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건설이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현대그룹도 비틀거린다. 지난해 7월 세계경영을 앞세운 대우도 무너졌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던 기업들이 픽픽 쓰러져 나가고 있다.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가 깨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굴지의 기업들이 쓰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무리한 투자, 방만한 경영 등을 그 이유로 든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모럴 해저드(moral hazard)가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왕자의 난’등의 집안싸움이 일고, 오너가 30년 연하의 아나운서와 로맨스를 즐기고 있는데 기업인들 성할리가 있겠는가.
모럴 해저드는 ‘도덕적 위험’‘도덕 불감증’‘도덕적 해이(解弛)’등으로 번역돼 쓰인다. 이 말은 1997년 우리나라가 IMF 관리체제에 들어갈 무렵부터 등장했다. 이제는 이 말이 신문지면에 넘쳐나는 실정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강이 무너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말은 원래 금융용어였다. 즉 투자자가 투자에 실패하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는데 누군가 대신 떠맡아 줄 경우 절도를 잃고 제멋대로 투자하게 될 가능성을 뜻하였다.
그런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빠져나갈 구멍을 믿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모럴 해저드의 대표적 사례는 공적 자금이다. 국민의 정부 들어 1백60조원의 공적자금이 금융구조조정 등을 위해 조성되었다.
국가의 1년 예산이 내년에 처음으로 1백조를 넘는 수준이니 얼마나 큰 규모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돈중 일부가 접대비로 쓰이는 등 상당부분 ‘눈 먼’돈으로 사용되었다. 경영진과 노조가 함께 나눠 먹는 경우도 많았다.
“내 돈이 아닌데 어때 ?”할지 몰라도 결국은 국민부담으로 남게 된다. 요즘 모럴 해저드는 사회 곳곳, 만연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이제 겨우 32살의 사이비 벤처사업가가 1천억원 가까운 돈을 사설펀드를 만들어 주물렀다.
여기에 정치인과 관료 언론인까지 놀아났다. 나아가 의사와 약사, 은행원, 조종사, 교사, 공무원들도 집단이기주의로 똘돌 뭉쳐 집단행동을 불사하고 있다. 대체 우리의 모럴 해저드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