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1899년 노량진에서 제물포간 경인선이 개통됨으로써 철도시대가 열렸다. 경인선은 원래 미국인 JR 모스가 부설권을 따냈으나 자금난을 겪는 바람에 일본이 인수해 공사를 끝냈다. 그 뒤 일본은 1905년에 경부선을, 1906년에 경의선, 1914년에 호남선을 잇따라 개통시켰다.
당시 철도는 일제의 식민지 경영이라는 정치·경제적 목적과 대륙침략이라는 군사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었다. 해방 당시 한반도 전체 철도 길이는 6천3백26㎞였으며 남한만은 2천6백24㎞였다. 현재 우리나라 철도 길이는 3천92㎞로서 광복 후 반세기가 넘게 지나도록 겨우 4백50㎞ 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이는 70년대 이후 고속도로가 각광을 받으면서 철도는 사양길로 접어들었고 국토개발 우선순위에서도 한참 밀려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다시 철도가 각광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초고속 열차까지 등장하는 등 ‘철도 르네상스’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철도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교통체증이 없는 것 이외에도 낭만적인 교통수단이라는 점이다. 벚꽃 열차를 비롯 신혼열차, 단풍열차, 온천열차, 젓갈열차, 눈꽃 열차 등 40여개 테마 열차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주초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서울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경의선(京義線) 철도의 끊어진 구간인 문산∼봉동까지 20㎞ 구간을 조기복원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남북간 물품확대 및 비용절감은 물론 유럽, 아시아 대륙의 물류 전진기지로 부상하게 되는 등 ‘철의 실크로드’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도 나오고 있다. 실향민에게는 정말 꿈과 같은 이야기이다. 통일의 염원을 실은 꿈과 낭만의 열차가 힘차게 달리는 날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