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닉슨이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毛澤東)과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 만찬 장면 사진이 화제였다. 서툰 젓가락질로 음식을 입에 가져가는 닉슨과 이를 지켜보며 미소짓는 마오쩌둥의 다정한 모습이 결국 죽(竹)의 장막을 무너뜨린 동서화해의 첫 장(場)을 기록한 것이다. 이 때 만찬에 나온 요리가 그 유명한 ‘북경오리’요 독하기로 소문난 마오타이주였다. 그 후 북경오리 요리와 마오타이주가 세계적 명품이 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경우는 다르지만 남북한 정상의 평양회담 만찬메뉴도 관심이 가기는 마찬가지다. 91년 10월 남북 고위급회담 때 연형묵 북한 총리가 주최한 만찬메뉴에는 대동강 숭어, 가물치회가 올랐고 뱀술과 인삼주가 반주로 나왔었다. 육류사정이 어려워 쇠고기나 돼지고기는 못 내놓지만 민물고기인 가물치회도 맛이 일품이라고 자랑하던 북한측 관료의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평양회담에서 김대중대통령이 답례 형식으로 여는 만찬에는 조선궁중음식 정찬과 함께 비빔밥을 내놓기로 했다 한다. 분단후 첫 정상회담이란 역사성을 감안해서 모든 이질적 재료를 섞어 조화로운 맛을 낸다는데 의미를 뒀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설명은 어딘지 서운하다. 비빔밥 하면 두 말할 것도 없이 전주 아닌가. 기왕에 비빔밥을 내놓으려면 ‘전주비빔밥’이어야 옳을 것 같다. 전세계적인 관심속에 열리는 남북정상회담 만찬에 ‘전주비빔밥’이 올랐다 치자. 그 홍보 효과를 어디다 비길 수 있을 것인가. 전주, 나아가서 전북을 세계인에게 알릴 수 있는 이 절호의 기회를 관계자들은 그저 앉아서 흘려 보낼 것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