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 대통령, 비상사태 선포

라투 시르 카미세 마라 피지 대통령은 19일 무장 세력의쿠데타가 발생함에 따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카미세 마라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을 통해 "유감스럽게도 오늘 일어난 사태는 헌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불법"이라면서 "법질서를 유지하기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재물을 파괴하고 약탈에 가담했던 사람들은 즉각 범법행위를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도 수바의 일부 지역에서 광범위한 약탈행위가 벌어지고 부상자가 발생하자 시민들의 도심 진입을 금지하고 수도 일대와 서부도시 라우토카 도심에 이날 오후 6시(이하 현지시간)부터 20일 오전 6시까지 통금령을 내렸다.

 

이에 앞서 피지의 기업인인 조지 스파이트가 이끄는 무장세력들은 국회의사당을 점거하면서 마헨드라 쇼드흐리 총리와 7명의 각료를 인질로 잡은 뒤 야당소속 라투티모시 실라톨루 의원을 과도정부 총리에 지명했다.

 

스파이트는 피지의 뉴스 웹사이트 `피지라이브'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과도정부 수반 임명 사실을 밝히고 "원주민의 뜻을 받들어 전권을 장악했다"며 "피지 헌법을 폐기한다"고 말했다.

 

스파이트는 곧 성명을 다시 발표해 조각 내용을 공표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그의 쿠데타는 군부나 경찰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뉴질랜돎 "현상황은 쿠데타라기보다는 인질극의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뉴질랜드 외무부도 "피지 군은 병영에 그대로 머물러 있으며 군과 경찰은 기존 정부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지난 87년 인도계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쿠데타를 주도했던 시티베니 라부카 전(前)총리가 현재 쿠데타 주동자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쿠데타 주동자들은 그러나 라투 마라 대통령과 라부카 전총리가 제시한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파이트측은 과도정부 구성을 위해 야당 수뇌부와 협의한뒤 8명 이상의 현 정부 각료들이 과도내각에 합류하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스파이트는 또 쿠데타를 강력히 비난한 미국 대사관 성명에 대해 자신은 원주민의 뜻에 따라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뉴질랜드는 미국, 호주등 이해 관련국들과 피지에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기 위해 협의중이라고 필 고프 뉴질랜드 외무장관이 밝혔다.

 

헬렌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는 쿠데타 주동자들을 비난하고 상황이 악화될 경우 피지에 거류중인 자국민을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을 방문중인 존 하워드 호주 총리도 쿠데타 소식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그러나 피지 군과 경찰은 쇼드흐리 총리정부에 충성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위성통신망을 통해 현지 사정을 파악하는 한편 280명의 거주민과 3만5천여명의 일본인 관광객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고 외무부 관리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