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뒤돌아보고 싶지 않은 지난 날의 아픔이 지금 우리들 곁을 서서히 벗어나가고 있다. 3년(1997년)전의 지루하고도 몹시 추웠던 겨울 그 긴 터널끝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스치운다. 얼굴 생김이 다르고 서로의 생각들이 같지 않은 지구촌 곳곳에서 오늘도 더 나은 삶을 향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들을 연상해 본다.
세계 인구 60억 가운데 21.6%인 13억의 인구가 하루에 1달러로 연명한다고 세계은행이 밝힌 바 있다. 이렇게도 많은 가난한 이웃들의 절규와 고통을 우리들은 생각하고 뒤돌아 봐야 되지 않을까 한다. 더군다나 2달러 미만으로 배고픔의 고통을 외치는 28억 여명의 무기력과 수치심 그리고 소외감의 심리적 아픔을 당하는 그들에게 가진 자들이 너그럽게 도와주면서 어루만져 주어야 할 의무는 없는 것일까 ?
일부 부자들은 쓰라렸던 지난날의 IMF시대에 줄타기 곡예를 하면서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이대로만 같아다오 」라고 하면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고한다. 하루에도 수백 개씩 중소기업들이 무너져 내렸고, 갑작스런 부도와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고 방황해야했던 소시민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던 지옥 같은 나날이었던가. 그 뒤 굵직한 기업들 또는 공기업체들의 경영권이 외국인들에게 넘어가는 댓가의 외화로 그 기나긴 IMF의 터널을 벗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안도의 숨을 뿜어내기에는 성급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들 인간들은 동물과는 달라서 생리적 욕구 이외에 또 다른 다양한 욕구를 지니고 있는데 그것은 식욕이나 성욕과 같은 생물학적이고도 본능적인 욕구 이외에 권력욕, 명예욕, 소유욕 같은 사회적·심리적 욕구를 갖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영국의 럿셀 경은 「권력론 」이란 저서를 통해 " 동물은 생존과 생식만으로써 만족을 느끼지만, 인간은 그와 더불어 자기 자신을 확장시키려는 욕구를 지니고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곧 명예와 권력, 소유욕 같은 것이다.
행복이라는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오늘도 인간들 모두는 경험과 능력을 발휘하며, 땀을 흘리고 있다.
8일후면 16대 총선이라는 국가장래의 운명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국가적 행사가 있다. 나라를 위해 지역을 대표하여 국정에 나가 일하도록 선량(選良)으로 보내달라고 호소하는 정치입지자들은 오늘도 그 지역을 숨가쁘게 누비며, 온갖 원색적이고 저질의 무책임한 발언으로 자신들의 인격과 모습이 얼룩지는 줄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망국의 지병인 지역감정을 부추기면서 상대방을 만신창이가 되도록 헐뜯고서 하나같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만 만들어 주면 나의 모든 것을 던지겠노라고 목놓아 외친다. 비굴하리 만치 공손한 허리운동과 눈가림으로 혼란을 주면서 일신상의 영예를 가져보겠다고 불철주야 움직이는 수많은 얼굴들이 우리들에게 과연 무엇을 남기고 있는가?
당선이 되면 그날부터 국민들 위에 군림하면서 자신들의 영달만을 찾으려 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척 하는 야누스의 정치인들은 어느 누구도 IMF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서로들 상대방의 잘못만을 탓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들 유권자들은 나라를 위하고 후손들을 생각하며 조국의 장래를 위해 진정한 우리들의 눈이 되고, 귀가 되고, 입이 되고, 손발이 될 수 있는 옥석(玉石)을 골라 다시는 이 땅 위에 정치적, 경제적인 뒷걸음질이 있어서는 안되겠기에, 어떠한 궤변론자나 사이비 정치인 같은 어두운 그림자들이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개인적인 인연의 끄나풀을 풀고서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늘 같은 사고와 행동보다는 새로움의 변화를 주는 따뜻한 사람들이 많아지는 유토피아가 펼쳐지길 간절히 바라면서 마음의 문을 열어본다.
/김형중(벽성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