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달픈 영세중소기업

소규모 영세 기업에 몸담아 직접 경영인으로서 겪은 지난 5년동안의 체험담을 토대로 영세 기업의 실상을 대충 요약해 보고자 한다.

지난날 우리에겐 IMF라고 하는 엄청나게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그때 우리 국민들은 나라를 살려야 된다는 일념으로 단합하여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 2년여만에 안정을 찾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금년 상반기만 해도 ‘이제는 좀 살겠구나’ 하고 안도하였지만  하반기에 들어서 또다시 나라의 경제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 닥칠 때마다 진정으로 우리 영세 기업은 고달프고 힘들다.

요즘 가진자들의 사치 풍조와 쾌락주의가 만연되고 또 권력이 법 위에 눌러 앉아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현실에 대한 서민들의 목소리는 하나같이 한탄조이다. 정치인들은 지나친 당리당략에 국민생활은 뒷전이다. 이 나라 정치는 혼미 상태가 계속되면서 가진자와 없는 자, 그리고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을 받는 자 사이에 채워진 불신과 증오가 이토록 팽배한 상황에서 나라 경제는 엉망이 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그 밑에서 우리 영세 기업이 살아 보겠다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발버둥쳐 봐야 항상 어렵고, 고달플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아닌가 싶다.

정부에서 2차 구조 조정이라는 대 원칙하에 나라의 경제를 바로 잡겠다고는 하지만 우리 영세 기업들은 대기업의 몰락으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큰소리 한 번 쳐보지도 못하고 쓰러져 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까울 뿐이다.

근간 기업들이 부도가 났네, 부정 대출이 되었네 하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데 그 금액은 우리 영세 기업으로서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경악을 금할 길이 없다. 한번 터졌다 하면 ‘억, 억’하는데, 이 억도 수백억 수천억에 달해 기가막힐 노릇이다. 우리 영세 기업인들은 불과 2∼3억도 대출받아 쓰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요구하는 서류들이 무엇이 그리 많은지, 구비 서류를 갖추지 못해, 하다 하다 힘에 겨워 대출을 포기하고 마는 실정이다. 영세 기업이 기를 펴기에는 제도상 문제가 아직도 너무 많은 것 같다.

한마디로 투자에 따른 이윤은 아예 생각할 수도 없고 절약하고 또 긴축해 가면서 항시 쫓기고, 쪼들리면서 현상유지에 급급하며, 그 어려웠던 IMF기간을 넘겨왔지만 오늘날 또다시 나라 경제가 이토록 불황에 빠지다 보니 매출이 급격히 줄어 이젠 더 이상 버티기에 한계점에 도달한 것 같다.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방안이 모호하며, 암담할 뿐이다.

흔히들 말하기를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살아 남는다고 하지만 이는 대기업인들에나 통하는 말이다. 대기업주들은 국민의 혈세를 훔치거나 도둑질하기 다반사였고 중소 기업인들은 그대로 망하고 주저앉아 헐벗은 뒤 길거리에 내 몰리는 꼴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난 IMF기간 중 너무나도 잘 봐 왔다.

이러한 면에서 생각하면 대기업체나 국영기업체 그리고 그 밑에서 종사하는 근로자보다는 우리 영세 중소기업과 그 밑에서 박봉에도 묵묵히 일하는 생산 근로자들이야말로, 이 나라의 참된 애국자들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또한 요사이 정부 당국은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단축한다고 하는데 제조 생산업을 하는 중소기업들은 거의 도산 위기에 처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죽으라는 것 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주 48시간 근무제를 주 44시간으로 법정 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은 1991년부터 변경된 것으로 안다. 그러나 주44시간으로 줄인 후 우리나라의 경상수지와 무역수지 적자는 91년 이후 계속되고 있으며 그 교훈으로 ‘일 덜하다 보면, 못살게 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근 10여년간 직접 체험하였다. 모두 편하게 살려고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만 그 주장에 지고 만다면 나라꼴이 앞으로 무엇이 될 것인가 한심스럽기만 한다.

현재도 고금리와 고 인건비 때문에 영세기업은 어려운 실정인데 근로시간까지 단축된다면 임금 인상이 실질적으로 이중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영세기업은 토요일 오후 4시간은 물론 평일에도 잔업을 해서라도 버티어 왔다. 근로시간 단축은 우리에게 아직 시기 상조가 아닌가 싶다.

이제 우리 중소기업은 한가닥 희망이라면 2001년도 예산안 제출시 김대통령의 시정 연설에서 경제 성장률 5∼6%의 성장과 물가 경상 수지 3% 선으로 운영하겠으며, 시장경제와 자금 순환 불확실성등 악순환의 고리를 제거하여 늦어도 2001년 2월까지는 공공 노동 부문의 개혁을 마무리 할 것이라고 한 점이다.

/ 이동기(흥건정공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