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부처님 오신날

오늘은 불기(佛기) 2544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불기는 부처님이 열반하신 해가 원년이니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지는 2천6백24년이 된다.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의미는 크고도 넓지만 그중에서도 첫째가 자비의 정신이다. 부처님이 스스로 깨달은 진리를 처음으로 들려준 사람도 자신을 비판하던 비구니였다. 그 다섯 비구니를 시작으로한 중생구제는 바로 대자대비한 부처님의 실체인 것이다.

 

부처님의 오신날을 맞아 우리가 불전에 등을 다는 것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의 하나이다. 불교에서 등은 법 즉 진리, 진리중에서도 불지혜(佛智慧)를 상징한다. 불자들이 공양을 하는 것은 촛불이 제몸을 태워 세상을 밝히듯 우리도 몸과 마음을 바쳐 내 가정과 우리사회를 밝히겠다는 서원을 담는 의미도 있다.

 

화엄경의 법계품에서는 등불의 심지는 믿음이며 기름은 자비심이며 등잔 그릇은 염불심, 빛은 공덕이며 그 공덕의 빛이 탐·진·치(貪嗔痴) 삼독(三毒)으로 가려진 무명과 번뇌의 어둠을 밝혀준다고 풀이 했다.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 아사세왕이 백섬의 기름으로 궁문에서 기원정사에 이르기까지 켜놓은 1만개의 큰 등은 하룻밤이 지나자 다 꺼졌으나 가난한 여인 난타(難陀)가 밝힌 1개의 등은 더욱 빛났다는 빈자일등(貧者一燈)의 설화는 유명하다. 목련존자가 다음날 아무리 끄려해도 가난한 여인의 등을 끄지 못하자 부처님은 “그만 두어라. 정성으로 기름을 삼아 태우는 불이니 바닷물을 기울여도 끄지 못할 것이니라”고 했다.

 

이런 연유로 부처님 오신날에는 등을 달았다. 우리나라는 신라때 부터 관청과 여염집, 사찰에 모두 등을 달았다. 또 갖가지 모양의 등을 만들어 강에 연등배를 띄워 온누리가 환한 불야성을 이루게 하는 관등행사가 매년 정월 보름에는 성행했다고 삼국사기 신라본기는 기록하고 있다.

 

올해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전주를 비롯한 경향각지에서는 제등행렬이 있었고 전국 사찰과 암자에는 형형색색의 등이 내걸렸다. 탐·진·치의 삼독으로 물들어 칠흑 같이 어두운 우리 사회를 밝혀주는 등이 되길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