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푸르름을 더해가는 6월, 오늘은 제45회 현충일이다.
오늘 아침 공기가 이토록 신선하고 평화로운데 언제 국권상실이 있었고 전쟁의 비극이 있었는지를 망각하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
오늘은 국권회복과 조국수호를 위해 털끝만한 이해 타산과 주저함 없이 고귀한 목숨을 초개처럼 던진 수많은 순국선열과 전몰호국용사의 영전에 옷깃을 여미며 온국민이 묵념을 올리는 날이다.
반만년 유구한 역사속에 우리 백의민족은 민족자존과 선비정신을 생명보다 소중히 여겼고 외부의 무력침략을 용납하지 않았으며 노예와 같은 굴종은 차라리 죽음보다 싫어한 민족정기를 지닌 국민이다. 지난 20세기에 국가적 시련을 크게 겪었던 주요 원인은 국론분열과 내부갈등의 심화로 국가가 허약해진 때문이었다. 구한말 대한제국은 일제에게 국권을 상실하여 36년간의 암울한 식민지배를 당해야 했고 불과 반세기전에는 공산침략으로 6·25전쟁에서 2백43만의 인명이 살상되고 60만여채의 가옥이 파괴되었으며 30만명의 전쟁미망인과 고아가 발생했다. 이 역시 국력결집에 실패하고 안이한 안보관으로 대응했기에 빚어진 결과였다. 우리는 부강한 국가를 만들고 안보를 튼튼히하여 다시는 이땅에 한을 남기지 않도록 유비무환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절제의 미덕을 잃고 윤리적 도덕적으로 문란했던 물질만능의 풍요와 이기주의가 결국 97년 IMF와 같은 경제위기를 불렀다. 무능한 정치와 경제의 방만한 경영이 부른 재앙이었기에 신명을 다바쳐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국가유공자의 공훈은 더욱 빛나고 그 충혼은 영원히 우리에게 기억되는 것이다.
지난 세기 우리민족이 겪었던 애환과 질곡의 역사는 이제 험한 준령을 넘어 새로운 천년 희망의 세기로 걸음을 내딛었다.
지금 관행처럼 되풀이되는 정파와 집단의 이기적 논쟁은 국가발전과 국민민복 추구의 발목을 잡는 소아병적이고 실망스러운 것으로서 국민역량 결집을 위해 하루빨리 버려야 할 행태이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이 ‘인간 최고의 도덕이란 애국심’이라 말한 것을 다같이 생각해보자.
우리는 호국선열들이 지켜 보전한 이 나라의 자유와 평화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 피와 땀으로 쟁취한 것임을 깨닫고 우리는 역사의 수혜자로서 분단된 조국의 현실에 새로운 자각과 반성으로 밝은 미래를 펼쳐야 할 사명을 띠고 있다. 지금 우리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충혼불멸의 유지를 계승하여 민족웅비의 도약으로 승화할 때이다.
오는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평양에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그동안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정부가 꾸준히 추진해 온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이 대화의 물꼬를 튼 성과라 생각하고 모처럼 우리민족사에 큰 경사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제는 하루빨리 동서냉전의 구시대적 이데올로기의 감정에서 벗어나 남북이 화해하고 민족적 이성을 회복하며 남북분단이 갖는 우리민족의 비극을 그 주체인 우리가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민족의 동질성 위에서 해결하여 통일번영의 길로 나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새천년에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살신성인했던 국가유공자의 애국심과 위국헌신의 모습을 우리 모두가 본받고 이 시대 이 역사의 수혜자요 주인공인 우리가 떳떳하고 부끄럼없는 역사를 창출하는 한겨레 한민족이기를 다짐해 본다.
다시한번 호국선열들의 공훈과 희생에 감사드리며 사랑하는 자식과 남편 부모를 호국의 전선에 바치고 50년 세월을 남모르는 고통속에 묵묵히 살아오신 그 유가족들에게도 심심한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 전주보훈지청 보훈계장 손은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