까지도 이겨낸 주목과 구상나무의 끈질긴 생명력이 인간의 이기심에 밀려 고사목으로 바뀌는 현실에 분노를 느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