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아이들을 어디에 맡길 것인가

헌법재판소가 교육부의 과외금지 조치를 위헌으로 판정함으로써 정부와 학교가 흔들리고 학부모들은 아이들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교육당국이 과외의 폐혜를 문제 삼아 일방적으로 단속함으로써 비싼 돈을 내면서도 도둑공부나 하는 것처럼 몰래 숨겨서 과외공부를 시켜왔으나, 자유롭게 배우고 가르칠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과외빗장이 풀리면서 과외공부가 확산되는 문제와 학교교육의 설 자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고 그 진통 또한 충격적이다.

 

사실 정부는 해방 후 지금까지 50년간이나 입시문제, 과외대책에 매달려 수없이 교육당국의 장관이 바뀔 때마다 교육에 대한 새로운 대책을 내놓는 조령모개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학교교육은 끌려다녀야만 했다. 국민들은 정부의 교육정책을 믿으려 하지 않고 나름대로 실속을 찾으려 과외와 학원에 의지하려 드니 막대한 사교육비 부담은 물론 사교육의 비전문적, 비교육적 요인이 우리 아이들을 시들게 한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최근 교육부에 따르면 학생 1백명당 55명이 과외를 하고 학생 1인당 년간 평균 과외비가 87만원에 이르러 년간 6조7천억원이 과외비로 지출된다고 발표했지만 음성적 성격의 과외비는 엄청난 액수로 추정되어 사교육비가 공교육비의 3배가 넘는다는 주장과 함께 우리 교육을 못믿고 과외비에 시달린 일부 학부모는 아예 어린 아이들을 외국에 보내 공부시키는 조기유학으로 엄청난 외화까지 유출하고 있으니 이 또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학교에서는 졸고 적당히 놀다가 공부는 학원에 가서 한다는 분위기는 이제 공교육을 더욱 어려운 파행으로 몰고 갈 것이다. 과외를 받는 학생과 못받는 학생간의 갈등과 위화감은 학교교육의 불신을 가속시킬 것이며, 사기를 잃고 과외를 금지당한 유능 한 현직교사들마저 학교를 이탈한다면 학교 교육기반의 붕괴가 뻔한 일이니 이 어찌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교육부가 고액과외 방지를 위한 "과외교습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과열과외 예방과 공교육 내실화 방안을 내놓고 교육정상화를 위한 노력과 함께 강력한 행정지도를 펴나가겠다고 하지만, 한시도 놀릴 수 없는 어린 아이들 교육을 그저 지켜보고 기다리고 있을 수 없는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어디에 맡겨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고민으로 허둥대지 아니할 수 없게 되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학교와 선생님들이 교육수요자의 교육 및 학습욕구를 충족시키고, 학교 교육의 정상화와 교육의 방향을 바로잡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부 중심의 일방적 각종 규제와 교육개혁을 지양하고 교육권과 학습의 자유·자율권을 확대해야 하며 교육의 특성화와 다양성 추구가 시급하다. 또한 학교 평준화 시책을 개선하고 사학의 자율성 인정으로 학교의 경쟁력을 유도하여 학생의 학교 선택, 교육선택권의 폭을 넓혀야 한다. 학교와 선생님의 책무성을 중하게 여기고 학부모와 학생이 선생님과 학교를 믿게 해야 한다.

 

창조적 지식과 기술은 어떤 생산요소보다 부가가치가 크고 미래사회를 지배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행·재정을 교육 최우선으로 기울이는 총력 체제로 나가야 한다. 우수한 인재가 교단에 모이도록 교원 보수를 대폭 높이고 스승존경, 교권존중 풍토 조성과 교육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보장되도록 하여 선생님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신명나게 아이들을 가르칠 때 '지식기반사회'도 이룩되어 무한한 경쟁시대에 대비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을 어디에 맡길 것인가? 방과 후 학교 정문 앞에 늘어선 학원 버스들. 야밤에 우리 아이들이 이곳 저곳으로 뛰어다니게 해서야 교육이 제대로 되겠는가? 아직도 우리에게는 깊은 사랑과 관심으로 열정이 살아있는 학교 선생님과 우수하고 무한한 잠재력이 있는 아이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의 미래는 밝고 희망이 있는 것이다.

 

/유홍렬 (전북교육위원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