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프랑스에서 가발과 머리 염색이 유행한 것은 이보다 훨씬 앞서 기록되고 있다. 프랑스를 혁명의 소용돌이로 빠뜨리게 한 루이 15세는 엄청난 사치생활로 유명하다. 평소 흰 머리를 좋아한 그는 가발에 밀가루를 뿌린 헤어스타일을 파리 사교계에 유행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밀가루 뿌리기는 프랑스 혁명 뒤 전 유럽으로 확산되어 일부 국가에서는 식량자급을 이유로 세금을 매기는 소동마저 빚는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시 파리의 귀부인들은 파티 때마다 머리를 땋아 올려 호화롭게 꾸미는 경쟁을 벌였으며 루이 16세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는 독일에서 말의 털까지 수입해 머리장식을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좋아하는 머리색깔은 나라마다 조금씩 달랐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노란 꽃가루와 금가루 등으로 장식한 금발머리를 좋아한데 반해 로마인들은 검은 머리를 선호했다.
우리도 옛 부터 ‘삼단 같은 검은 머리’를 최고로 쳤다. 그래서 검은 가발로 다래를 만들어 머리 위에 얹기도 했으며 일반 여인들은 동백기름으로 머리에 윤기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는 노랑머리 열풍이 세차게 불고 있다. 노랑머리 뿐만 아니다. 노랑, 빨강, 파랑, 초록 등 말 그대로 총 천연색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머리에 몇 가닥을 물들이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지금은 온통 머리전체를 염색하는게 유행이라고 한다.
특히 대학가에서의 노랑머리 열풍이 더욱 거세다. 대학생 10명 가운데 3명이 노랑머리 열풍에 휩싸이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지난 주에는 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노랑머리로 출근해 입줄에 오르기도 했다. 2년 전 일본 열도를 휩쓸었던 염색머리 열풍이 우리 나라에 상륙한지 1년만에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고등학생까지 머리염색이 보편화 돼 있지만 대부분 갈색이라고 한다. 우리처럼 총 천연색은 아니라고 하는데 우리의 노랑머리 열풍은 과연 어디까지 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