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5월이면 전주천과 삼천 일대 18만7천평을 노랗게 수놓으며 전주시민과 외지 관광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유채꽃.
지난 99년부터 2년동안 전주천과 삼천을 아름답게 감싸안았던 유채꽃이 이제 아득한 추억속에 접혀 사라지게 됐다.
전주천을 환경이 살아 숨쉬는 자연하천으로 조성하기 위한 전주천 자연하천조성사업이 본격 추진되기 때문이다.
유채꽃밭에는 많은 추억이 담겨져 있다.
연인원 2백만명 이상
전주시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전주천과 삼천둔지에 노랗게 펼쳐진 유채꽃밭은 지난 2년동안 전주시민의 사랑을 톡톡히 차지한 전주시의 귀염둥이요. 외지 관광객을 포함, 연인원 2백만명 이상의 발길을 모은 관광명소이다.
특히 노랗게 피어있는 유채꽃밭은 가족들이 나들이 장소로,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만남의 장소로 각광 받았고, 전주를 녹색생태도시로 각인시켰다.
유채꽃밭 사이를 맨발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달렸던 시민, 싱그러운 유채꽃밭 향기를 맡으며 전주문화축제를 감상했던 지난날의 추억은 전주천에 가득 핀 유채꽃이 선사한 선물이었다.
전주시민의 절반이상이 유채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모았던 유채꽃.
화사한 자태를 뽐내며 시민들을 즐겁게 하고, 씨를 통해 비누와 식용유를 제공해준 보배스런 유채꽃밭은 전주시민이 만끽할 수 있었던 삶의 보람이요, 희망이었다.
그리고 시민들을 이러한 유채꽃밭을 보고 ‘전주천의 기적’이라며 이구동성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유채꽃밭을 처음 조성했던 1998년 이전 만해도 전주천과 삼천은 돌과 잡초가 나뒹굴던 버려진 하천이었다.
물은 오염돼 악취가 심했고, 둔치에 버려진 쓰레기들은 천년역사와 전주이미지를 크게 흐렸다.
하지만 민선2기 이후 전주의 젖줄 전주천과 삼천을 살리려는 노력은 시작됐고, 유채꽃밭은 ‘하면된다’는 녹색도시에 대한 희망과 결실을 가져다 주었다.
IMF가 준 희망과 선물
유채꽃밭은 아이러니하게도 IMF가 가져다준 사업이자 선물이었다.
1997년 말, 우리나라 경제를 한꺼번에 무너뜨렸던 IMF한파는 국민들에게 엄청난 상처를 안겨주며 수많은 직장인들을 실업자로 전락시키면서 길거리로 내몰았다.
정부에서는 실업자가 된 국민들의 생계를 위해 공공근로사업을 추진하게 되었고, 전국의 각 자치단체는 공공근로사업을 발굴하는데 전전긍긍하였다.
이때 전주시가 마련한 공공근로사업이 바로 전주천과 삼천 18만7천평 둔치에 유채꽃을 심는 유채꽃밭 조성사업이었다.
당시 이 사업은 전국의 자치단체를 깜짝 놀라게 한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공공근로사업은 정부 지원사업으로 도로개설 등에는 사용할 수 없고 오직 인건비로만 사용토록 되어 있다.
즉 임금 살포에 초점이 맞추어진 생계비 지원사업이었던 것이다.
전주시는 이에 따라 저소득 실직자들의 생계 보전 차원에서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고, 시민 세금 한푼 안들이고 내륙 초유의 대단위 유채꽃밭을 조성하게 되었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이러한 유채꽃 조성사업을 우수 공공근로사업으로 선정, 타 자치단체의 귀감으로 삼았다.
98년 가을부터 연인원 5만6천여명이 투입된 유채꽃밭 조성사업은 IMF극복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희망찬 땀방울이 뿌려지며, 다음해인 99년 5월 드디어 전주천과 삼천을 노란 유채꽃이 화려하게 수놓았다.
새로운 꽃물결을 기대
아름답게 펼쳐진 유채꽃 백리길은 녹색환경도시를 염원하는 전주시민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고, 깨끗한 물과 꽃이 어우러진 전주천과 삼천은 시민들의 사랑을 아낌없이 받았다.
이러한 유채꽃밭이 내년부터 정부의 공공근로사업 중단 방침으로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너무도 아쉽다.
하지만 유채꽃밭이 사라진다고 해서 전주천의 아름다운 꽃물결이 멈춰버리는 것은 아니다.
내년부터 전주천 자연하천조성업을 통해 전주천 둔치 등에 황버들과 느룹나무 등 교목을 포함한 향토초화류원과 조류관찰대,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하천유역의 생태에 맞게 새롭게 조성될 계획이기 때문이다.
2년동안 시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5월의 봄을 아름답게 수놓았던 유채꽃을 이젠 볼 수 없지만 IMF한파를 이겨내며 시민들의 땀과 애환을 묻어 꽃을 피웠던 유채꽃에 대한 추억은 우리들 가슴에 녹색도시를 염원하는 희망의 꽃으로 영원히 자리할 것이라 믿는다.
/ 김완주(전주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