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시상 장소로 유명한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는 역시 ‘평화’의 도시다.
인구 50만의 크지 않은 도시지만 고풍스러우면서도 아담한 건물이며 깨끗한 길거리, 여유롭고 명랑한 시민들의 표정에서 편안함이 배어 난다.
노벨평화상 시상을 통해 인류평화의 성지로 남겠다는 시민들의 자긍심 때문인가.
어쨌든 평화상에 대한 오슬로 시민들의 ‘주최자’로서의 애정은 남다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 대한 시상식이 끝난 뒤 오스로 시민들이 보여준 횃불행진은 이들의 노벨평화상에 대한 사랑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상식날 저녁 6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이 횃불행진에는 노르웨이 시민과 교민 등 5백여명이 참석, ‘Congreturation KIM DAE JUNG (축하합니다. 김대중)’이란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퍼레이드를 벌였다.
행렬이 김 대통령의 숙소인 그랜드 호텔에 도착하자 김 대통령은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호텔 2층 발코니에 나와 시민들의 환호에 답례했다.
일부 교민들은 태극기와 대통령 사진피킷을 흔들며 애국가와‘만세’를 연호했고, 오슬로 시민들도 덩달아 손뼉을 치며 ‘만세, 만세’를 외쳤다.
김 대통령이 손을 흔들어 답례할 때마다 시민들의 환호는 커져갔다.
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아이들 손에 횃불을 쥐어주고 나온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펼치는 이 횃불행진은 수상자에 대한 시민들의 예우가 얼마나 극진한가를 읽게 해준다.
수상자의 차량이 지날때도 수많은 인파가 거리에 몰려나와 환호와 갈채를 보이는 것이 연중행사다.
누가 하랄 것도 없이 스스로 횃불을 들고 축하행진에 나서는 오슬로 시민들에게는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하나의 축제인 셈이다.
평화상에 대한 시민들의 애정은 시상식때 전 세계 언론이 오슬로에 집중된다는 자부심을 통해 더욱 깊어지는 듯 하다.
이들 시민들은 행복한 표정속에 이런 생각을 담고 있을지 모른다.
‘세계 평화는 오슬로로부터’
세계인이 칭송하는 노벨평화상의 권위와 지고함이 주최지 사람들의 시민의식과도 무관치 않음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