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가보안법 폐지돼야 한다

변화하지 않는 것은 발전할 수 없습니다.

 

또 진리란 변화합니다. 역시 세계는 변화 발전하고 있습니다.

 

과학이 사물의 다양한 사실과 현상을 취급하여 잘 정돈하고 전형적인 관계를 밝혀 원인과 결과를 분명하게 가려내는 학문이라면, 철학은 인생 및 세계의 궁극적인 원리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식을 한다든지 이론을 담당하는 곳은 머리 곧 사람의 두뇌의 기능입니다. 두뇌의 담당자는 살아있는 인간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인간에 대하여 두뇌의 사용을 규정지으려고 한 군부시대(軍部時代)가 있었습니다. 인간 두뇌의 사유(思惟)의 세계까지 독재의 총칼을 들이 대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생각만 강요하였던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과거 우리의 역사가 그렇게 잔인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때 일본이나 현재의 우리나라 등에서는 자연과학을 연구하면 유물론자가 된다고 하여 억압받기도 하였습니다. 또 변증법이란 것을 곧 공산주의 이론으로 규정지어 이를 옹호하였다하여 교도소에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모두 다 속이 좁아서 일어나는 해프닝들입니다. 지금까지도 이는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슬픔입니다. 논자도 이 글을 써 나가면서 조심해야지 아니면 언제 교도소에 또 갈지 모릅니다. 그것이 국가안보법의 문제입니다. 얼마나 비과학적인 나라입니까? 설사 남북회담이 잘 진행된다하여도(옛 군부정권이 강제적으로 만들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막는 국가보안법은 쉽게 폐지될 것 같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머리 속까지 형벌로 다스리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나쁜 단어로 규정하고 있는 변증법이란 말도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이론이 생기기 전에 이미 존재하였던 말들 입니다. 그리고 어느 시대나 진보주의자는 있었습니다. 갈릴레오 갈레레이는 15세기에 보수적이었던 기독교적 입장의 천동설을 부정하고 지동설을 주장한 진보주의자입니다.

 

중국의 손문은 마르크스주의자도 공산주의자도 아니었지만 유물론적 세계관을 가지고 진보적인 입장에서 사회혁명을 지도한 훌륭한 실천적 지도자입니다. 진보라는 것이 꼭 마르크스주의자를 의미하진 않습니다. 이처럼 관념론적이고 형식논리학을 토대로 한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은 이제 버려야 합니다.

 

여기에서 필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이제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를 갖지 말자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라는 식으로 규정하지 말고 이것이 아니면 그것도 있고 중간 것도 있을 수 있으며 또 다른것도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초등학교를 나오면 무식하고 대학교를 나오면 유식할 것이라는 사고방식도 역시 형식논리학적이고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입니다. 이혼하면 불행이라 믿고 폭력에 굴복하면서 사는 것도 역시 현명하지 못한 형식논리학적이고 관념론적인 생각입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계속된다면 우리나라는 결국 학벌제도를 개혁할 수 없을 것이고 가정폭력은 계속될 것입니다. 학교가 학문을 연마하는 곳이 아니고 졸업장을 받기 위해 다닌다면 학교는 이미 모순을 초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정희 정권시절 10월 유신을 반대하면 공산주의자라고 하여 교도소에 보내어 지기도 했던 것 역시 지극히 이분법적인 것으로 비과학적인 사고의 하나였습니다. 우리는 하루속히 이분법적 사고로부터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이를 벗어나지 못하면 넓고 다양한 세계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병아리 신세가 되고 말 것입니다.

 

통행금지를 해제하면 간첩이 득실거리고 도둑이 득실거릴 것이라는 우려도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통행금지가 해제되면 좋은 점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창출해내지 못하였던 우리의 막혀버린 이분법적인 사고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통행금지가 해제되고 20년이 지난 이 나라에 뭐가 달라졌는지 한번쯤 생각하여 보는 국민이 되어봅시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면 이 땅에 공산주의자가 득실거릴 거라는 두려움에서라면, 국가보안법을 폐지한 후 국제적, 국내적으로 사고의 범주가 얼마나 넓어지는가는 왜 생각하지 못하는가요? 이제 이러한 틀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변화하지 않는 것은 발전할 수 없다”는 헤겔의 말을 교훈 삼아 철학적 사유가 메말라버린 우리의 형식논리학적 사고방식을 우리 스스로 개선하여 나가야 합니다.

 

역사란 거짓은 참에 의해서 부정되는 변화의 장이고 진리를 기록하는 장입니다. 넓은 마음으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도록 우리 국민 모두 노력합시다./ 황세연(새천년 사이버 토론장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