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환의 언문지리서인 택리지에 의하면 완산은 부안과 함께 어·염·시·초가 완전하고 풍부하여 옛날 방식으로 살아가는데에는 부족함이 없는 살기 좋은 고장으로 나와 있다.
광활한 금만평야는 만경강을 끼고 있어 옛날에는 서해에서 봉동 마그네 다리까지 소금 젓갈배가 들어왔다. 글자 그대로 전주는 모든 것이 살아가는데 완전한 고을이었다.
음식하면 전주음식으로 통하는 것도 토호 양반들이 밤새워 풍류를 읊고 해장 입맛을 돋구다 보니 맛과 멋을 부릴줄 아는 맛갈스런 음식이 개발 보존 된 것이다. 후백제의 왕도를 비롯하여 조선조의 발상지로 제주를 포함한 전라도의 관찰사가 있었던 곳이다.
그런데 오늘날 전주의 위상은 어떻게 되었는가.
삼남에서 가장 중심지였던 5대도시가 하루가 다르게 낙후되다 보니 이제는 매년 순위가 뒤떨어져 열하고도 몇번째 도시인지 헤아릴 수도 없게 되었다.
도민소득도 60년대의 상위권에서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국토균형개발을 외치면서도 이웃 광주·목포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전북은 혜택은 고사하고 정상적인 평균배분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경제는 물론이고 정치권도 도단위 위상이나 몫을 받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유일하게 국책사업으로 시행중인 새만금간척사업 마저 일부 단체와 타지역으로 부터 발목을 잡혀 표류하고 있는데 당국이나 도민은 팔짱만 끼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우리는 식량자급을 위해, 그리고 매년 잠식되는 농경지의 대체를 위해 유일한 간척사업인 새만금사업을 서둘러 완공해야 한다. 하물며 통일후의 식량자급을 감안한다면 새만금사업은 절대절명의 사업이 아닌가. 이미 축조된 방조제마저 하루가 다르게 유실되고 있는 등 더 큰 손해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일부 단체의 반대와 시위도 있을 수 있지만, 당국은 이미 환경과 개발등 투자 효율성을 분석, 투자 우선 쪽에 무게를 두고 간척을 결정하고 사업을 진행시켜 왔다. 갯벌과 농경지의 가치 분석에서도 4개 연구소 중 3개소가 농경지 가치를 인정했다.
그러나 당국이 일부 반대의 눈치만 보는 사이에 타지역에서는 이 때다 하고 내년 확보 예산을 축소내지 깎아내리려 하고 있고 또 설상가상으로 배부른 선진국의 환경론자들은 자기들은 이미 갯벌간척을 거의 끝내었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의 생존권인 식량자급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연이 준 혜택으로 웬만하면 우리 전북은 먹고 살아가는데는 지장이 없었기에 예로부터 흔히 보수주의에 빠져 있었고 결국 무사안일하게 현실에만 안주하다 보니 오늘의 이 꼴이 되지 않았을까.
과거 호남선이 전주를 통과하면 양반들의 혈맥이 끊긴다고 반대하여 개발에서 제외되었고, 광주 상무대도 풍기문란 운운하며 반대한 세력들 때문에 결국 광주로 빼앗기고 만 사실을 돼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이룩한 국책사업다운 대규모 새만금간척사업과 전주공항 등을 성공적으로 완공, 먼 장래 우리의 후세를 생각하는 선조가 되어야 하겠다.
세계 최대의 새만금 방조제는 관광산업 종합개발사업으로 식량, 수자원, 국제무역의 중심지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자료에 의하면 새만금호가 제2의 시화호가 될 것이라는데 대하여 시화호와는 여건과 규모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어 자연정화의 여지가 많고 이제는 이곳이 아니더라도 바다로 나가는 오수는 정화하지 않고는 배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간척사업으로 갯벌이 사라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우리는 간척률이 33%에 불과하고 그동안 계화간척이나 광활방조제 공사 후 갯벌이 새로 형성되어 지속적으로 조성되고 있음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새정부 이후만 하여도 지역마다 엄청난 새로운 사업이 이루어지거나 착공되고 있는데도 우리 전북은 말만 풍성했지 국책사업다운 새로운 사업은 커녕 기왕에 착공 진행중인 한두개의 국책사업마저 반대에 부딪쳐 표류하고 있다. 그 누구도 책임질 일이라는 건 없는 것 같다.
오늘의 전북을 대표하는 지도자들은 기왕에 이루어진 새만금과 전주권공항 만이라고 살신성인하는 각오로 앞장서 적극 진행시켜야 한다. 도민들도 그에 따르고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 최준용(前 전라북도 공무원 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