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칼럼] 갯벌 보존과 간척사업

갯벌(干潟地)을 보전(保全)해야 한다는 의견과 간척(干拓)사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특히 새만금 간척사업을 두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학계·시민단체·지역주민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어있다. 간척사업을 두고 이해 당사자는 물론 지역과 단체 및 계층 간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간척사업의 필요성을 말하는 사람들은 식량안보와 물 부족현상의 해결 등 경제적 이점을 강조하고 있다. 간척사업은 갯벌을 농지나 산업용지 등으로 만드는 단순한 매립사업이 아니라 국토를 효율성 있게 이용하여 국가발전에 필요한 토지와 식량·수자원 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국토종합개발사업이란 설명이다. 간척사업을 통하여 식량증산 뿐 아니라 토지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자원 확보·한발 및 침수피해 감소·교통여건 개선·관광 및 휴양지제공·지역의 균형개발·고용창출 등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간척한 땅의 가치는 단순히 농지로 전용한다해도 연구결과 갯벌에 비해 많게는 2.6(1999년 12월 세종대 주명건 교수)배, 적어도 1.4배(1999년 11월 중앙대 최재선 교수)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특히 국토의 65%가 산지로 경작지가 부족한 우리의 현실에서 간척사업은 필수란 주장이다.

 

갯벌을 보전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생태적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지상의 모든 생물은 먹이사슬로 얽혀 살아가고 있다. 무기물을 먹이로 해서 유기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은 식물이다. 바다에서 무기물로부터 유기물을 만들어 내는 주된 생물은 식물플랑크톤이다. 동물플랑크톤을 비롯해서 작은 생물들은 식물플랑크톤을 먹고 살아가고 작은 물고기는 동·식물플랑크톤과 작은 생물을 먹고 자라며 큰 물고기는 보다 작은 물고기를 먹이로 해서 생육·번성해가기 마련이다.

 

식물플랑크톤이 유기물을 만들어 내는 일은 태양에너지가 근원이 된다. 태양에너지는 바다 물 속으로 뚫고 들어가는 힘이 약해서 물 속 1m가 되면 55%, 10m는 36%, 100m에선 2%로 급속히 감소한다. 조류(藻類)가 수심 200m 이하에서 살 수 없는 것은 여기에 있다. 갯벌은 물이 찰 때 수심이 수m 이내의 얕은 바다인 데다 식물플랑크톤이 번식하기에 알맞은 수온과 풍부한 무기(無機) 영양염류를 품고 있다. 갯벌은 또한 천연적인 하수처리장이다. 하천으로부터 유입되는 오염물질들은 갯벌에서 분해된다. 이렇게 해서 갯벌 속에 쌓인 영양소는 생물의 먹이가 된다.

 

간척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갯벌의 기초생산력은 연근 해와 대륙붕에 비해 5-10배에 이르며 이를 생물량(biomass)으로 환산할 때 연근 해의 90배, 외양의 300배를 넘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갯벌이 짧은 기간에 만들어 질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바다에 생명력을 주는 갯벌은 적어도 수 백년에 걸쳐 만들어진다. 최근 우리나라 연근 해 어업생산량이 크게 감소된 것은 계획성 없는 간척의 결과란 주장이다. 그래서 갯벌은 농지에 비해 3.3배 높은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는 것이 연구결과(1996년 12월 한국해양연구소 이흥동 박사)란 설명이다. 갯벌은 생명탄생의 모태(母胎)이자 바다 생물의 보고(寶庫)란 이야기다.

 

또한 간척사업은 지역 어민들에 대한 보상을 비롯해서 간척후의 수질관리 등 잡다한 문제를 안고 있을 뿐 아니라 비교적 규모가 크고 공사기간이 길어 임야를 개간하는 일에 비해 돈이 많이 든다. 새만금 간척사업이 애초 8천2백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2조2천1백37억 원으로 대폭 늘어난 것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란 설명이다. 더욱이 새만금호 수질개선을 위하여 들어갈 추가비용이 수조원대에 이를 것이란 주장이다.

 

갯벌보전과 간척사업을 두고 이와 같이 의견이 엇갈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갯벌과 간척을 보는 시각이 다른데 있다. 생산 가치만을 따지면 간척이 유리하고 환경과 생태계 파괴 문제에 무게를 두게되면 경제적 가치마저 갯벌보전 쪽이 커지는 것은 여기에 있다.

 

따라서 갯벌보전과 간척사업의 추진에 철학을 확립해야한다. 60, 70년대 식의 개발 위주로 나갈 것인지 아니면 지구적인 차원에서 환경과 생태계 문제에 비중을 둘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철학을 정립해야 한다. 그리고 오늘의 우리가 아닌 우리의 후대를 내다본 장기적인 안목에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업 초기부터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지자체의 협조와 이해 속에 추진되어야 할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런 의미에서 새만금을 포함한 논란이 되고 있는 모든 간척사업에 대해 종합적인 재검토가 있어야겠다.

 

/이광영(전북대 자연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