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칼럼] 복지행정의 사례

1993년 여름 우리 부부는 1년간의 해외 연구를 목적으로 도쿄의 나리타공항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

외국인 거주 신고를 하기 위해 우리가 찾아간 곳은 미나토구 구청이었다. 그런데 우선 눈에 띈 것은 직원의 친절하고 신속한 일처리 태도였다. 그리고 담당 부서별로 다양한 책자와 홍보물이 잘 비치되어 있어 필요한 사람은 누구든지 가져갈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인상적이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외국인은 물론 다른 곳에서 이주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미나토구 생활가이드'라는 책자가 일어, 영어, 중국어, 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제작된 것이었다. ‘알찬 살림을 위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자 속에는 그야말로 온갖 자세한 내용들이 담겨져 있었다. 여가정보, 문화정보, 생활정보, 행정정보 등 네가지 주제로 구분이 수록된 이 책 속의 몇가지 정보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여가정보'에는 공공시설 정보가 안내돼 있었다. 복지회관이나 아동관, 사회교육시설 등의 집회시설, 테니스 및 수영 등의 각종 스포츠시설, 도서관, 박물관이나 미술관, 식물원 등과 구내 및 도내의 유적지등에 대한 자세한 소개가 담겨져 있다.

'문화정보'에는 식생활 문화로 대표적인 식당 음식에 대한 소개, 관혼상제에 대한 풍습, 일상적 생활에서의 예절이나 금기사항, 여행을 위한 교통안내 및 숙박의 상식, 그리고 국제교류 기관에 대한 소개가 들어 있다.

'생활정보'에는 우선 외국인을 배려한 수입식품 취급점과 백화점 사용안내, 소비자센터, 공예품안내, 이발소와 미장원, 목욕탕과 코인세탁실(빨래방) 소개, 주택 거주에 대한 자세한 임대비 소개, 이사문제, 쓰레기 처리방법, 금융기관, 해외통신 및 우편, 교통안내에 이르기까지 아주 자세한 정보가 들어 있다.

'행정정보'에는  구청 청사의 주요 창구 안내 및 등록과 신고절차, 인감등록, 외국인 상담, 세금제도와 연금제도, 고령자복지 및  심신장애자 지원과 시설안내,  비상시 연락번호, 지진 대비 상황 및 대응, 건강보험, 어린이 출산 및 양육과 교육기관 등이 실려 있다. 이러한 주된 내용과 더불어 마지막 장에는 각 기관에 대한 전화번호 안내 및 일상적으로 많이 쓰이는 간단한 회화안내가 마련이 되어 있어 일어가 능숙치 못한 외국인들을 위한 배려에 많은 관심을 가진, 노력하는 복지 행정의 일면을 볼 수 있었다.

필자가 이것을 장황하게 소개한 이유는 우리 전주를 비롯한 전북지역에서도 외국인들의 증가에 따른 선진 복지행정 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이다. 다른 것도 아닌 위와 같은 정보책자야말로 소중한 생활지침서로서 복지 행정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전북대학교만 하더라도 국제교류에 따른 정책으로 중국, 일본 및 동남아시아권의 방문 유학생 및 언어 교육을 위한 서구권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학교 뿐만 아니라 영어학원을 비롯한 몇몇 회화교육을 위한 각종 기관에는 해당 외국인 강사가 늘고 있으며 또 이전부터 공단에도 외국인들이 들어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이 단 1년 정도 체류한다 하더라도 낯설은 이곳에서의 1년은 짧지 않은 기간이다. 그들이 체험한 이 곳에 대한 인식은 한국에 대한 전체 이미지로 동일시 될 수 있다.  선진국의 지표는 복지 행정의 수준과 밀접하다고 볼 때 우리도 이제 이런 부분에 다각도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외국인들을 위해 배려할 수 있는 태도의 수준이라면 내국인들에게는 이미 편안하고 믿을 수 있는 행정적 복지를 체득하고 있을 테니까.

 

 

/박선희 (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