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광장] 두 정치인의 용기

새 천년(New Millennium)을 맞으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화려한 행사가 펼쳐진지 1년이 지났다. 이제 모든 것이 달라지겠구나 하고 기대했건만 백년하청이라 할 만큼 한국의 정치는 오랜세월 온 국민의 지탄의 대상이 되어 도마위에서 난도질을 당해도 불가사리마냥 사라지지 않고 또 올라있는 까닭이 과연 무엇일까?

 

한마디로 공자께서 ‘政者, 正也(정치란 올바른 것)’라 함과 같은 정치의 근본이 정립되지 못하고 무너졌기 때문일 것 같다.

 

대망의 2000년 4월 13일에 실시한 총선시 많은 시민달체들이 한국정치의 변혁을 염원하는 진심에서 현행법을 거스르면서까지 낙선운동을 전개하여 괄목할만한 물갈이를 할 수 있었고 소위 386신세대들이 대거 당선의 영광을 안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신세대들에 대한 기대도 잠깐일 뿐 애석하게도 그들은 기득권자인 쉰(?)세대들에게 굴복하고 말았다. 실로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다.

 

그래도 천만 다행인 것은 지난해 말과 금년초에 두 정치인의 용기있는 결단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바로 집권당의 실세중 실세를 낙마시키는데 앞장선 정동영의원과 집권당의 의원을 꿔다가 국회원내 교섭단체를 만들려는 DJP공조에 강력히 반대하여 출당당한 강창희의원의 의거(義擧)야말로 계속되는 정쟁에 신물난 국민들에게 모처럼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되어진다.

 

혹자는 정동영의원의 소신을 정치적인 노림수라며 폄하할지 모르지만 잘못된 생각임을 꼭 지적하고 싶다. 국민여론 속에서 무너져가는 당을 일으켜 세우고 김대중 대통령이 역사에 훌륭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기를 바라는 진심이 아니고서야 집권세력의 2인자인 권노갑최고위원에게 은퇴하라는 직격탄을 당 총재주재하의 공식석상에서 날릴 수 있단 말인가? 그의 진정한 용기에 깊은 찬사와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강창희의원의 경우는 어떠한가?

 

지난해 4.13 총선패배후 원내교섭단체를 만들려고 절치부심해온 자민련의 대부, 김종필 명예총재의 노희한 권모술수에 몇차례 반기를 들어왔던 강의원이다. 충청권의 맹주의 뜻을 거역하다간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필사즉생(必死則生)의 정시으로 의연하게 정도(正道)를 택한 강창희의원이야말로 이 시대 정치인들의 귀감이라 믿으며 한없는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원내교섭단체 신청서에 이름석자를 써넣을 수 없다는 고귀한 정의감을 결코 평가절하 할 수 없는 것이며 DJP공조의 역작(力作)에 흙탕물을 끼얹을 수 있는 용단은 ‘오늘 죽어 영원히 사는 길을 택하겠다’는 강창희의원의 결연한 의지에서 분출될 수 있다고 믿어진다.

 

‘양반은 물에 빠져도 개헤엄은 안 친다. 말이 아니면 하지를 말고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고 강조한 옛 성현들의 가르침을 되새기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의 역사속에는 하나뿐인 목숨을 초개처럼 버린 수많은 충신, 의열사들이 있다.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면서 죽어간 정포은선생과 사육신같은 분들이 얼마나 많았고, 나라를 되찾겠다고 희생당한 의열사들이 얼마나 많았으며 나라를 지키고자 장렬히 산화한 영령이 얼마련가? 한알의 밀알이 썩은 열매를 맺듯이 애국애족하는 정의의 죽음이 곧 영원한 삶임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희망찬 2001년 새해벽두 이 땅에 정의(正義)가 자리잡고 함께 더불어 사는 상생(相生)의 사회가 속히 실행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이건식 (금만농어촌발전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