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결과를 보면 ‘혼전 순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식은 81년 82%였으나 97년에는 39%로 줄어 들었고 ‘경우에 따라 지키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반응은 17%에서 44%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또 성경험 비율은 남고생이 16.2%, 여고생이 7.5%였으며 놀라운 것은 97년 한해동안 전체 여고생의 0.4%인 4천7백여명이 임신을 해 이중 64.3%가 낙태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점이다.
순결은 남녀 모두 결혼전까지는 반드시 지켜야 할 계율로 가르쳐 온 부모 세대들에게 이런 조사결과는 충격일 수 있다. 하지만 성의 개방화·상품화가 만연하고 있는 요즘 세태에 ‘순결강요’자체가 진부한 생각인지도 모른다. 성에 대한 기초지식마저 차단하는 학교와 한 발짝만 나가면 상품화 된 성이 활개치는 우리의 2중문화 속에서 건전한 성문화를 확인하려는 발상자체가 무리인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순결관이 반드시 위험수준이라고만 비관할 일은 아니다. 그들이 대학에 진학해 순결의 가치에 눈을 뜨는 ‘건전한 성 모럴’의 고리가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모대학이 순결학과를 신설하자 여학생뿐 아니라 남학생들도 지원자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미성년자 매매춘이 사회문제화 하고 환락가를 중심으로 퇴폐행위가 극에 다다른 이 즈음에도 아직 ‘순결의 선교’를 자임하는 젊은 대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성문화가 급속한 추락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엊그제 성년의 날 행사로 일부 대학에서 가진 남녀 학생들의 ‘순결선언’은 그런 의미에서 보기 흐뭇한 정경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