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감사결과 행장 취임을 반대하는 노조를 달래기 위해 뭉텅이 돈을 쓴 은행이 있는가 하면 노조의 파업을 막기 위해 이면합의로 노조원 호봉을 일괄 승급해주고 민간 매각을 포기한 공기업도 있었다. 영업손실이 4년동안 1천4백억원이 넘는 기업이 여전히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임직원에게 수백억원대의 성과급과 격려금을 준 기업도 적발됐다. 무엇보다도 운전기사에게 6천1백만원의 연봉을 준 마사회(馬事會)의 경우는 감사 담당관의 말대로 ‘벌린 입이 다물어 지지 않을 정도’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일부 퇴출 금융기관과 공기업에서 거액의 퇴직 위로금을 줬다 해서 국민적 공분을 산 때가 바로 지난해이다. 그런데도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해야 할 공기업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돈 잔치’를 해왔다니 분통터질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밀린 노임조차 받지 못한채 눈물을 흘리며 회사를 떠난 부도기업 근로자들이 이를 보고 과연 뭐라고 할까. 하긴 공기업 경영책임자들의 의식수준이 그정도 였으니 감사원 지적대로 부실해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결과 1백32개 공기업에서 7백88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적발했고 그중 19명의 기관장과 임원 등은 인사조치를 요구했다 한다. 차제에 따져 볼 것은 공기업 책임자 인사때마다 불거져 나온 낙하산 인사의 병폐이다. 민영화나 구조조정에 ‘배째라’식의 강심장을 갖고 있고 ‘내돈 아닌데 어쩌랴’싶게 인건비 등을 물쓰듯 하는 장(長)들은 분명 믿는(?) 구석이 있기에 이런 도덕적 해이현상을 보이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