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흙을 살립시다

흙은 우주만물의 모태이면서 아울러 우리가 생명을 다한 다음 돌아갈  곳이다. 구약에선「하나님은 흙으로 사람을 만들었다」고 하고 동양에서는 「인간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사람은 또 흙에서  자라는 생명체를 먹이로 살아가고 있으므로 흙을 떠나서는 살아갈 수 없다.

 

 

90년대초 독일을 방문하여 프랑크푸르트 도시근교를 지나다가 묵히고 있는 땅이 있어 안내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토양이 죽어 방치하고 있다는 설명을 듣고 땅이 죽다니 하고 믿어지지가 않았었다.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환경성적표에 의하면 지난 75년 전국에서 8,619톤의 농약이 사용되었으나 95년에는 26,676톤으로 지난 20년동안 농약 총사용량이 210% 증가하였다.

 

 

이처럼 농약사용량이 증가한 것은 농약의존도가 높은 과수재배면적의 확대와 농촌인력부족 그리고 농작물의 다양화 등으로 새로운 해충이 계속 발생하고 있으며 해충의 내성이 점차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약의 과다한 사용은 환경을 파괴하고 생태계의 질서를 무너뜨림으로써 천적을 멸종시키고 토양오염 뿐만아니라 토양의 질을 저하시키고 수질오염, 식품오염을 초래하여 결국에는 사람과 동·식물에 해를 끼치게 된다.

 

 

 조금이라도 더 수확을 늘리기 위해 농약을 여러번 뿌리지만 자기자식들에게는 농약을 뿌리지 않고 따로 농사지은 농작물만 권한다는 것이 오늘의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나라 생활하수 일일발생량은 80년 6,759천㎥이던 것이 90년에는 약 2배인 12,323천㎥로 늘어났고, 98년엔 16,273천㎥로 나타나 우리 생활의 패턴이 갈수록 오염지향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축산농가에서 배출되는 폐수는 무방비 상태로 하천, 호수로 흘러들어가 수질악화와 부영양화를 초래하고 결국에는 땅과 물과 공기가 극도로 오염 되어 자연생태계가 파괴되어 조만간 사람도 살아남기 어려워질 것이다.

 

 

 농업은 흙의 생산력을 이용한 산업이다. 따라서 흙이 죽으면 좋은 비료를 사용하여도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재배할 수가 없다.

 

 

 우리의 농토는 생활오수와 폐기물 투입에 의한 오염, 산성비에 의한  양분손실, 시설농업에 따른 환경변화, 비료에 내성이 생긴 다수확 품종의 육성·보급에 따른 비료의 과다사용, 비료를 많이 요구하는 소득작물의 연작에 따른 양분 불균형, 시비기술과 토양관리의 부적절에 따른 토양퇴화등으로 흙이 죽어가고 있어 앞으로 이대로 가다가는 농사를 지을수 없게 될 것이다.

 

 흙을 살리기 위해서는 생활하수, 산업 및 축산폐수 발생량을 줄이는 한편 화학비료의 시비량을 줄여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대체적으로 미국의 4배, 우리와 여건이 비슷한 일본의 2배 이상의 비료를 사용해  오고 있다.

 

 그동안 지나친 화학비료 사용으로 토양에 비료성분이 과다하게 축적되어 질소성분이나 염류농도가 상승하고 있으므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모색하기 위하여 화학비료 대신 유기질 비료를 사용하여 농사를 짓는것도 흙을 살리는 방법의 하나이다.

 

 

 

 죽어가고 있는 흙을 살리기 위해서는 토양검사와 농사에 필요한 물의 오염측정과 관리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누구나 우리가 사는 지구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어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않고 있다. 우리주위의 흙을 살리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작은 빗방물이 모여 큰 강물을 이루듯 모든 사람들이 화학물질 사용을 절제하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여 나가는 것이 흙을 살리는 지름길이다.

 

 

/조정웅(서부지방산림관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