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클리닉] (4) 각막이식 클리닉

자신의 신체 일부를 남에게 떼어 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죽으면 비록 한줌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지만 숭고한 자기 희생과 가족 등 주변의 이해없이 장기기증이 이루어지기 힘든 게 현실이다. 특히 유교적 전통이 강한 우리 사회는 ‘신체는 태어날 때 부모로 부터 받았다’하여 몸을 소중히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심장, 신장등 장기기증이 활성화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안구(眼球)기증도 마찬가지다.

 

흔히 ‘마음의 창’이라 불리는 눈은 실명(失明)했을 경우 외부 정보가 막히고 심한 노동력 상실을 가져온다. 한쪽 눈을 잃으면 24%, 양쪽 눈을 모두 잃으면 75%의 노동력 상실로 이어진다. 노동력 상실뿐 아니라 정신적 불안감과 사회적 소외감은 더욱 견디기 어렵다.

 

각막이식은 이처럼 다른 사람의 자기 희생적 안구기증과 본인의 실명회복 이라는 절실한 필요성이 만날 때 이루어진다. 시력회복을 위해서는 안구전체를 교환하는 방법이 가장 이상적이나 현대의학으로는 아직 이것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러면 각막이식이란 무엇일까. 안구에는 앞뒤로 두개의 구멍이 있다. 뒤쪽의 작은 구멍은 카메라의 필름역할을 하는 망막에서 얻은 영상정보를 뇌에 전달하는 시신경이 통과한다. 또 눈앞의 큰 구멍은 검게 보이는 눈동자로 두께 0.5㎜, 지름 11㎜ 정도의 투명한 각막이 잠수정의 유리덮개 모양으로 눈을 감싸고 있다.

 

이 각막은 해부학적 위치의 특성상 제일 바깥쪽에 있어 많은 질병이 생기는 경향이 있다. 빛이 눈으로 들어가는 중요한 통로 구실과 빛을 굴절시키는 구실을 하는데 질병이 낫더라도 혼탁이 남게 되면 눈부심, 통증, 시력장애 등 후유증으로 계속 고통을 받게 된다.

 

이렇게 혼탁한 각막을 다른 사람의 투명한 각막으로 바꾸어 주어 눈동자가 하얗게 된 보기싫은 외모를 교정하고, 통증을 없애주며, 시력을 되찾아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 각막이식이다. 그러나 시신경이상이나 망막이상이 동반된 경우에는 시력회복이 불완전하다.

 

각막이식은 사람끼리 주고 받는 동종이식이며 전체층각막이식과 표층각막이식으로 나눌수 있는데 전체층각막이식이 대종을 이룬다. 각막이식은 기증안구가 젊은 사람의 것일수록, 안구적출후 보존기간이 짧을수록 수술후 결과가 좋다. 또 피술자의 각막에 신생혈관이 없고 전안부에 다른 합병질환이 없어야 이식 거부반응이 적고 수술성공률이 높다.

 

전북대병원은 1994년 처음으로 각막이식을 시작했다. 서울 등 다른 지역 병원에 비해 다소 늦은 편으로 해마다 10여건씩 밖에는 수술을 하지 못했다. 안구 기증자가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안과 정영택 교수(40)가 중심이 되어 사랑의 장기기증운동 전북지역본부와 함께 각막기증운동 활성화에 앞장섰다. 각종 홍보 방법을 통해 시각장애인의 어려움을 알리고 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던 것이다.

 

정교수는 지난달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동생인 로저 클린턴에게 라식수술을 실시, 전국적으로 이 분야의 실력을 인정받은 인물. 유종근 전북지사의 주선으로 이루어진 시술은 결과가 좋아 매스컴의 각광을 받았다.

 

도내에는 현재 1만명 정도의 시각장애인(시각장애인연합회에 등록된 수는 2천명)이 있고 이중 1천명 가량이 각막이식을 통해 시력을 회복할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안구기증 등 장기기증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인 결과 1998년에는 40여건, 1999년에는 60여건의 각막이식수술이 이루어졌다. 이같은 수술은 전국적으로 연간 5백-1천건이 이루어지는데 비해 괄목할 만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2월 9일 국회에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 통과된 이후 전북지역은 수술 받기가 더 어려워졌다. 그것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서 전국적으로 이식받을 순위를 정하기 때문이다. 즉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 기증된 각막이 집중되는 현상을 초래하고 만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올들어서는 각막기증운동도 시들해졌고 도내에서 기증된 6건도 모두 KONOS의 지시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 보낼수 밖에 없었다.

 

정교수는 “시각장애인중 상당수는 각막기증자와 치료비만 있으면 시력을 되찾을 수 있다”면서 “지역에 따라 열심히 기증운동을 하여 그 지역주민과 타지역 사람까지 각막이식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개선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안은행

 

우리나라의 실명인구는 전국적으로 20만명 가량. 이중 2만명 정도가 각막이식을 받으면 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그러나 실제 기증되는 안구는 소요량의 5% 이하에 그치고 있다.

 

안은행은 각막이식에 필요한 안구를 미리 구하여 저장하고 이식수술에 필요한 환자에게 적시에 공급하는 곳을 말한다.

 

대한안과학회에 따르면 2000년 현재 전국 29개 병원에 안은행이 설치되어 있다. 서울대병원 연세의료원 서울중앙병원 삼성의료원 등 서울에 13개, 부산대병원 영남의료원 전남대병원 등 지방에 16개다. 전북에는 전북대병원과 원광대병원에서 안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병원에 전문검사기구나 전문인력이 없어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불과 몇개에 지나지 않는 형편이다.

 

안은행은 미국 뉴욕의 안과의사 Townley Paton에 의해 최초로 설립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2년 서울대병원에 안은행이 설립되었으나 기증안구가 없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다 1966년 가톨릭의대 성모병원에서 국내 최초의 각막이식과 안은행에 대한 강연및 워크샾이 개최되었다.

 

각막이식에 사용될 안구는 사망후 6-8 시간 이내에 시신에서 분리한후 습실 병속에 보관하며 섭씨 4도에서 24-48 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특수보존액을 사용할 경우 1-2주, 냉동처리 보존의 경우 1년 이상도 보존할 수 있으나 특수장치와 많은 유지비용이 들기 때문에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기증안구는 정밀검사후 적합판정을 받은 눈은 모두 가능하다. 다만 전신질환중 패혈증, 백혈병, 매독, AIDS, 원인불명의 사망 등은 곤란하다.

 

◈ 환한세상회

 

전북대병원에서 각막이식 수술을 받았거나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모임이 환한 세상회(회장 조동선)다. 각막이식과 관련, 전국에서 처음으로 1998년 5월에 조직된 이 모임은 현재 회원만 1백여명이 넘고 있다. 수술을 받은 수혜자와 대기자가 반반 가량으로 지난해 까지 매월 모임을 가졌다.

 

회원들은 그동안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한국실명예방재단, 한국기독교헌안봉사회, 천주교, 생명나눔실천회 등과 함께 헌안운동을 벌였으며 두차례의 걷기대회(전북대병원- 전주시청간)와 기독교방송 등 방송홍보에 주력했다.

 

회원들이 내는 매달 5천원의 회비로는 운영비가 부족한데다 법률개정으로 안구기증운동이 시들해져 올들어 활동이 주춤한 상태.

 

조회장(64)은 “힘들고 어려운 사람끼리 서로 격려하고 주위에 이러한 사정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안구기증운동이 활성화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