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同工異曲

동공이곡(同工異曲)라는 말은 글을 짓는 방법의 교묘함에 있어서는 옛날의 문장과 전혀 똑같은데 그 홍취가 다르다는 뜻으로 원래 칭찬하는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칭찬하는 말로는 사용되지 않는다.‘표면은 다른데 내용이 똑같다’는 뜻으로, 경멸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중국 한유(韓愈)의‘ 진학해(進學解)’에 있는 말이다. 시문을 지음에서는 ‘같은 것 같기도 하면서 흥취가 다른 것’또는 ‘행동한 것이나 지은 것이 다른 것 같기도 하면서 처리하는 방법이 전혀 똑같은 것’을 말한다.

 

오늘날 세상에는 말만 다르지 내용이 같은 경우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어찌보면 겉과 다른 경우를 말한다. 선거때마다 나타나는 일이지만 정치인이나 후보자들에게 실망하는 것도 그런 사례중의 하나다. ‘국민을 위하고 주민을 위한다’하면서도 행동이 전혀 그에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국민을 위한다는 차원으로 어떻해서든지 합리화한다. 후보자들이 이쪽 사람에겐 이런 말하고 저쪽 사람에게 저런 말하고, 아침에 한 말을 저녁에 뒤집고 저녁에 한말을 아침에 뒤집는다. 그들은 당선이라는 목적, 단 하나만을 가지고 있다. 결국 내용은 같은 것이다.

 

정치인만 그런 것은 아니다. 서민들을 위해 주택을 공급하는 주택공사의 경우도 그러하다. 주택경기가 별로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분양아파트를 지었다가 분양이 되지 않자 분양계약자의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임대아파트로 전환하는 일이 발생했다. 법적 하자는 없다지만 그것만으론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 분양하는데 있어서 얼마나 노력을 다했는지 의심이 간다.

 

주공아파트는 서민들의 주택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요즘 소규모 주거세대들로 구성된 고층·고밀도 주거단지로 개발하고 있다. 민간아파트에 비해서 그래도 신뢰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돈없는 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많은 주택을 공급한다는 목적은 달성할지 모르지만 공사 편한대로 엄청난 자금이 투자된 수백채의 아파트를 이처럼 책임지는 사람없이 계약 사항을 바꿔도 되는지 모르겠다. 민간기업 같으면 벌써 부도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