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초 부산에서 있은 ‘21세기 분권화·정보화 지역사회의 과제’라는 주제의 학술대회에서 제기된 경북대학 박찬석 총장의 독특한 ‘지역분권론’은 지역의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소명감과 열정이 서려있어 많은 공명을 얻었다.
재해의 경지에 이른 서울집중화가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모든 분야와 연관된 총체적 문제이지만 그 해결책을 총론적 차원으로 접근해서는 실마리를 찾을 수 없으니 핵심고리라 할 수 있는 교육문제부터 시작을 하자는 것이 이 분 주장의 핵심 요지이다.
그 구체적 방안은 크게 지역인재할당제와 서울로 집중되는 교육비의 지방 환수,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지역인재할당제란 국가에서 실시하고 있는 주요자격시험을 인구비례로 지방대학에 할당하자는 것이다.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염려는 혀내 인기를 끌고 있는 지방 의과대학 등의 경우를 봐서도 기우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또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면 우수한 인재들이 자연스럽게 지방대학에 진학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인재를 확보하는 것과 직접 연계되는 것이 재원의 확충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서울지역에 집중되어 있는데 년간 수십조원의 지방재정이 교육비의 명목으로 수도권에 흘러 들어가고 있다.
수도권 대학생 일인당 일년 수업료와 생활비가 천만원이 훨씬 상회하니 이러한 계산이 나올 수 있다. 그러니 그 돈은 당연히 지방에 재투자되어야 한다. 그것도 지방의 대학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이 열정적 학자의 핵심 주장이다. 재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인재육성사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분의 지적대로 인구유출은 자본 유출을 동반한다. 지방의 인재가 떠나면 자금도 따라 떠나는 것이다. 우수한 인재들이 서울로 향하면 남아있는 지역민들의 자존심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 전체의 피폐화가 가속될 수밖에 없다.
인재 육성의 경제성 부분에서도 서울의 경우는 매우 심각하다. 하나의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는 것이다. 이런 고비용으로 어떻게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겠는가? 지역문제를 교육문제를 풀자는 박총장의 주장을 공연한 지역이기주의로 돌아부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