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흥부’와 ‘허준’

우리 고전소설 주인공 가운데 가장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을 꼽으라면 물어볼 필요도 없이 ‘흥부와 놀부’일 것이다. 한 형제로 태어나 동생인 흥부는 법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착하기 이를데 없는 사람인데 반해 형인 놀부는 천하에 못된 일은 다하고 다니는 아주 나쁜 인물로 묘사돼 있다.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만일 흥부와 놀부가 오늘의 우리사회를 살아간다면 어떻게 되고 어떤 평판이 남을까? 아마 모르면 몰라도 흥부는 이 세상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낙오자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자식만 몽땅 낳아 놓고 나몰라라 한다면 천하에 무능한 가장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모방송국의 TV 드라마인 ‘허준’의 인기는 계속 상한가이다. 시청률이 60%대를 육박하고 있으며,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허준’을 시청하기 위해 월·화요일 저녁에는 약속을 하지 않을 정도라고 하니까 그 인기가 어느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그런데 ‘허준’을 둘러싸고 한가지 재미있는 설문조사가 나와 화제라고 한다.

 

최근 한 쇼핑몰 회사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만일 허준과 유도지가 현대사회에서 직장을 다닌다면 과연 누가 성공할 확률이 높을까’하는 설문이다. 대답은 어떻게 나왔을까? 유도지의 성공 확률은 50%인데 반해 허준의 성공 확률은 2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유도지가 허준보다 배 이상 성공 확률이 높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처세술이다.

 

극중 유도지는 허준에 비해 의술이 못 미쳐 항상 열등감을 갖고 있지만 상사들에게는 깍뜻한 부하직원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오늘의 직장인들이 보기에는 유도지의 성공 확률을 허준보다 높게 보고 있는 것 같다는 해석이다. 한마디로 처세술이 출세의 지름길이라는 요즘의 세태를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난센스이며 ‘만일의 경우’라는 단서가 붙여진 경우여서 실제와는 다를 수도 있다. 어쨌거나 ‘흥부’와 ‘허준’이 제대로 평가되는 세상이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