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그렇게 외쳤고 기대했던 새 천년에 비전과 기대가치를 실었다 묵은 천년 새 천년이란 그저 흐르는 역사 속에 단순한 시적 구분이 아닌상 싶다.
묵은 천년을 요약하면 산업화시대로서 농공사회, 경공업, 중공업, 석유화학 공업시대로 차원 높게 발전하면서 고부가성 개발의 한계에 부딛치게 되었다.
왜냐하면 산업화 시대를 주도했던 공업화사회는 사람 중심 사회였기 때문이다. 인심중심, 인정중심, 사회였다. 즉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 찰라주의, 요행주의, 기회주의, 대충대충 살다 보니까 엉뚱한 사람이 가진 자가 되고 앞서가는 자가 되다시피 개운찮은 사회구조에 혹된 비판이 다르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외생적 변수인 IMF 충격도 클 수밖에 없었다. 오 천년 역사에 철통같은 신화들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가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이다. 즉 큰말은 죽지 않는다는 지배구조의 장벽은 너무나도 철통같았다. 취직을 해도 큰 재벌그룹에 입사를 하면 축사가 쏟아졌고 사업을 해도 일단 사장들 응접실이 확 터진 넓이에 귀한 것들을 다 끌어다 모아 놓고 거품 군살을 유혹하던 뱃심 전시효과를 유발하기에 급급하였다.
그러다가 컴퓨터 혁명에 의하여 온 인류를 단일 문화권으로 지구촌 생활이 형성되면서 대마도 능사(能死)하고 새롭고 다양한 분야를 하나의 미래산업으로 엮어 줄 수 있는 키 워드인 디지털 혁명에 따른 SOHO식(Small Office, Home Office) 벤처기업의 창업시대를 맞게 되었다.
재벌은 죽지 않는다는 신화가 한 시대의 정권보다 강력한 국력의 수레바퀴 역할로 군림했던 대우라는 대마(大馬)가 빅딜속에 묻히게 되었고 5개 은행을 비롯하여 4개의 보험회사 16개의 종금사 30여개의 신협들이 Big Bang 속에 파묻치면서 “은행은 망하지 않는다”는 또 하나의 신화가 살아지고 있다. 한번 들어가면 영원한 직장이었던 신화가 살아지고 있다.
종신고용, 년공 서열제라는 순혈주의 시대는 가고, 상시채용, 능위공록에 따른 혼혈주의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성실하고 공이 있는 자에게 보상금이 보장된다. 학력이나 학벌, 경력, 연령, 성별보다 누구든지 성과만 올리면 스톡 옵션으로 파격적인 대우가 보장된다. 성과만 올리면 말단 사원도 연간 소득이 수억원에 이르는 반대급부가 보장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서는 지식인이란 교양이 있고 소양이 풍부하여 모르는 상대방으로 부터 추앙을 받는 유식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 하는 일에 부가가치를 높이면 누구든지 지식인 대접을 받는다는 것이다. 남과 같으면 살아 남기 힘든 직장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교육문화도 학력, 학벌, 집착을 탈피하여 최약보강(最弱補强)의 논리에서 강점 발굴 체제로 전환하면서 다원화된 프로그램을 실현시키기에 이르렀다. 즉 자격증 시대가 드디어 다가왔다고 보아야 한다. 기사, 범죄심리, 해커, 경력, 외국어 전문, CPA(공인회계사) 손해사정인 등 전문직종이 시대적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무너지는 신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도 개혁을 서둘러야 할 핵심 분야가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지식인 앞에 신(新)자가 붙으면서 갖가지 용어가 남발되는 듯하다. 생산성, 증대를 위한 생산현장의 효율성, 경제성의 논리가 사람 가르치는 교육현장에 까지 남발(?)되어 교육의 Input, Output 요인이 오히려 사람 가르치는 교육의 목표에 역행되고 심지어는 저해 요인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공문서에 낯설지 않게 비쳐진 수요자, 공급자의 용어를 여지없이 지워 버린다는 한 원로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시대를 역행하려는 푸념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교육이란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이 서브하는 상품이(공급자) 특정집단이나 특정인(슈요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양자의 균등한 위치에서 형성되는 가격의 매개 작용이 되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이란 가르쳐 길러내는 어찌 보면 인간 도리의 수행과정이라는 과정을 새겨 볼 때에 배우는 학생이 가르치는 자의 수요자라는 경제학적 용어가 얼마나 부담이 되는지 어색하기만 하다.
/이성택(전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