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새 천년의 만남

2000년 한국의 6월은 한반도 역사상 가장 기억에 남을 달로 기록될 것이다. 반세기가 넘도록 분단의 고통에 시달리던 한반도가 55년만의 뜨거운 만남으로 새롭게 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좀처럼 열릴 것 같지 않던 평양이 열리고, 쉽게는 만날 수 없었던 남과 북의 두 정상이 얼굴을 마주하고 두 손을 잡게 되었다.

 

6월 13일, 평양 순안 공항에서 두 정상의 뜨거운 악수는 55년만의 만남이었고, 이제까지 남북 대립과 갈등을 한꺼번에 지워버리고 화해와 협력으로 향하는 새로운 세기의 만남임과 동시에 새천년의 역사적 만남이 된 것이다. 그 동안 설왕설래하며 말도 많았던 ‘햇볕정책’이 꽃을 피우고 이제는 그 열매를 거둘 날도 그리 멀지는 않은 것 같다.

 

이번 정상회담은 55년만의 첫 만남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뜻깊다 하겠으나, 두 정상의 ‘평양선언’은 우리에게는 반가운 소식이고 크나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평양선언에서 두 정상은 남북의 화해와 통일,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정착, 이산가족의 상봉 그리고 경제를 비롯한 각 부문의 협력을 다져나갈 것을 다짐하였다.

 

이제 남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직 서로의 약속을 성실하게 지키고 실천하는 것뿐일 것이다. DJ의 방북 사실이나 그 성과에 마냥 들떠 있을 수 만은 없다. 지금부터 차분히 ‘평양선언’에서 합의한 내용들을 남과 북이 서로 구체화시켜 나갈 방법을 모색하고 하나씩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상회담에서 이루어진 큰 골격에 살을 붙여 나가는 작업을 조속히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일괄타결을 원했던 북측의 입장 때문에 구체적인 합의사항을 이끌어 내지 못한 마당에 이를 실현하기 위한 양측의 실무회담은 다른 어느 때보다 그 중요성이 큰 것이라 하겠다. 한 번의 만남과 약속으로 55년 벽이 쉽게 무너지리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남과 북이 같은 길을 가다보면 힘들고 험난한 장애도 뒤따를 것이다.

 

하지만 어렵고 힘들게 마련한 이 길에 어떤 장애가 뒤따르더라도 남과 북이 함께 힘을 합쳐 헤쳐나가는 것이 한반도의 냉전구조를 종식시키고 민족의 공동번영과 평화통일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부디 새천년의 역사적 만남이 역사적 결실을 맺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