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칼럼] 언론보도와 은행

 일부 언론에서는 수시로 각 은행의 수신고와 그 추세를 비교하여 지상에 발표하고 있다. 수신고 중심으로 보도하게 되면 기자가 보도자료를 만들기도 쉽고, 또한 독자가 이해하기도 쉽다. 그런데 이러한 보도는 결과적으로 수신고가 건전성, 신인도, 경쟁력 등 은행평가를 위한 중요한 지표임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된다. 그러나 언론이 수신고를 손쉬운 은행 평가자료로서 보도하는 것이라면 이는 언론이 은행영업을 잘 모르는 단순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며 은행산업과 경제에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먼저 수신고 증가의 경우를 보면 우량은행의 수신고만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다. 예금보장한도제도 시행을 앞두고 출시된 자유만기예금은 유동성이 높은 자금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개발된 상품이다. 예금자가 일단 고금리로 예금한 후 나중에 불안해지면 조기해약에 따른 이자손실이 거의 없이 해약할 수 있기 때문에 거액 예금자들이 비우량은행에도 위험부담 없이 예금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이러한 예금은 위기시 제일 먼저 빠져나갈 자금이므로 은행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차원에서는 실질적 도움이 안되겠지만 예금계수를 높여 언론보도시 대외 이미지를 좋게 하는 효과는 일반 예금과 다를 바 없다. 비우량은행의 수신고가 증가하는 또 하나의 경우로는, 부실이 커지더라도 향후 공적자금을 받아 클린뱅크화 될 것이 확실시되는 비우량은행은 이율이나 그 외의 조건만 좋다면 현재의 부실상태에도 불구하고 예금을 유치한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이런 은행은 고금리로 인하여 적자가 커지더라도 차후에 공적자금으로 손실을 메울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높은 금리로도 예금을 유치할 수가 있으며, 이 점에서는 공적자금을 받지 않는 우량은행보다 유리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비우량은행도 예금계수를 우량은행과 같이 늘릴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수신고 증가는 허수인 측면이 있지만, 이와는 반대로 수신고가 감소하거나 정체된 것이 언론에 보도될 경우에는, 이유에 상관없이 불리해진다. 구체적으로는, 영업정책상 예금고를 무리해서 늘리지 않는 은행의 경우 현재 이익이 정상적으로 나고 있을 지라도 언론보도로 인하여 시장에서는 경쟁력을 의심받을 수 있다. 비우량은행의 경우에는 수신고가 어쩌다가 일시적으로 감소하여 이것이 보도되면 신인도에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언론보도는 다수의 은행들로 하여금 예금계수를 무조건 늘리도록 압력을 행사하는데, 이에 따른 부작용이 은행산업과 경제에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 중 첫째는 적정 운용규모를 초과하여 예금을 받음으로써 마진이 감소한다는 사실이다. 즉, 적정수준을 초과한 예금은 MMF나 CD 등 예금이자보다도 낮은 금리로 운용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과다한 예금보유로 인하여 고민하는 건실한 은행 중에는 더 높은 예금금리를 주는 비우량은행에 예금을 하여 수신영업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모면해보려는 은행도 나타났다. 은행산업의 과다수신규모를 반증하는 또 다른 증거로는 수신액은 감소했지만 반대로 업무이익은 증가하는 은행이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수신고가 줄면 대출액도 줄어 이것이 업무이익 감소로 이어지던 IMF관리체제 이전시대의 현상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두 번째 부작용으로는 예금유치에 지나치게 노력한 결과로 나타나는 대출부분의 상대적 위축이다. 리스크가 없는 담보대출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담보는 없지만 리스크가 적은 신규 대출고객을 개발하면 마진이 높은 줄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수신증가에 노력을 집중하다보니 이러한 알짜 대출부문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관리된다.

 결론적으로 현재 다수의 은행들은 언론의 단순한 수신고 보도로 인하여 과다한 규모의 예금을 고금리로 유지해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은행들은 구조조정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예금을 유치하나 그럴수록 손실이 커지는 상황에 처해져 있다. 이렇게 열심히 잘못하고 있는 은행대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은행들의 노력은 시장에서 영업력이 떨어지는 은행으로 오해받을 가능성으로 인하여 평판리스크를 증가시킨다. 따라서 결자해지라는 용어가 의미하듯이 과다수신 문제의 원인을 제공하는 언론 편에서 먼저 수신고 보도를 중단하는 것이 문제해결 방안으로서 정석이 된다. 이러한 결단은 또한 국가경제를 위해서도 유익하다. 왜냐하면 수신고 증강의 노예가 되어 오합지졸이 된 은행원들의 생산성을 제고해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혈세부담도 줄여주기 때문이다. 문제가 방치되어 적자가 커지면 결국은 국민들이 혈세로써 은행부실을 부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북은행 김동식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