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희(우석대학교 도서관 사서, 지역사회도서관연구회 회장)
매년 10월 셋째주 월요일은 세계 학교도서관 협회(IASL:International Association of School Librarianship)가 1999년에 제정한 세계 학교도서관의 날이다.
사람이 태어나고 자라서 어른이 되듯이, 도서관도 사람들의 삶을 따라 성장하고 순환한다.
엄마손을 잡고 마을도서관에서 이야기 책을 읽던 아이가 학교에 들어간다. 학교도서관은 오늘날의 정보·지식기반사회의 기반이 되는 정보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학생들에게 일생동안의 학습방법을 심어주어야 하며, 상상력을 개발시키고 책임있는 민주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
학교 구성원 모두가 비판적인 사고력을 갖고 모든 형태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학습서비스와 도서자원이 제공되어야 하며 폭넓은 도서관과 정보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엄마와 아이들이 찾아 갈 공공도서관은 너무 멀고, 그나마 입시공부를 하는 학생들의 공부방이 되어 밤 늦도록 저당잡혀있지만 어른들은 그들을 내쫒지 못한다.
그들이 돌아가야 할 학교도서관은 지금 휴업중이다.
또한, 학생들의 정보활용능력을 키우고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생활화 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은 꾸준히 증가하는데 반해 정작 이를 책임지고 담당해야 할 학교도서관에 대한 교육부의 관심은 미비하다.
여전히 교실 한두칸에 불과한 대부분의 학교도서관이 학생들의 입시를 위한 도서실로 이용되고 있으며 낡은 책들은 돌보아줄 사서교사 하나 없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한쪽 구석으로 밀려나 있다.
1999년 교육통계연보에 의하면 전라북도 초·중·고에 배치된 사서교사는 1명이란다. 최근에 보다못한 민간시민단체들이 참여하여 일부 학교들을 대상으로 학교도서관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였으나 지속적인 재정적·인적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충분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학교도서관을 교육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첫째, 독서환경 조성을 위해 장서와 기자재를 구입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재정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며 둘째, 전담 사서교사의 배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이에 앞서 보다 근본적으로, 학생들이 자유롭게 읽고 싶은 책을 읽고 관심있는 분야의 정보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개인의 적성과 창의력을 살릴 수 있도록 하는 교육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도서관은 대학도서관을 중심으로 발달해왔다.
세계의 대학과 비교하면 아직 형편없을 정도지만 이나마 대학도서관을 발달시킨 주 동력은 학생수에 비례하는 도서비를 의무화 하는 규정이었다. 이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수나 학생수에 비례하는 도서비를 예산에 반영할 것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제정해야 한다. 세계 학교도서관 협회는 학교도서관의 날을 맞아 다음과 같은 활동을 추천했다.
▲학교도서관 홈페이지에 세계 학교도서관의날(http://www.hi.is/~anne/sldindex.html)을 알리는 페이지를 개설한다
▲언론사에 세계 학교도서관의 날 행사정보를 알린다
▲학생들에게 그 나라를 대표할 5권의 책을 선정하도록 하고, 독서활동을 장려한다
▲지역 공공도서관에 학교도서관 관련 전시회를 개최하거나, 도서관주간이나 적당한 시기에 전시회를 개최한다
▲학교도서관 도서자료 구입비 모금을 위한 행사를 개최한다
▲학교도서관 개방행사(Open Day)를 열어 지역주민들에게 학교도서관을 알리고 학생 들에게 도서관 이용법을 안내한다.
지난 9월 28일 전국도서관대회가 열렸던 경주에서는 여러 시민단체와 각계 각층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학교도서관 살리기 국민연대’를 결성하기에 앞서, 모든 도서관인들의 역량을 모아 결성한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도서관인 연합’ 창립총회가 있었다.
어려서부터 도서관을 이용하는 습관과 기술이 습득되고 자연스럽게 생활의 일부가 되는 도서관문화가 이땅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학부모, 시민, 사회의 구성원들이 적극 동참하여 줄 것을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