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국시대는 당시 최강국인 진(秦)나라와 연(燕)·제(齊)·초(楚)·한(韓)·위(魏)·조(趙)의 6개국 사이에 수많은 전쟁으로 분열되어 있는 상태였다.
ㅠBC4세기말 여러나라를 유세하고 다니던 소진(蘇秦)은 우선 연나라를 시작으로, 이어서 다른 5국에게 ‘진(秦)밑에서 쇠꼬리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닭의 머리가 되라’고 설득하여 6국을 종적으로 연합시켜 서쪽의 강대한 진나라와 대결할 공수동맹을 맺도록 하였다. 이른바 합종(合從)인 것이다.
후에 위나라 장의(張儀)는 합종은 일시적 허식에 지나지 않으며 진을 섬겨야 한다고 역시 6국을 돌며 연합할 것을 설득하여 진나라가 6국과 개별로 횡적 동맹을 맺는데 성공하였는데 이를 연횡(連衡)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의 정치 상황이 중국의 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세밑 민주당 의원 3명의 자민련 이적(移籍)파동으로 정국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뒤숭숭하기만 하다. 화해와 타협이 실종된 우리의 정치풍토 속에서 작은 여당으로 큰 야당을 상대하기가 힘들고 버거웠을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쉽게 수긍이 가고 납득할 일이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고작 정치인 몇명의 당적(黨籍)이적으로 해결될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면 오산이다.
국민들은 타협과 상생(相生)의 정치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여·야 정치권은 알아야 한다. 21세기를 맞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하고 서로 한 발씩 양보해 합의점을 도출해 나가는 진정한 민주적 과정을 보고싶어 하는 것이다. 이적 파동은 아무리 여당으로서는 고육지책일망정 그러한 여망을 저버렸다고 밖에 볼 수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의 자민련 이적 의원들의 원상회복을 민주당측에 강력히 요구하는 것도 실현 가능한 주장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말처럼 이런 사태가 빚어지기까지 야당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국민들 또한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