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변이나 얕으막한 구릉지대도 마찬가지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질경이·쑥·클로버·강아지풀 같은 재래 잡초들은 쉽게 찾아 볼 수 없고 그 자리에 억세고 볼품없는 외래식물들이 기세좋게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풀잎에 맺힌 이슬’이나 ‘바람에 휩쓸리는 가녀린 들풀’과 같은 낭만은 이제 산이나 들 어느곳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외래 어종인 블루킬·베스와 같은 사나운 민물고기들이 우리 저수지의 붕어·송사리 등 토착어종의 씨를 말려 가는터에 이제는 잡초들마저 외래식물에 밀려 자취를 감춰 간다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잡초학회에 따르면 외래식물은 지난해말 현재 3백20여종에 이른다고 한다. 해마다 10여종씩 늘어나 지난 95년 2백50종에 비해 70종이나 불어났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외래잡초로 자리공·망초·왕달맞이꽃·단풍잎돼지풀·실새삼 같은 종(種)들이 꼽히는데 농작물이나 다른 식물의 성장에 장애를 주는 단풍잎돼지풀 같은 경우는 그 피해가 워낙 크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미 50년대에 북아메리카에서 유입된 후 성장세나 번식속도가 빨라 토종잡초의 씨를 말릴 정도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외래잡초가 무더기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아무래도 곡물과 목재수입이 활발해진 60년대말부터라고 한다. 전주∼군산간 도로변에 이런 잡초들이 많은 것은 군산항과 가까운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료용 종자에 대한 검역만 하고 있을뿐 곡물이나 목재에 대한 검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여기에 묻어 들어온 잡초씨들이 운반과정에서 바람에 날려 인근에 토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외래잡초의 정확한 분포실태나 폐해를 조사연구할 전문기구 하나 변변히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잡초를 이처럼 방치했다가 어떤 재앙이 닥칠지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