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법자 주제에… 폭행·노동등 착취’‘체임·강제노동등 산업노예’‘돈벌러 조국 택한 것이 큰 실수였다’‘산산 조각난 코리안 드림’ ‘강제추방 무서워 신고 꺼려’…
이상의 내용들은 금년 들어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의 실태를 취재한 일부 신문기사의 제목들이다.
설움, 설움해도 배고픈 설움이 가장 크다고 하지만, 지금과 같이 먹는 걱정을 뒤로한 시기에는 까닭없이 차별당하는 설움이 가장 클 것이다.
성차별, 지역차별, 인종차별 그리고 국적차별등 능력이 아닌 본래부터 타고난 속성때문에 부당한 차별을 받는다는 것은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분하고, 끝내는 한(恨)으로 자리잡아 사회통합에 큰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나 조직에서 이러한 부당한 차별적 요인을 철폐하고자 모든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인 것이다.
어찌보면 역사발전은 이러한 부당한 차별제도를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지난 8월말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26만명의 외국인들이 여러가지 형태로 취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에는 산업연수생 등으로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취업하고 있는 사람이 약 93천명이고, 산업연수이탈, 관광이나 방문비자등으로 불법취업하고 있는 사람이 약165천명(총체류자의 64.5%)에 이르고 있다.
산업연수생의 경우는 사실상 국내 근로자와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연수’란 이름하에 노동법의 적용에 있어 국내 근로자와 차별 대우를 받고있다. 불법취업근로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항상 강제출국의 위협때문에 사업장에서 인권침해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말 한마디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혹자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가난한 나라에서 와서 높은 임금을 받고 돈벌어 가면 됐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가!”라고…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취업하고 돈벌어 돌아간 많은 외국근로자들이 그들 나라에 가자마자 한국을 비난하고 적대시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인도네시아에서는 ‘한국놈XXX’라는 책이 출간되었고, 네팔에서는 한국에서 산업재해를 당한 자국인의 사진을 담은 달력을 만들어 보급하기도 했다고 한다.
근로자에 대한 부당한 권리침해나 산업재해가 외국인 근로자에게만 발생하는 것은 아닌데도 왜 이러한 반한 감정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것은 법적·제도적 차별대우와 사회의 냉대가 그들에게 한(恨)을 심어주었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아마도 타당할 것이다. 우리도 한때(1960∼70년대) 독일에 광부 또는 간호사로 많은 사람들이 다녀온 적이 있다.
그러나 현지에서 일에 대한 적응의 어려움이나 언어불통의 고통은 호소된 바 있으나, 근로자로서의 제도적 차별때문에 우리나라에서 크게 문제를 제기한 적은 없는 것으로 기억된다.
독일은 일단 취업하게 되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4월29일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로 정부에서는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보호대책을 강구하게 되었고, 그 방안의 하나로 지난 8월 정부·여당은 국내 근로자와 똑같이 노동법을 적용하게 되는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추진중에 있다.
이 제도의 도입에 대해 보는 관점이나 입장에 따라 의견을 달리할 수 있겠으나, 좀 더 거시적 차원에서 이 제도의 조속한 도입을 위해 많은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 외국인 노동자 그들도 사람이고, 또한 우리의 산업현장을 지탱하는 소중한 인적자산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모두 ‘이방인(異邦人)의 고통’에 관심을 갖고 따뜻한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자.
/ 손정귀(전주지방노동사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