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가부채와 우리농업 지키기

우리는 지난 정부시절 OECD에 가입하며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자축하던 시절이 있었다. 내실을 다지지 않은채 겉만 번지르한 선진국병에 취한 덕분에 지난 몇년간 온 국민이 톡톡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공적자금이 1백조원 이상 지원되고, 구조조정에 따라 노동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지만 농가부채 문제로 인한 농업인들의 불만은 더욱 거세어지고 있다.

FAO(식량농업기구)는 올해 세계 곡물생산량이 지난해 보다도 1.7%나 감소했고 식량부족 국가가 38개나 된다고 지적했다. 쌀을 제외한 모든 식량을 자급하지 못해 전체 식량자급률(’99)이 29.4%밖에 되지 되지 않는데도 비교우위론에 마취되어 농업을 경시하는 지도층 인사들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미국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쿠즈네츠는 “농업이 선진화되지 않으면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우리 농업의 현실은 어떠한가? 농업소득에 대한 대책도 없이 농업의 규모화를 추진하다 보니 농가부채만 늘어나 정부 통계로도 농가 1천8백53만원이나 되어 전체 농가부채가 25조6천억원(농민단체 추정 80조)이나 된다.

얼마전 20여년 전부터 특작을 하는 어떤 농업인으로부터 “농산물 가격이 십오륙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인플레로 화폐가치도 떨어졌는데도 가격은 똑같으니 누가 농사를 짓겠냐”며 항변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실례로 ’95년 이후 금년 8월가지의 농가 판매가격지수는 13.9% 오른 반면 농가 구입가격지수는 28.5%나 올랐다고 한다. 농업부문의 투자수익률이 4-5% 수준이하밖에 안되는데도 일부 정책자금 외에는 10%내외의 이자를 부담하다보니 지난해 농가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83%로 지난 ’95년보다도 2배반 이상이나 늘어나게 된 것이다.

농업인들의 불만은 정부가 근본적 대책을 세우기 보다는 여론 무마용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경영마인드가 없었다’느니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느니 하는 비판 여론도 있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우리 농업을 지켜 나가야 하는 것이 우리 정부와 국민이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식량 안보는 물론 환경보전, 홍수방지 등 농업의 경제적·비계량적 효용과 역할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와 달리 식량급은 물론 농산물 수출까지 하고 있으면서도 막대한 예산을 농업부문에 투자하고 있는 미국, 프랑스 등 선진제국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국회에서 40조원의 추가 공적자금 지원을 승인했고, 7일까지는 내년도 예산안과 법률안이 예결위와 상임위에서 심의될 예정이다. 이번에는 농민단체, 농업인들의 의견과 각당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서 농가부채에 대해 생색내기가 아닌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또한 상호금융 금리 인하와 연체이자 해소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회원 농·축·수ㅎ벼에 전가시키지 말고 이차보상 등 실질적인 대책을 세워주어야 한다.

농업인의 소득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농산물 가격지지정책이 WTO협정으로 어렵다면 0.4% 수준에 불과한 직불제(直拂制)예산이라도 늘려야 한다. EU(유럽연합)은 농경예산의 50%를, 미국은 20%를 직불제에 할당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당장 내년에 안된다면 2002년 예산에서라도 늘려 주어야 한다.

직불제 예산증액과 더불어 농산물의 생산조절도 농업인과 농협 등 생산자단체, 정부가 함께 힘을 합해 이루어 내야 할 것이다.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우리농업을 지켜가기 위해 정부, 농협 등 금융기관, 농업인 등 관련 주체들이 상호 불신을 해소하고 힘을 합하여 책임을 분담하여 원칙론에 입각하여 경영개선, 퇴출, 구조조정 등 조치를 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이 이루어질때 우리농업과 농업인들도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리라고 본다.

 

 

/국점룡 (전북농협 교육지원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