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칼럼] 전북의 힘

나라마다 지역마다 각기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영국 같은 나라는 정치 제도에서 그리스와 같은 나라는 조각예술 분야에서 일본과 같은 나라는 경제에서 그리고 인도와 같은 나라는 종교와 철학에서 그 특장을 잘 발휘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에 내놓아 손색없고 앞설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일까를 곰곰 생각해 보는 때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술과 같은 분야가 아닐까 싶다. 한국인은 확실히 천분의 예술적 감각을 지니고 있고 그점은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인정한 바이다. 특히 일본과 같은 나라에서는 한국의 이름없는 도공이 빚은 막사발 하나도 끔찍한 예술품으로 받들고 아꼈던 것이다. 그들 일본 민족이 도저히 따라 올 수 없는 그 어떤 예술적 재능을 우리 민족은 가졌던 것이다. 그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 그 중에서도 호남 그리고 그 중에서도 특히 전북의 문화예술적 자질을 함께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전북은 도세가 약하고 그간 정치적으로도 큰 빛을 못보아 발전이 더디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면 바로 그러한 이유로 인해 지나친 속도의 산업화, 공업화로 인한 후유증을 비교적 덜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지금 한반도는 산업 폐기물이나 공해 환경으로 심한 몸살을 겪고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도저히 치유나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에 와 있는 것이다. 우리의 후손들이 오래오래 살아 갈 타전들이 병들게 되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여년 동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오염이 덜한 호남쪽을 이상향처럼 찾아 들었다. 자연환경 뿐 아니라 선조들의 뛰어난 문화 유산까지 함께 있어서 호남은 한반도의 마지막 살만한 땅으로 인식되어졌고 그 중에서도 특히 전북이 그렇게 인식되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우리가 자족하고 있어서만은 안된다고 생각한다. 문화 전북의 특성화에 의해 보다 경쟁력 높은 지역이 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공장의 굴뚝에 연기 한 줄 내지 않고도 순전히 문화만을 수출해서 잘 사는 나라나 도시는 수없이 많다. 프랑스의 파리는 피악(FIAC)이라는 현대미술견본시장을 열어 일주일 못되는 기간 동안에 일본의 도요다 자동차가 1년내내 전 유럽에 자동차를 팔아 남기는 수익금을 웃도는 이윤을 얻고 있다. 바그너의 고향인 독일의 바이로이트만 하더라도 바이로이트 축제로 인해 전세계 애호가들로부터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선비도시이자 양반도시인 전주를 비롯, 판소리 동편제의 탯자리인 남원과 시인 매창의 땅인 부안, 선운사와 서정주의 고창 등 전북에서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문화 자원들을 거느리고 있다. 그 문화 자원들을 적극 개발하여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그래서 문화 전북의 기상을 날려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북의 힘은 문화에 있다.

 

/김병종(화가, 서울대 미대 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