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역사 드라마에 등장하는 궁궐은 그 웅장한 위용에서뿐만 아니라 복잡한 법도와 절차 그리고 용어에서도 보는 사람을 압도하게 하곤 합니다. 임금이 거처하는 궁궐을 정궁(正宮)이라고 하다가도 어떤 때는 다시 별궁(別宮)과 행궁(行宮)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별궁과 행궁은 정궁과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답=궁궐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경복궁과 창덕궁 그리고 덕수궁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이 궁궐들이 모두 조선시대에 지어진 궁궐이면서도 다 같은 궁궐이 아니라는데 우리 전통건축을 보는 재미와 흥미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임금의 거처는 모두 궁궐이라고 하는데, 조선시대에 사용된 궁궐은 개국초기에 임시로 사용되던 개성의 고려궁궐을 제외하고도 경복궁과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덕수궁 그리고 광해군이 잠시 거처하던 인경궁 등 모두 6개의 궁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6개의 궁궐을 전부 정궁(正宮)이라고 하지 않고, 오직 경복궁만을 정궁이라고 하였습니다. 하늘에 태양이 하나이듯 임금도 한 분이며, 그 임금이 거처하며 국사를 돌보던 정궁도 하나이어야 한다는 ‘존엄’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경복궁만을 정궁이라 불렀고, 궁성밖에 마련된 임금의 거처는 별도로 이궁(離宮)이라고 하였습니다. 경복궁을 제외한 창덕궁과 창경궁, 경희궁, 덕수궁 그리고 인경궁이 바로 이러한 이궁에 해당합니다. 이와는 별도로 임금이 궁성 밖으로 행차할 때 임시로 머무는 별궁은 행궁(行宮)이라고 따로 구분하였습니다.
뒤주 속에 갇혀 억울하게 죽은 사도세자의 넋을 위로하고자 자주 수원으로 행차하던 정조대왕은 사실 수원의 행궁에 머물렀던 것입니다. 요즘도 여름휴가 때면 어김없이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청남대라는 대통령 전용별장에서 새로운 정국구상을 가다듬는다고 하는데, 청와대를 정궁이라고 한다면 청남대는 이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상철 건축사(삼호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