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이 회고록을 준비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 출판계가 술렁이고 있다한다. 그도 그럴것이 그는 분명 ‘가장 할 말이 많은 미국인’중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원래 퇴임한 대통령의 회고록은 돈벌이 대상으로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한다고 한다.
재임중의 행적이 메스컴을 통해 너무나도 속속들이 알려져 ‘숨겨진 새로운 사실’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철(鐵)의 여인’처럼 강한 인상을 준 울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의 회고록이 더 주목을 끄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회고록이든지 칭찬이든 비난이든 일방적인 평가만을 받기는 어렵다. 당사자가 제아무리 진실을 강조해도 읽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진실하지 못하게 되고 그럴싸하게 포장한 거짓말도 읽는 사람이 진실로 받아 들이면 가치있는 기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존슨 행정부의 국방장관으로 월남전(越南戰)의 주역이었던 맥나마라가 종전 20년만인 지난 95년 펴 낸 ‘베트남전의 비극과 교훈’이란 회고록을 두고도 그에 대해 ‘반전주의자’ 또는 ‘평화주의자’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도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저러한 사람들이 펴 낸 회고록들이 더러 있다. 그러나 회고록을 쓰는 사람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어떤 식으로든 편파적일 수밖에 없으며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기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신빙성에 대한 판단은 결국 훗날 역사의 몫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민정부때 ‘역사 바로 세우기’공판정에 나와 묵비권으로 일관한 최규하(崔圭夏)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언제쯤 나올 것인가는 세인의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튀는 발언(?)으로 정가의 돌출변수 역을 자임하고 있는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이 재임시 언론사 세무조사 발언으로 또다시 구설수에 올라 있다. 할 말 못할 말을 가려서 할 줄 모르는 그 인지라 그가 곧 펴 내겠다는 회고록도 그 내용에 얼마나 객관적인 신빙성이 증명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증이 인다.