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대마초

 

 

삼은 30여년전만 해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년생 식물이었다. 그때 시골에서 삼밭이라 하면 땅이 걸고 집옆에 딸린 ‘좋은 밭’의 대명사였다. 키가 2-3m씩 빽빽하게 자란 삼을 밑둥째 잘라 가마에 넣고 쪄낸뒤 껍질을 벗겨 삼베를 짰다.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인 삼은 중국에서 삼황오제(三皇五帝)의 하나였던 신농(神農)시대부터 심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BC 1세기초 들어 왔으며 삼국사기에도 삼에 관한 기록이 보인다. 고려말 문익점이 목화씨를 들여올 때까지 옷 원료의 주종을 이루었고 해방이후 합성섬유가 개발되면서 재배면적이 크게 줄었다. 지금은 삼척과 안동 등 불과 두세곳에서만 이를 재배하고 있다.

 

삼은 섬유가 질기고 튼튼해 직물, 밧줄, 어망 등에 쓰이고 열매는 기름을 짜서 먹거나 등불기름, 비누제조 등에 사용된다. 이 삼의 잎과 꽃, 수지(樹脂)에는 환각을 일으키는 마약성분이 들어 있다. 이것이 대마초(大麻草)다. 아랍어로 해시시(hashish)라고 하며 ‘말린 약초’라는 뜻이다. 일부 나라에서는 ‘마리화나’라고 부른다.

 

이 대마초는 아랍권에서 접신(接神) 경험을 위해 흡입하기도 했다. 환각 상태에서 창의력이 극대화 된다는 맹신은 19세기 유럽 낭만주의 문인들을 대마초 흡입으로 몰아 넣기도 했다. 또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지난 달 “세익스피어의 천재성이 마리화나 흡연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에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젊은 시절 대마초를 흡입한 것이 선거전의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는 마약의 일종인 대마초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급증하는 마약류 사범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단속된 히로뽕 등 마약사건이 1만5백89건에 달하는데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 백담사 주지 스님이 대마초를 담배처럼 말아 피우다 구속돼 충격을 주었다. 참선시 잠을 쫓는다는 명목으로 흡입해 왔다는 것이다. 또 14일에는 서울- 전주간 고속버스 화물함에 히로뽕을 보낸 안성시 축구협회장이 붙잡혔다. 전북도 이제 더 이상 마약의 안전지대가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