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의 독인 ‘테트로톡신’은 상어도 비켜갈 정도의 맹독이다. 모든 물고기들은 이 사실을 인지하고 복어에 접근하지도 않는다. 이렇게 무서운 복어를 먹을 수 있는 것은 복어 자신이다. 복어는 서로 독에 대한 강한 저항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서로 잡아먹고 먹히더라도 독때문에 죽지는 않는다 한다. 이같은 맹독을 가진 복어를 사람들이 먹고 있다.애호가들은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너무 맛있어서 죽은 사람을 알지 못한다고 한다. 특히 그 쫄깃하고 통통한 맛은 먹어본 사람만이 안다는 복어다.
1992년 대통령선거 당시 첨예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말을 했다하여 몰래 녹음한 것이 폭로되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부산 ‘초원복집’사건을 우리는 기억한다. 복어를 먹으며 나누던 밀담이 만천하에 공개되고, 정치사건으로까지 비화될 줄이야 어찌 알았겠는가. 맛있는 복어의 독소만큼이나 무서운 결과를 낳았으니 말이다.
복요리가 효과를 노리는 것은 미량의 독을 통한 삼투효과를 노리는 것이 아닌가 한다. 문자를 쓰자면 이독제독(以毒制毒)이라 할 수 있다. 몸속에 죽지 않을 만큼의 독을 넣어 다른 독을 제압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복어는 피를 맑게 하고 몸이 쇠약한 사람을 회복시켜주며 비만, 당뇨, 간장질환까지 효험이 있다 한다.
요즘은 이 복어가 납덩어리가 되고 있다. 꽃게와 함께 우리의 식탁을 떠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 복어를 천민자본주의의 쓰레기로 전락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제 사회의 독소를 복어의 맹독으로 제압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