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멈추지 않음을 유수(流水)와 같다고 했다. 그렇다. 세월은 쉬지 않고 흘러간다.
그러면 세월만 가는 것인가? 아니다. 나도 가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세월만 간다고 한탄할까? 한해를 보내는 마지막 달에 서고 보면 이런 아쉬움을 잊기 위해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망년모임을 통해 훨훨 털어 버리려고 한다. 나는 이 자리를 통해서 새천년 한해에 있었던 잊을 수 없는 위대한 사건들을 몇가지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기억에 남겨두고 싶다.
첫째로는 경제위기의 극복이다.
우리는 해방이후로 가장 어려운 경제위기로 말미암아 IMF라고 하는 국제구제금융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제위기가 있었고 이로 말미암아 대량실업자가 거리로 내몰리는 아픔이 있었다. 그러나 국민과 기업, 정부가 하나되어 위기를 짧은 기간에 슬기롭게 극복했다. 위기를 호기로 만드는 참으로 훌륭한 국민의 승리였다.
생각해 보면 98년 IMF를 당한 첫해에는 모두가 당황했고 어찌할바를 몰랐지만 우리국민은 위대했다. 전국에서 금모으기 운동이 벌어졌고 모두가 하나되어 협력했다. 그 결과로 2000년에 들어서면서 그 위기를 극복한 승리가 있었다. 새 천년에 첫번째 기쁨이었다.
두번째로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이다.
우리 민족은 불행하게도 반백년이 남는 세월을 분단의 아픔속에 살아왔다. 그런데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일괄된 대북 햇볕정책으로 북쪽에 믿음과 신뢰를 얻게되어 6.15 남북정상이 만나는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 오랜만의 반가운 소식이었다.
얼마나 기다렸던 일인가?
남과 북은 물론이고 전세계의 언론은 한반도에 집중되기에 충분했다. 그 결과로 이산가족 상봉이 두차례나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만남의 장이 마련되리라고 한다.
이뿐이랴? 철도가 이어지면 북한뿐만 아니라 만주를 거쳐 러시아를 통해서 유럽까지 길이 트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남북경협이 차질없이 발전되면 남과북은 서로에게 경제적인 이익을 얻어 통일기반을 쌓는데에 큰 보탬이 될 것이며 이런것들이 하나 둘 밑거름이 되어 통일의 길이 앞당겨 질 것이다.
우리는 몇 년전만해도 남과북이 이렇게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었던가? 그동안 잘못된 편견과 오해로 서로가 필요 없는 안목과 질서로 허송세월을 보내지 않았던가? 그러나 지금부터는 희망을 가져 보아도 좋을듯하다. 이것이 새천년에 두 번째의 선물이었다.
세번째로는 김대중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삶은 한마디로 평화와 인권투쟁을 위해 그의 생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추천자의 명단에는 세계 유명인사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이 수상자로 뽑힌 것은 그의 삶이 너무나 위대했기 때문에 세계가 그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고 보아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노벨상은 여러 분야에 주어진다. 그러나 그 중에서 평화상은 가장 명예롭고 위대한 상이다. 이런 상을 김대중 대통령이 받게 된 것은 당사자에게는 물론 우리민족의 자랑이기도 하다. 그래서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수상연설에서 모든 영광을 대한민국 국민에게 돌린다고 하지 않았던가.
감격스런 순간이었다. 그동안 노벨상은 우리나라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해 왔는데 이번 기회에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참으로 기쁜 소식이었다. 앞으로는 우리나라에도 제2, 제3의 노벨수상자가 나오리라고 하는 희망을 가져도 좋을 듯 싶다.
특히 성장하고 있는 어린이들에게는 노벨상이 남의 일이 아니라 자신들도 그 주인공이 될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다주는 좋은 기회였다.
새 천년 마지막 달을 보내면서 국민과 함께 축배의 노래를 부르고 싶은 마음 가득하다. 한해를 마감할 때 사람들은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고 말들을 한다.
그렇다. 세기(世紀)를 통해서 이보다 더 다사다난했던 일이 어디 있었던가?
생각해 보면 새천년은 잃은것보다 얻은 것이 많았던 한해였다.
새천년은 세계속에서 대한민국이 가장 자랑스러웠던 한해였다고 자부하고 싶다.
한세상 살다보면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빛은 어둠을 밝혀준다. 어둠을 밝혀주시기 위해 세상에 오시는 예수성탄을 맞으면서 온누리에 사랑과 평화가 함께 하기를 기원해 본다.
새천년 만세를 되뇌이며 조용히 안녕을 고하고 싶다.
/ 우전성당 서석구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