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민주란 단어를 비교해 볼 때 통상적 비슷한 말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단어에는 엄격한 의미에서 서로 반대의 뜻이 더 강하게 내재(內在) 되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유란 문자 그대로 자유를 의미한다. 자유란 옆 사람이나 주변의 눈치 볼 것 없이 투표를 하지 않을 수도 있고, 공중 장소에 침을 뱉거나 쓰레기를 버릴 수도 있고, 법을 무시해도 된다는 무관심이란 의미까지도 함축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란 스스로 자기통제를 해야 하는 하이 레벨 의식(意識)이다. 백성민(民)자와 주인 주(主)자가 나타내듯이 백성이 주인이라는 의미이다.
이번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은 자유주의자라고 한다면 투표를 한 사람은 민주주의자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자유주의자는 대부분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개성적이며 자신감이 강한 이기주의적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다.
대부분 대학생이나 어설픈 지식층, 교수, 은행원, 교사, 공무원 등의 화이트 칼라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어느 세력보다도 창의력이 뛰어나 톡톡 튀는 장점이 있고 경제적으로는 중산층을 이루고 있다. 때문에 사회의 중심 세력을 이루고 있고 아울러 여론을 형성할 만큼의 사회 비판적인 안목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또한 ‘바꿔’ 열풍과 같은 폭발적 여론을 이끌어 내어 사회변혁에 기여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일이든 지속력을 갖지 못하고 폭발적이지만 일시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커다란 단점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사회비판적인 자기의 소신이 어디까지나 충동적이었던 만큼 투표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막상 해야 할 일 앞에서는 포기해 버리는 소극적인 면도 있기 때문에 사회주도층이 도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저소득층이나 노동자 및 농어민은 투표권을 행사함으로서 내면에 깔려 있는 중산층에 대한 령등의식을 만회하고, 국민의 일원이라는 자기만족을 얻는 층으로 투표를 자기 몫으로 판단한다. 이는 곧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을 이루는 층으로 블루 칼라 노동자가 주류를 이룬다. 이러한 이유로 서구 사회는 저소득층을 대변하는 노동당이나 사회당이 집권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현재 영국의 집권당은 노동당이고 독일과 스웨덴의 집권당은 사회당이다.
서구 보수층에서는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그 동안 여러 가지 형태의 고민을 해왔다. 그 결과 20여개국 상당의 일부 보수(保守) 선진국가에서는 투표를 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게 하는 법을 만들기도 하였다. 또 일부 국가에서는 취업이나 사업상 혜택을 배제하는 법이 탄생하기도 하였다.
스위스 같은 나라는 주(州)에 따라서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은 투표권을 주지 않거나 여성에게는 투표권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변덕스럽고 개인주의적이고 자유주의적인데다 이기주의와 정치적 소극성으로 인하여 사회변혁의 주체 세력이 되지 못하고 사고뭉치로 내몰려 있던 신 지식층 계급에게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였다. 바로 이들 세력에게 걸맞은 첨단지식 정보산업의 출현이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오늘날 지구 역사상 가장 커다란 변혁기를 맞으며 이들 계급은 역사의 전면에 부각되게 되었다. 새 천년을 전후하여 항상 변화만을 추구하던 뉴 칼라 세대는 컴퓨터와 같은 새로운 첨단산업의 출현과 함께 한 때의 무기력함을 떨쳐 버리고 국제 사회의 새로운 리더로 등장하게 되고 서구 사회에서는 바로 이들의 급진적 변화를 수용하게 되었다. 이들이 역사의 전면에 뉴 리더 세력으로 등장하면서 사회, 정치, 경제세력의 새로운 축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에서 앞으로의 정치 발전 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과학을 비롯한 제과학(諸科學)에서 새로운 변화의 축을 이루게 될 신지식층은 누구일까? 다름 아닌 곧 ‘나’ 자신임을 우리는 알아야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번 선거를 통하여 민주주의는 민중의 토대 위에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점을 확실하게 재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말하여 자유주의적 입장의 일부 신지식인 몇 명이 여론을 이끌어 가는 것으로 변화의 틀이 생기는 것이 아님을 투표 결과에서 알아 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지역 감정이란 그 지역의 특징이자 하나의 이데올로기이다. 이를 비판하기 보다는 이를 토대로 한 새로운 정치 형태를 창출하는 것이 최고 정치 책임자의 책임이다. 왜냐하면 현재와 같이 보혁(保革) 구도가 없는 정치형태에서는 설사 지역감정이 해소된다 하여도 정치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치란 양당제도에 근거하여 보수그룹과 진보그룹으로 나뉘어서 진행될 때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본다. G.W.F 헤겔은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양면성(兩面性)을 지니고 있다”고 했고, 마르크스는 이 “양면성이야말로 역사의 원동력”이라고 말하였다. 투표율이 낮다고 하기에 앞서, 신세대에게는 자기 입장의 세계관을 반영하여 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이념을 가진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정당이 출현되었을 때, 곧 투표율도 자동으로 높아지게 될 것이다.
/황세연(새천년 사이버 토론장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